[경향신문 시론] 이수훈 교수
[경향신문 시론] 이수훈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01.0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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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남북관계 진전을 소망하며

  2015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광복 70년이자 동시에 분단 70년, 역사적 명암이 교차하는 해다. 역사적 상징성이 큰 만큼 소망하는 바도 사소할 수 없다. 국가와 사회 전반에 걸쳐 절실한 과제가 하나 둘이 아니지만 70년에 이른 분단 상황을 획기적으로 돌파해내야 할 숙제가 두드러진다. 굳이 그런 상징성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박근혜 정부로서는 금년에 반드시 남북관계에 일대 진전을 이루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자신의 임기 내 남북관계 진전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난달 29일 우리 정부는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북측에 1월 중 남북대화를 제의해 놓은 상태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분단의 역사를 마감해야 한다”는 신년 메시지를 내놓았다. 마침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도 2015년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대전환을 가져와야 한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였다. 게다가 “남북 최고위급 회담도 할 수 있다”고 천명함으로써 사실상 우리 정부 측의 29일 대화 제의에 긍정적으로 호응하였다. 남과 북의 두 지도자가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공유하고 있어서 을미년은 한반도 평화통일의 대장정에 “대박”이 터지는 한 해가 되리라는 기대마저 갖게 된다.

  지난 2년을 돌아보자면 숱한 대화 제의가 있었고 실제 고위급대화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말았다. 문제는 대화와 교류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 조성 및 관리에 남과 북이 실패했다는 데 있었다. 금년에도 이 같은 과거 실패를 반복하지 말란 법이 없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이미 대화와 교류를 위한 환경 조성을 강조하면서 “상호체제 비방 중지”와 “외세와의 군사연습을 그만둘 것”을 적시해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측이 대북전단 살포나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년사의 이런 부분은 금년도 남북관계가 예사롭지 않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

  민간단체의 활동을 정부가 노골적으로 막을 수 없고, 한·미 간의 군사훈련 역시 중단할 길이 없다. 한국정부의 딜레마다. 하지만 정부가 대화와 교류협력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을 할 수 있는 여지도 엄연하게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일방통행식 대화 제의나 정책 발표를 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대화와 교류협력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상대방을 대화파트너로 인정해야 하고, 최소한의 역지사지 정신을 구비해야 한다. 대결적 태세와 적대적 마음자세로 대화할 수 없고 대화를 한들 소득이 생길 리가 없다. 신뢰를 쌓을 수도 없다.

  금년에 ‘대박’을 터트리겠다는 의지가 결연하다면 구체적으로 5·24조치를 해제하고 금강산관광을 재개한다는 통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 5·24조치는 특정한 상황에서 나온 정책적 대응일 따름이다. 박근혜 정부가 금과옥조처럼 지켜야 할 이유가 없다. 대북 봉쇄조치로서의 실질적 효과도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미 집권 여당의 여러 의원들이 해제를 권고한 바 있다. 이 정도를 갖고 어물거리고 있다면 ‘통일’이고 교류협력이고 간에 별 의지가 없다는 표시다.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 관광객이 지불하는 입산료를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쓴다는 논리는 이미 설득력을 잃었다. 북한 당국은 금강산관광이 닫혀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여러 차례 했다. 물론 북한에 손실이 없지 않지만 동시에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우리 투자 기업들과 강원도 유관 지역경제도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실리적 각도에서 접근해야 한다.

  북한당국은 문제가 많고 상대하기도 여간 까다롭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대북정책의 실행이란 정책 상대인 북한의 여러 부정적인 면모들마저 감안하여 전략을 짜고 전술적 대응을 해내야 하는 고도의 조율 능력과 인내, 탄력성을 요구한다. 그것이 대북개입 정책의 외면할 수 없는 필수조건이다.

<위 글은 경향신문 2015년 1월 2일(금)자 31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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