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칼럼] 임을출 교수
[매일경제 칼럼] 임을출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4.11.2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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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70년 ‘북한굴기(崛起)’와 남북관계

  올해도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2015년 내년은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 광복 70년이 되는 해다. 과연 지금의 정세는 분단의 고통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작은 희망이라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북한이 23일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유엔총회를 통과한 ‘북한인권결의’를 전면 배격하면서 미국 일본 한국에 대해 “초강경 대응전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우리 측을 겨냥해서는 이례적으로 청와대를 지목한 ‘핵전쟁’까지 거론했다.

  북한이 실제 어떤 행동을 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남북 관계 개선의 최대 장애물로 간주되는 한미합동군사훈련, 대북 전단지 살포에 이어 인권 문제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남북 간 긴장과 대결 국면이 2015년 내내 펼쳐질 것임을 예고하는 듯하다.

  한국과 미국은 이미 지난 10월 24일 워싱턴에서 열렸던 한·미 양국의 외교·국방 장관들의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인권 문제를 핵 문제와 더불어 주요 현안으로 본격적으로 다룰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두 나라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것을 환영하고, 미국은 한국이 유엔 인권 최고대표 현장사무소를 유치하기로 약속한 데 대해 사의까지 표시했다. 여기에다 우리 국회 차원에서는 북한인권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내년에도 어김없이 2~3월과 8월에 대규모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실시될 것이기 때문에 인권 공세와 한미군사훈련이 김정은 정권을 더욱 거세게 압박할 것이고, 이에 대한 북한 측의 대응 수위나 방식도 이전과는 다를 가능성을 예상하고 대비해야 한다. 북한이 인권 문제 논의 자체를 ‘대북 적대시 정책의 최고 표현’이자 ‘최고 존엄에 대한 비방 중상’으로 간주하고 반발 수위를 최고조로 높이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2015년은 어쩌면 분단 극복의 희망을 주는 해가 아니라 남북 관계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될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이런 와중에 정부 일각에서는 여전히 김정은 정권의 조기 붕괴 가능성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듯하다. 김정은 정권이 압박 공세에 맞서 부족한 재원을 국방비에 더 많이 지출하고, 또 주민 생활 향상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무리하게 보여주기 위해 출혈 지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곧 재정과 경제가 파탄나면서 정권 유지에 위기가 올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는 곧 북한 압박 정책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논리로 작동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관측과 달리 ‘중국굴기(起)’처럼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치·경제적으로 슈퍼파워로서 우뚝 서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갈수록 강력해지는 핵무력을 갖고 있으면서 경제 상황도 지속적으로 나아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실제로 김정은 정권은 출범 이후 핵무력을 고도화시키면서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플러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더구나 3차 핵실험 이후 강력한 대북 제재가 작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러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점은 상당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북한은 현재 ‘우리식 경제관리 방법’ ‘자율적 경영 체제 확산’ 등을 통해 경제성장에 우호적인 시장 정책을 펴면서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당국은 재정 확충을 통해 커다란 도움을 받고 있다. 더구나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에 반대표를 던진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판 굴기’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다수 의견이다.

  인권 문제 등 북한을 둘러싼 이런저런 변수에 일관성 없이 남북 관계가 흔들리고, 교류·협력 없이 막연히 정권 붕괴만 기다리고, 핵 문제를 미국과 중국에 ‘하도급’을 주면서 분단 70년을 맞이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분단 극복 전략인 것일까.

<위 글은 매일경제 2014년 11월 26일(수) 38면 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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