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과 유장근 교수, 저서 발간
역사학과 유장근 교수, 저서 발간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4.11.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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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국의 중화제국 만들기'

 
21세기 중국의 토대는 ‘淸나라 시스템’

  1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 ‘13억 시장이 열렸다’는 장밋빛 전망과 중국경제에 종속될 것이란 우려가 교차한다. 마치 현 상황을 예측한 듯 이 책은 ‘우리는 과연 현재의 중국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란 화두를 던진다.

  거칠게 말해 요즘의 ‘중국’은 우리가 막연히 알던 그 나라가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경남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2006년 1년간 상하이 사범대학에 머물면서 칭하이, 윈난, 구이저우 등 중국의 변방을 돌며 소수민족의 삶과 사회를 연구했다.

  그 과정에서 한족 중심인 베이징, 상하이 등의 중원문화권을 답사할 때와는 전혀 다른 중국이 거기에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중국’ 하면 보통 광대한 대륙과 오랜 역사 등 대국 지향의 중화주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현대의 중국은 한족(漢族)을 포함해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다. 이에 현대 중국 헌법은 다민족으로 이뤄진 ‘하나의 중국’을 강조한다. 중국이 근대화되면서 변방지역 오랑캐→소수민족→중화민족으로 변화시킨 결과다.

  이 같은 신분 상승, 즉 ‘하나의 중국’은 중국의 중심부(한족)가 주변부(소수민족)와 하나가 되길 원해서가 아니라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영토, 자원, 군사적 방어선이 필요해 만들어낸 편향적 개념이다. 이는 ‘만청 식민주의(滿淸 植民主義)’의 유산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군사력을 통해 주변부 국가를 정복하고 식민지화하는 형식으로 국가를 강화시키는 청나라의 시스템을 현대 중국이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의미다. 따라서 현재 중국은 아편전쟁(1840년), 반식민화, 공산당 혁명 순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청나라 시기인 18세기부터 3세기에 걸쳐 구성됐다는 것이 이 책의 설명이다.

  2000년대 불거진 중국 내 각종 환경문제도 멀리 보면 1750년 이후 한족이 후베이, 산시, 허난 등 소수민족 거주지로 이주하면서 산지를 개간하고 인구를 늘린 과정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중국 사학 연구는 ‘명→청’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청→근대 중국’의 연속성을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현대 중국은 청나라보다 더 강화된 ‘강철 제국’이다. 장밋빛 한중 관계를 넘어 ‘중심부-주변부’ 관점으로 보면 그들에게는 한국 역시 주변부일 수밖에 없는 냉정한 현실을 한 번쯤 생각하게 한다.

<위 글은 동아일보 2014년 11월 15일(토)자 22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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