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일보 칼럼] 정일근 교수
[경상일보 칼럼] 정일근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4.08.1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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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아침의 희망

  69주년 광복절 아침입니다. 저는 최근에 ‘님 웰이즈’가 쓴 <아리랑>을 다시 읽었습니다. 님 웨일즈(1907~1997)는 미국의 신문기자이자 시인이었습니다. 그녀는 오랜 시간을 아시아에서 보내면서 중국과 한국에 관하여 많은 글을 집필하였습니다.

  김산(1905~1938)은 독립운동가로 중국 공산혁명을 통한 독립운동에 참여했습니다. 1924년 고려공산당 베이징 지부를 설립하고 1925년 중국대혁명에 참가하였습니다. 그러나 김산은 조국 해방을 보지 못하고 1938년 중국공산당으로부터 ‘일제 스파이’ 누명을 쓰고 처형됐습니다. 1983년 중국 공산당은 김산의 억울한 죽음을 인정하고 복권했습니다. 그는 혁명가였습니다.

  김산은 1937년 중국의 옌안에서 여기자인 님 웨일즈와 만났고, 님 웨일즈는 그의 사후 1941년 미국 뉴욕에서 <아리랑의 노래>(Song of Ariran)를 출간했습니다.

  그 책이 한국에서는 <아리랑>으로 발간됐으며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같은 삶’이란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아리랑>은 님 웨일즈가 ‘1920~1930년대라는 아시아의 정치적 격동기를 살다 간 김산의 고뇌, 좌절, 사랑, 열정, 사상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책입니다.

  책을 읽다 저는 23살의 나이로 대한민국 국군으로 근무하다가 동료들의 폭행으로 사망한 28사단 윤 일병이 떠올랐습니다. 윤 일병은 국민으로 의무를 다하기 위해 당당하게 군에 입대한 청춘이었습니다. 혁명가 김산도 윤 일병과 비슷한 나이에 일제와 싸우기 위해 중국대혁명에 참가한 식민지의 피 뜨거운 젊은 청춘이었습니다.

  시대를 달리하지만 그들이 조국을 위해 손에 총을 잡고 군복을 입었을 때 비슷한 나이였습니다. 여기서 누구의 삶이 위대했다는 것을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김산의 주검은 비극적이었고, 윤 일병의 주검은 참담했습니다.

  김산의 시대는 역사가 그러했다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지만 이 시대에서는 윤 일병의 죽음은 국가가 그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방조했다’는 혐의를 벗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의 죽음을 밝히는데 국가가 진실을 감추거나 변명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 것이 모병제가 아닌 징병제로 입대한 윤 일병에 대한 ‘예의’일 것입니다.

  하늘은 태초 이래 한 번도 같은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늘 다른 모습의 하늘을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늘은 늘 같은 하늘이라 인식하는 것은 하늘이란 이름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산도 바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 같은 모습을 가진 것은 없습니다. 쌍둥이도 다른 곳이 있습니다.

  교황이 방한을 하셨는데 바티칸에는 바티칸의 예수가, 유럽에는 유럽의 예수가, 아시아에는 아시아의 예수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늘 같은 얼굴이 있습니다. 그것은 진실의 얼굴입니다. 우리는 진실의 얼굴을 만나기 위해 윤 일병의 죽음 앞에 눈 감아서는 안 됩니다. 눈을 뜨고 똑똑히 지켜봐야합니다.

  광복절 아침을 기다리며 저는 또 백두산의 붉은 일출을 기억합니다. 광복 60주년에 기회가 있어 평양 순안공항에서 고려항공을 타고 삼지연공항으로 날아가 그곳에서 가까운 백두산을 올랐습니다. 우리 민족의 산 백두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광복 50주년에도 백두산을 올랐는데 그땐 중국에서 올라간 장백산이었습니다.

  우리는 백두산을 해발 2750m로 가르치지만 북한은 해발 2755m로 적어 놓았습니다. 저에게 높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만난 백두산 일출의 감동이었습니다. 운해를 붉게 물들이며 솟구치는 백두산 일출은 지금까지 선명합니다.

  광복절 아침, 백두산에도 해가 떠오를 것입니다. 그 햇살이 오늘 가가호호 내걸릴 태극기에, 일제로부터 조국을 찾으려했던 독립운동가의 희생에, 지금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이라는 청춘들에게, 찬란하게 비춰주길 바랍니다.

<위 글은 경상일보 2014년 8월 15일(금)자 19면에서 발췌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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