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칼럼] 박태일 교수
[국제신문 칼럼] 박태일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4.07.2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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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홍문학관 해체의 수순
 
  아홉 해 만에 들리는 이주홍문학관이었다. 2002년 여름, 어린이문학 사료를 살피기 위해 부산 동래구 온천1동 구 이주홍문학관에 처음 들렸다. 이름만 문학관일 뿐 소장 자료에 대한 1차 조사도 되어 있지 않았다. 경남·부산지역문학회 회원의 힘을 빌려 두 주에 걸쳐 갈무리를 했다. 그리하여 255쪽짜리 '이주홍문학관 소장도서 목록'을 만들어 문학관에 건넨 때가 2002년 10월이었다. 그 뒤 문학관이 아파트 개발로 밀려나게 되자 2004년 현재 자리로 옮겨 새로 개관을 보게 되었다.

  자료 목록 작업을 맡았던 인연으로 새 문학관 전시 공간 설치를 향파댁 박무연 여사가 부탁해 왔다. 제자 한 사람을 두 달간 출퇴근시키며 전시 계획과 배치를 마치고 재개관을 도왔다. 그런 뒤 문학관과는 직접 관계를 맺을 일이 없었다. 그사이 두 해를 넘기지도 않았는데 초기 전시 배치가 마구잡이 헝클어져 버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개관 무렵부터 자료의 훼손, 망실이 있었던 터에 재개관 이후에도 자료의 무거움을 모르는 얼치기 짓거리가 저질러진 것이다.

  전화를 받고 문학관을 찾은 때가 지난 7월 8일이었다. 흔하디흔한 감시카메라 하나 없는 보안 사정에서부터 시작하여 지나간 일들에 대한 하소연을 들을 수 있었다. 사무장 급여도 향파댁 부담이었다. 한때 이주홍문학재단 이사장을 자처한 이가 만든 후원금 제도로 들어오는 돈은 달에 35만 원이었다. 그것도 10만 원을 내는 두 독지가를 빼면 후원이라 말하기 민망했다. 부산 동래구에서 한 해 2000만 원, 부산시에서 3000만 원의 지원을 받고 있으나, 도서비나 행사비 용도였다. 모든 경상비는 향파댁 개인 염출이었다.

  하소연의 요지는 간명했다. 마을도서관으로 만들면 운영이 나아지리라는 꼬드김과 욕심에 주차장 부지까지 샀으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그로 말미암은 빚만 7억여 원을 안았다. 어렵사리 변통 방법을 찾아 이리저리 갚은 결과 이제야 1억 원만 남기는 정도에 이르렀다. 그런데 도서관 계획 실패의 후유증에서 거의 빠져 나왔다 하더라도 근본 문제는 한결같이 남아 있었다. 향파댁도 나이 여든을 넘겼다. 처음부터 이주홍문학관은 유족이 관리, 운영하기 어려운 수준의 시설이었다.

  향파댁은 더 버티기 힘들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학관과 자택, 그리고 주차장까지 합하면 390평 남짓이다. 그들을 부동산 시장에 내고 소장 자료는 알맞은 곳에 넘기겠다는 생각이었다. 자료를 넘길 만한 곳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위해 굳이 나를 부른 것이다. 향파가 일했던 부경대학교에서 인수를 내비친 적이 있다고도 했다. 전국 규모의 소장 자료를 특정 대학이 맡을 까닭은 없다. 지속적인 공개와 국가 단위 활용과는 거리가 먼 소극적인 단견일 따름이었다.

  이주홍문학관은 개인 문학관으로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소장 자료를 지닌 곳이다. 문화재청에서는 2011년 2월 근대 문학출판물 가운데서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을 처음으로 문화재로 지정했다. 이런 흐름에 따른다면 장차 문화재로 지정할 만한 것을 10종 넘게 지니고 있는 곳이 이주홍문학관이다. 무엇이든 이루기가 힘들지 허무는 일은 쉽다. 소장 자료는 서울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 기증하면 간단하게 매듭지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는 개인문고로 윤석중·강소천·마해송·박홍근의 것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 게다가 그곳은 자료를 손쉽게 볼 수 있도록 영인하여 활용도를 극대화시켜 놓았다. 남은 향파의 일상 유품은 합천의 이주홍어린이문학관으로 보내면 될 일이다. 문학상 운영이나 문학축전과 같은, 이주홍문학재단이 서른 해 넘게 해 오고 있는 현양 사업은 굳이 문학관 시설이 없어도 가능하다. 게다가 그런 일에는 유족이 끼일 필요조차 없다.

  이주홍문학관이 지닌 문제 해결은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혹 이주홍문학관과 소장 자료를 지역에서 지키고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이들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해결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가장 바람직하기로는 이주홍문학관을 공공 시설로 바꾸는 길이다. 현재 문학관 부지는 시가로 20억 원 정도 되리라 한다. 부산시에서 사서 이주홍문학관과 부산어린이청소년도서관을 하나로 묶은 복합 문화공간으로 키우는 방법이 그것이다.

  그 일 또한 쉬울 리 없다. 의결, 집행에는 많은 시일이 걸린다. 게다가 앞으로는 절차와 법리를 내세우지만 뒤로는 단기적인 정치적 이해득실로 일이 이루어지기도 하는 행태니 더 어려울 것이 뻔하다. 시장과 같은 이가 결단을 내린다 해도 세월이 필요하리라. 그러니 하는 수 없다. 남은 길은 유족의 뜻에 따른 폐관뿐이다. 당장 가을부터 부동산시장에 문학관을 내놓고 자료 기증은 끝낼 수 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문고 설치에는 여섯 달 남짓 걸린다는 답변까지 받아둔 상태다.

<위 글은 국제신문 2014년 7월 24일(목)자 27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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