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합종연횡 속 한국 카드 '남북관계 개선'뿐
동북아 합종연횡 속 한국 카드 '남북관계 개선'뿐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4.07.1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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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교수 '각자도생의 동북아와 남북관계 변화 필요성'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동북아시아 정세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한반도포커스> 2014년 여름호는 '기로에 선 동북아'를 주제로 이슈와 의미를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그 가운데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쓴 '각자도생의 동북아와 남북관계 변화 필요성'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대다수 한국인 입장에서 일본은 침략 역사를 왜곡하고 집단자위권 확대 등 군사적 재무장을 획책하는 '나쁜 나라'다. 근데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우방국이자 동맹국인 미국이 그 나쁜 나라와 아주 친하게 지낸다. '역사' 문제에 관한 한 한국·중국 못지않게 민감하게 반응해온 북한도 요즘 일본과 관계가 심상치 않다. 반면 전통적으로 북한과 가까운 사이였던 중국은, 사상 최초로 중국 지도자가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등 한국에 구애 공세를 하고 있다.

  혼란의 연속이다. 김근식 교수는 "동북아 정세가 뚜렷하게 일정한 방향으로 정세 흐름이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역내 평화와 협력이 증대되는 국면도 아니고 그렇다고 양자 간 일촉즉발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도 아니"라면서 "요즘 동북아 정세는 특정한 호오관계(好惡關係)가 지배적이기보다는 각국이 개별적으로 국가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이른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속내는 결국 동북아에서 영향력 확대고 중심엔 물론 미국과 중국이 있다. 미국은 일본과 군사협력을 강화해 한미일 삼각구도로 중국을 포위하고자 하고, 중국은 북한과 불편한 관계를 감수하면서까지 한중관계를 긴밀히 하며 한미일 협력에 균열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북한과 일본이 납치자 문제 재조사와 대북제재 해제를 교환 합의한 것은, 이 치열한 외교 전쟁에서 어떤 나라가 곤란해지고 있었는지 드러낸다. 고립이 가속화되던 두 나라였다. 북한은 북중관계의 소원함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일본의 우경화 행보는 미국 외에 동북아 어떤 나라로부터도 호응을 얻지 못했다.

  북일 합의를 "동북아 각자도생 외교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김 교수가 평가하는 이유다. "일본은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군사대국화를 정당화하고 북한 역시 반일과 항일로 국가의 정통성을 확보한 나라다. 가장 적대적이었던 두 나라가 각자 국가 이익을 위해 외교적 활로로서 상대방을 돌파구로 활용"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남북관계·한일관계 '최악'

  한국은 어떨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문 등 외형적으로는 뭔가 화려해 보이지만 그뿐이다. 남북관계, 한일관계 모두 '최악'인 가운데 한중관계와 한미관계가 그나마 안정적인 듯하지만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속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각국은 자기 이익을 증대하고 외교적 입지를 확장할 자신만의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미일동맹 강화, 중국의 한중관계 강화, 북일 교섭 등이 그것인데, 김 교수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벗도 없는 국제정세에서 유독 한국만 각자도생의 적극적 외교를 주저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만의 독자적 카드는 물론 남북관계다. 김 교수는 "동북아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증대할 유일한 카드인데도 아직 박근혜 정부는 적극적 대북정책을 결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우리가 대북 지렛대를 확보하게 되면 한미관계와 한중관계에서 우리 발언권과 영향력은 그만큼 커진다. 반대로 남북관계가 중단되고 갈등을 지속하면, 미국을 만나고 중국과 회담해도 우리는 그들에게 북한 소식을 전해 듣고 그들에게 북한에 영향을 미쳐달라고 요구하는 처지가 된다"고 설명했다.

  과거 경험이 그렇다. 지난 2005년 장기간 교착된 6자회담이 재개되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여 북핵 해결을 위한 9·19 공동성명을 합의해낸 결정적 배경엔 그해 6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위원장의 6·17 면담이 있었다. 2000년 10월 조명록 북한 특사와 클린턴 미 대통령의 회담, 북미 공동코뮈니케 발표,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 김정일 위원장의 회담 역시 그해 6월 남북정상회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남북관계 개선이 북미관계의 극적인 진전까지 이끄는 원동력이 됐던 것이다.

◇북 중대제안 거부 성급

  현재 남북관계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다. 한국은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면서 원칙적인 강경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도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과 드레스덴 선언을 격렬하게 비난하고 군사적 긴장을 일으키는 등 비타협 기조다.

  김 교수는 "대결정책 지속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교류 협력과 경협 등이 봉쇄되어 있는 조건에선 당연히 우리의 외교적 입지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이라도 서둘러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북관계 개선은 남이나 북이나 원칙적으로는 공히 동의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 선언에서 인도적 문제 해결과 민생 인프라 등 경제협력 강화 및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교류 확대를 제안했다. 북한 역시 지속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제안을 해왔다. 남북의 고위급 접촉을 제안해서 성사시켰고 한미군사훈련에도 불구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했다. 특히 북은 지난 1월 국방위 중대제안을 통해 정치군사 이슈에 대한 남북대화를 제의했다. 우리 정부는 위장평화공세로 간주하고 즉각 거부했고 북은 국방위 중대제안을 수용할 것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요구했다. 사실 남북관계 경색은 북의 중대제안을 우리 정부가 거부하면서부터 가속화되었다."

  김 교수는 "북의 중대제안이 다소 표현이 거칠고 부담스럽다고 해서 단숨에 위장공세로 간주하고 거부해버린 것은, 과거 남북관계가 진전되면서 우리가 먼저 북에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국방장관회담과 장성급회담을 요구했던 점을 돌이켜본다면 성급한 대응이었다"며 "북의 중대제안과 남의 드레스덴 선언이 동시에 수용되는 방식으로 남북이 관계 개선 시동을 걸어주길 바란다. 정치·군사적 접근과 사회·경제적 접근은 서로 기싸움으로 선후를 다툴 문제가 아니라 동시 병행하는 것이 향후 성숙한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남북의 성숙한 대응을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위 글은 경남도민일보 2014년 7월 18일(금)자 19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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