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칼럼] 임을출 교수
[매일경제 칼럼] 임을출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4.07.1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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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大변화 이끌 담대한 리더십을

  한편에선 미사일과 방사포를 연일 발사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다른 한편에선 대화와 교류협력을 주장하는 김정은 정권의 노림수는 대체 무얼까. 바야흐로 북한은 격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체제 생존을 위한 새로운 전략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정권은 핵과 미사일을 단순히 과거처럼 협상카드가 아니라 그 이상 무엇을 지향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이나 우리 정부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대해 전환을 촉구하고 있는 것처럼 비친다. 그러나 북한의 군사적 위협 수준에 굴복하는 식으로 미국이나 우리 정부가 대북 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정은 정권임을 감안하면 최근 저강도 도발은 정책 전환만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 측은 미사일 발사가 대화를 진행 중인 한국이나 일본을 겨냥한 무력시위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에 대해 대화와 협력을 촉구하고 있고, 일본과도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화가 오랫동안 중단된 미국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반감을 표출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김정은 정권은 기본적으로 미국을 남북 관계뿐 아니라 북ㆍ일 관계 개선의 훼방꾼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인식은 이른바 전략적 인내를 대북정책 기조로 내세우면서 자신들의 집요한 대화 제의에 꼼짝도 하지 않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 대한 깊은 원망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의 패권주의적 대아시아 전략으로 동북아에 새로운 냉전구도가 형성되고 있는데, 특히 주변 열강들 간 첨예한 갈등과 패권경쟁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격화되고 있다는 게 북한 측 인식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북한을 둘러싼 모든 나라들이 다투어 군비경쟁에 전력을 쏟는 상황에서 강력한 자위적 억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체제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남한을 비롯한 주변국과 대화와 협상을 추진하면서도 군사력 증강은 한시라도 멈출 수 없는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는 최근 북한이 `대외 평화 공세`가 강력한 자위적 억제력을 갖췄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북한의 이런 인식과 결심은 한ㆍ미 연합군사훈련이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정권은 아버지 김정일 시대보다 강도 높게 군사적 대응 수준을 높이는 등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북한은 6월 30일 한ㆍ미 연합군사훈련 취소와 상호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등을 골자로 한 이른바 대남 `특별제안`을 내놓았고, 며칠 전인 12일에도 북한 최고권력 기구인 국방위원회는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의 부산 입항이 `남북 관계 개선 노력을 훼방하는 도발`이라고 거친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로켓 발사를 한 것을 두고도 미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강변하고 있다.

  북한은 한마디로 미국이 자신들에게 위협을 가할수록 자위적 핵무력을 비롯한 군사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런 설명과 논리에 기초해서 판단한다면 한ㆍ미 군사훈련이 지속되는 한 북한은 남북 대화는 물론 북ㆍ일 대화 등 진전과 무관하게 로켓 발사 같은 군사적 도발을 일상적으로 벌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북한이 언제 어디서 미사일을 기습 발사하든지 놀랄 일도 아닌 셈이다. 이제 남북 관계는 우리 마음대로 어쩌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는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북한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담대한 리더십에 기초한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대북정책과 전략을 내놓지 못한다면 주변 열강과 북한에 휘둘리면서 허송세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위 글은 매일경제 2014년 7월 16일(수)자 39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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