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칼럼] 김근식 교수
[시민일보 칼럼] 김근식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4.07.09 09: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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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정상회담과 한반도

 

  한중 정상회담으로 동북아는 각자도생의 형세를 더욱 강화시켰다. 

  한일과 북중이라는 전통적 구도가 조금씩 흐트러지고 있음을 모두 지적하고 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자국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고차방정식의 복잡한 외교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영원히 적일 것 같던 북한과 일본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는 것에 더하여 이번 한중정상회담은 한미일 삼각동맹하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구조적으로 꺼릴 수밖에 없는 한국이 더욱 더 중국으로 가까이 다가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북일 관계 개선과 한중 관계 심화라는 최근의 외교적 사건이야말로 각자도생의 동북아 구도를 극적으로 드러내는 사례임이 분명하다.

  동북아의 각자도생 외교는 각국으로 하여금 자신의 이익을 증대시키고 외교적 입지를 확장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카드를 사용하게 한다.

  미국은 중국을 포위하기 위한 아시아 회귀정책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미일 동맹 강화라는 고유한 카드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아베 정권의 우경화를 묵인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은 일본과의 협력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재균형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전통적인 중러 협력을 더욱 심화시키는 한편 한미일 삼각협력을 막기 위해 북중 관계를 상대적으로 멀리하고 한중 관계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시진핑이 중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한 것도 그 이유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어 있는 조건에서 중국과의 정치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최근에 북한과의 정치경제적 협력을 집중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외교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일본도 비장의 카드인 북일교섭을 성공시킴으로써 한중에게 공격당하고 있던 외교적 고립을 일시에 반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지지부진 해지자 특유의 외교적 돌파력으로 일본과 극적 합의를 도출하는 한편 러시아와 부쩍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동북아 각국이 자신의 국가이익과 외교적 영향력을 위해 각자의 독자적 카드를 열심히 활용하고 있다.

  각자도생의 동북아에서 남북관계는 사실 한국이 갖고 있는 가장 우월한 외교적 카드이다.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우리가 대북 지렛대를 확보하게 되면 한미관계와 한중관계에서 우리의 발언권과 영향력은 그만큼 커진다. 반대로 남북관계가 중단되고 갈등을 지속하면 미국을 만나고 중국과 회담해도 우리는 그들에게 북한 소식을 전해 듣고 그들에게 북한에 영향을 미쳐달라고 요구하는 처지가 된다.

  남북관계야말로 한국이 동북아에서 자신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고 대외정책에서 발언권을 확대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이다. 경험적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박근혜정부는 남북관계라는 우리의 카드를 아직 쓰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남북관계는 더욱 험악해지고 있다.

  남북이 대결정책의 지속으로 관계가 악화되고 교류협력과 경협 등이 봉쇄되어 있는 조건에선 당연히 우리의 외교적 입지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남북의 강경과 대결이 오고가는 상황에서 북일 교섭은 더더욱 한국의 외교력을 위축시킬 게 분명하다.

  남북관계의 복원이야말로 각자도생의 동북아 정세에서 한국이 외교적 입지를 확보하고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동북아 정세에서 우리의 외교적 영향력과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남북관계 개선이 절실하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 관계개선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그 현실적 방도는 남북이 한 발 짝씩 양보하면서 상호 요구사항을 수용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이제라도 북의 중대제안과 남의 드레스덴 선언이 동시에 수용되는 방식으로 남북이 관계개선의 시동을 걸어주길 바란다.

  정치군사적 접근과 사회경제적 접근은 서로의 기 싸움으로 선후를 다툴 문제가 아니라 동시 병행하는 것이 향후 성숙한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남북의 성숙한 대응을 기대해본다.

<위 글은 시민일보 2014년 7월 8일(화)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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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석 2014-07-09 09:33:27
우리학교에는 제가 존경하는 교수님들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