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시론]이수훈 교수
[경향신문 시론]이수훈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4.07.01 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진핑의 방한과 동북아 외교

  7월3일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 국가주석이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있다. 근년 들어 중국의 국제적 위상은 한껏 높아졌다. 한국에도 중국이 갖는 무게가 위중하다. 경제적 상호의존도는 막심하고, 이제는 경제적 유대와 더불어 전략적 동반자관계의 내실을 다질 때가 왔다. 많은 분석가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포지셔닝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일반 국민들도 중국에 대해 복잡한 마음자세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공식적으로 한·중관계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 기간에 악화되었던 한·중관계가 박근혜 정부 들어와 회복의 궤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중 간에는 장관급의 전략대화도 열리고 있다. 이마저도 미흡하다고 양국이 판단했는지 전략적 관계를 더욱더 격상시켜야 한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한·중관계에서 문제는 형식적 차원의 성질이 아니라 내용에 있다. 바로 내실과 신뢰의 문제다. 내실 문제란 겉으로는 그럴싸한데 속이 비어 있다는 점이고, 신뢰 문제란 화려한 정치적 수사에도 불구하고 상호불신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계를 차곡차곡 충실하게 해나가야 하는 숙제와 신뢰 구축의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람이 바뀌고 정책기조가 바뀌는 문제가 있다. 중국은 관계 맺기에서 긴 호흡과 중장기적 흐름을 기초로 삼는다. 따라서 중국과의 관계는 한 정권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되고 긴 시간을 두고 차곡차곡 축적해 나가야 비로소 진전의 돌파구를 열 수 있다.

  한·중관계는 외적 요인들도 크게 작동하는데, 바로 북한과 미국이다. 특히 북핵 문제다. 한국 정권이 북한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정책기조를 가져가느냐에 따라 한·중관계를 원만하게 이끄느냐 불화를 일으키느냐가 좌우된다. 과거 대북 강경대립 정책은 중국과 부딪치기 일쑤였고, 화해협력 정책은 대체로 중국과 손발이 맞았다.

  이 방정식은 저간의 북·중관계의 미세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효하다. 즉 남북관계를 순탄하게 발전시키면 중국과 상당 부분 좋은 관계를 진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말이다. 당장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박근혜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적극성을 발휘한다면 한·중 간에 6자회담 외교를 통해 긴밀한 관계를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중관계의 외적 변수 가운데 핵심은 미국이다. 중국과 미국은 동북아 지역에서 은근히 상호경쟁을 하고 있다. 동북아 지정학의 일대 변동 와중에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에 한국은 매우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미국은 우리와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사이라서 우리가 굳건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할 파트너다. 중국은 경제 분야나 사회, 문화 분야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두터운 사이가 되었다. 우리는 어느 한쪽도 등한시할 수 없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도 안될 난감한 처지다. 그런 가운데 미국은 한국이 중국의 자장권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를 경계하고, 중국은 우리가 미국의 전략 속에 너무 깊숙이 연루되는 것이 아닌지를 우려한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이루어진다. 우리는 중국에 대해 우리 나름의 중심을 잡고 가야 한다. 우리의 존재감에 부합하는 입장과 그에 걸맞은 역할을 보여주어야 한다. 미국이냐 중국이냐라는 선택의 고민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과 중국을 아우르는 이슈를 던지고 행동을 우리가 보여주는 고민을 할 때다. 예컨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우리가 어떤 창의적 역할을 할 것인가, 그 과정에서 동북아 역내 안보협력 메커니즘을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런 전략적 고민을 보여주는 것이 동북아 외교의 과제이자 도전이다.

<위 글은 경향신문 2014년 7월 1일(화)자 29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