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칼럼] 김근식 교수
[폴리뉴스 칼럼] 김근식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4.06.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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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과 다른 김정은의 리더십 스타일

 

   
  북한 뉴스를 접하면 우리는 일단 북한의 부정적 측면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어떤 내용이든 못살고 악하고 문제투성이인 북한을 재확인시키는 기제로 작용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 스스로 북한 소식에 대해 이중 잣대를 들이댈 때가 많다. 세계적으로 어렵다는 수중 어뢰 폭파로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인데도 김정은의 전용 비행기 공개에 대해서는 제대로 날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비아냥거리는 게 우리다. 첨단의 무인 비행기를 수차례 내려 보낸 북한인데도 마식령 스키장의 리프트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거라며 걱정스레 비웃는 게 우리다. 그들이 못살고 호전적이고 나쁘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이중 잣대로 해석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

  김정일 시대에 비해 지금의 북한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젊은 김정은의 리더십은 분명 아버지 김정일과 질적으로 다르다. 무엇보다 김정은의 리더십은 시스템을 중시하고 성과주의를 강조한다. 김정일에게 노동당 정치국이나 내각은 거추장스러운 기구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중요한 사안을 반드시 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공개하고 발표한다. 주요 인사도 반드시 당 정치국 회의나 당중앙군사위원회를 거쳐 시행하고 있다. 최고 의사결정기관이라는 당의 시스템을 인정하고 활용하는 방식이다. 내각 총리에게 재량권을 주고 수령에 준하는 ‘현지료해’를 강조하는 것도 시스템 중시의 단면이다. 최고인민회의에 김정은이 종일 참석해 앉아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성과가 없으면 신속하게 인사 조치하고 나이든 혁명 원로에게도 호통을 치는 게 김정은이다. 

  최룡해 교체 역시 시스템을 중시하고 성과를 강조하는 김정은의 인사 스타일로 해석해야 한다. 본래 최룡해는 군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청년동맹과 근로단체를 담당했던 최룡해가 갑자기 인민군 정치사업을 담당하는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것은 선군의 힘을 빼기 위해 군대에 대한 당의 지도장악이 필요했고 백두혈통과 함께 북을 이끄는 양대 산맥인 빨치산 혈통의 상징으로 최룡해를 보내는 게 불가피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군대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한 최룡해의 총정치국 사업은 기대 이하였고 당뇨 등 지병으로 무리한 일정을 다 소화하기 어려웠고 최근에는 김정은이 직접 인민군 정치사업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질타할 정도였다.

  김정일 시대에 조명록처럼 자신에게 충성하는 인물을 위해 총정치국장 자리를 오랫동안 비우는 방식은 김정은에게 용납되지 않았다. 시스템을 강조하는 김정은에게 총정치국장은 비워둘 수 없었고 최룡해보다 성과를 내기 위해 오랫동안 군 정치사업을 담당해온 황병서로 교체된 것은 성과중시의 김정은 리더십 스타일로는 자연스런 것이었다. 최룡해는 그래서 숙청이 아니라 총정치국장 직위에 걸맞는 능력중시의 인사를 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또한 김정은의 리더십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베일에 쌓여 있는 은둔의 지도자 김정일에 비하면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인민군대에 영광 있으라’는 단 한마디 외에는 공개적으로 육성을 들려준 적 없던 김정일이었다. 김정은은 ‘더 이상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는 연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티비를 통해 인민들에게 직접 전달했다. 부인 리설주를 공개하고 대동하는 것도 공개주의의 중요 사례다. 2012년 4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실패했음을 언론을 통해 곧바로 시인하고 그 원인을 찾고 있다고 공개한 것은 아버지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외신기자를 초청하고 직접 김정은이 기자들을 만나는 모습도 공개적 스타일의 단면이다. 조만간 부인을 대동하고 전용기를 타고 공개리에 중국을 방문하는 김정은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비밀리에 기차를 타고 밤새워 수천 키로를 달리는 김정일의 방중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평양시 아파트 붕괴 사고를 이례적으로 보도하고 책임자들이 사과하는 모습 역시 김정은의 공개적이고 투명한 리더십 스타일의 반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평양시 한복판의 사고인지라 숨길 수 없는 점도 물론 고려되었겠지만 내부의 참사 사고를 노동신문에 공개하는 것은 분명 북한의 변화된 모습임에 틀림없다. 용천역 사고를 쉬쉬했던 김정일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인민보안부장과 평양시당 비서 등 책임자들이 사과하는 것은 더더욱 과거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저승사자의 우두머리로 간주되는 인민보안부장이 주민들에게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하는 것 자체가 놀라움이다. 군간부가 사람들 모인 곳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는 사진은 김정은의 리더쉽 스타일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파트 붕괴 사고에 대한 북의 대응과 처리가 여전히 미흡하고 가식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비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은 긍정적 변화로 인정해줘야 한다. 인민보안부장의 사과는 분명 여론에 반응한 것이고 이는 긍정적 변화이다. 북의 긍정적 변화마저도 애써 무시하고 왜곡해서 깎아 내리는 건 온당치 못하다.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고 시스템을 존중하며 공개적이고 투명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 김정은의 긍정적 변화로 평가해줘야 한다. 이제 김정은이 리더십 스타일을 넘어 정책방향과 국가전략에서도 긍정적 변화를 시도하길 희망해본다.

<위 글은 폴리뉴스 2014년 6월 20일(금)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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