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시론] 임을출 교수
[경남신문 시론] 임을출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4.04.2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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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준비 출발점, 총체적 위기관리 능력 배양

  대한민국 정부가 불신의 늪에 빠졌다. 무인기 사건의 원인 조사 과정,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과 간첩 증거조작 사건 등 정부와 군, 정보기관이 보여주는 총체적인 무능과 혼선에다 이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에 허둥지둥 대응하는 모습이 겹쳐지면서 국민들의 대국민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듯하다.

  ‘늑장 구조’, ‘안일한 대응’, ‘오락가락 발표’ 등으로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의 불신을 사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에 대통령 1인만 있고 책임지고 일하는 관료는 보이지 않는다는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SNS를 통해 확산되는 황당한 음모론에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의 총체적 위기대응 능력이 형편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음이 적나라하게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국민 안전’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붕괴사고로 학생 10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난 지 불과 두 달 만에 세월호 침몰이라는 초대형 참사가 터졌다.

  국민은 초대형 해난 참사에 대응하는 박근혜정부의 무능을 꼬집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를 총괄 조정할 수 있도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세웠으나, 이 통합시스템은 한마디로 무기력했다. 외신들도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선사의 구조작업 혼선과 미흡한 대응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한국의 위기관리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남북관계, 나아가 통일정책에 주는 시사점도 적지 않아 보인다.

  특히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은 이번과 같은 선박 침몰 사고뿐 아니라 북한과 남북관계를 둘러싸고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위기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과연 우리는 정부를 믿어도 되는 것일까. 지금 우리 사회에는 통일 대박론이 확산되면서 갑자기 닥칠지도 모를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사실 박 대통령이 과정을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통일대박론이 북한 체제 붕괴론, 흡수통일론 등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갑작스러운 통일은 곧 북한 김정은 체제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의 도발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올해 한미군사훈련 기간 북한은 동해상에서 탄도미사일과 로켓을 잇달아 발사하고 서해 5도 인근 북방한계선(NLL) 지역에서 해상포격훈련을 했다. 나아가 4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북한제로 추정되는 무인기 2대가 파주와 백령도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북한의 도발이 멈칫하고 있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드레스덴 선언 이후 남북 관계가 오히려 악화되자 정홍원 국무총리가 4월 4일 국회에 출석해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은 흡수통일이나 북한의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리의 공식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북한의 체제 붕괴설과 독일식 흡수통일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우리 정부를 겨냥해서 ‘급변사태설’ 등을 내돌리며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현 정부와 보수층을 중심으로 교류협력 과정을 생략한 무리한 ‘통일 드라이브’가 자칫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에 불행한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경고와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김정은 정권에 전쟁은 자살 행위지만 사소하고 우발적인 사건들이 규모 있는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제 진정한 통일준비는 정부가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서 시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 글은 경남신문 2014년 4월 21일(월)자 23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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