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대학신문 최고지령 ‘경남대 학보사’를 찾아가다
도내 대학신문 최고지령 ‘경남대 학보사’를 찾아가다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4.04.0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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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꿋꿋이 대학생들의 ‘안녕’을 묻지요

  인터넷엔 ‘지금’ 일어난 일이, 신문에는 ‘어제’ 있었던 일이 실린다. 아침마다 한두 종류의 신문을 탐독하던 습관이 줄었다. 생활비에 별로 부담이 되지 않는 신문구독료까지 고민하는 시대다. 신문이 처한 우울한 단면들이다. 진정 종이신문의 시대는 끝났는가? 4월 7일 신문의 날을 앞두고 ‘대학 학보’ 중 경남지역 최고지령을 자랑하는 경남대 학보사의 풍경을 들여다봤다.

◆기자실= 지난 1일 오후 경남대학보 학생기자실 문을 열자 중국집과 피자집 등 배달음식 전단지가 어지러이 붙어 있다. ‘꺾이지 않는 붓, 꺾을 수 없는 붓’이라는 붓글씨도 걸려 있다. 그 위로 ‘금연’ 팻말이 있다.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禁戀. 즉 담배가 아니라 연애를 금한단다. 대여섯이 모여 가열차게 토론 중이다. 기획이니 만평이니, 익숙한 이야기가 오간다. 또 한 명은 전화통을 붙들고 뭔가를 꼬치꼬치 따진다. 경남대학보는 1957년 3월 20일 ‘해인대학보’로 시작, ‘마산대학보’를 거쳐 ‘경남대학보’로 성장했다. 한 학기에 10~11번, 매주 수요일 1만 부를 발행한다. 오는 9일 1016호가 발행된다.

◆누가 이끄나= 김서현 편집국장은 정치외교학과 3학년, 양효인 기자는 신문방송학과 2학년, 구영현 기자는 군사학과 3학년, 백지현 기자는 행정학과 2학년, 민재원 기자는 관광학부 2학년, 이새하 기자는 미술교육과 4학년이다. 각각 사회부, 대학부, 문화부, 만평부 소속으로 나뉘어 있다. 매주 월요일 편집회의, 화요일 취재, 수요일 배포작업, 목요일 기사 마감, 금요일 편집작업으로 업무가 순환된다. 총 8면 발행에 사회, 대학, 학술, 특집, 여론, 문화면으로 구성된다.

  기획면은 ‘공무원 시험에 대한 모든 것’, ‘강의실의 과거와 현재’ 등 학내에서 발굴한 소재를 중심으로, 특집판은 ‘해봤더니’라는 코너로 꾸며진단다. 기자가 직접 참여하는 체험형 기사다. ‘텃밭에 식물을 길러봤더니’, ‘개인정보 유출 사이트를 이용해 봤더니’하는 식이다. 요즘은 학보도 딱딱한 스트레이트기사에서 르포나 심층기사 위주로 변하고 있다. “신문에는 비판기능도 있잖아요”라며 운을 뗀다. 특히 경남대는 1979년 부마민주항쟁 등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슬로건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역사를 지녔다. “비판기능이 축소된 것은 맞아요. 하지만 ‘기자의 눈’이라는 코너를 통해 학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어요. 추상적 구호보단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학생 편익을 위한 발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열정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것= 김서현 편집국장은 훗날 정치부나 사회부 신문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때문에 자신의 기사가 ‘공감’이라는 큰 힘을 얻어 피드백될 때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종이신문이 활력을 잃어가는 세태를 무시하긴 힘들다. “열심히 만들어도 잘 읽지 않아요. 1만 부 중 4000~5000부는 되가져옵니다. 허탈하죠”. 한때 학보사는 기자를 꿈꾸는 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이젠 모두 옛 이야기다. “힘들 것 같은 일엔 아예 도전 자체를 안 해요. 하지만 자기 잇속은 속속들이 챙기죠. 그것이 2014년 대학생의 현주소 같아요.”

◆끝없는 변화= 학보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국문과 동문인 소설가 구경미의 신작을 연재하고 있다. 연재가 끝나면 감상문을 받아 시상하는 등 학생의 참여를 끌어낼 계획이다. 판형도 대판에서 크기를 줄인 베를리너판(Berliner format)으로 바꿨다. 쉽게 갖고 다니면서 읽어달라는 일종의 ‘유혹’이다.

  정일근 언론출판국장은 “SNS시대에 학보가 정보전달 기능을 따라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비판적 시각을 키우는 도구로 거듭나야 한다”며 “교양과정에서 학보를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도록 교수들께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 글은 경남신문 2014년 4월 7일(월)자 7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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