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칼럼] 임을출 교수
[매일경제 칼럼] 임을출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4.02.2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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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지금이 적기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분출되고 있다. 주름투성이인 이산가족들이 반세기 넘어 만난 혈육을 부둥켜안고 눈물 쏟는 장면들은 끔찍한 비인도적 상황을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는 여론을 만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근본 대책으로는 남북 간 정치ㆍ군사적 정세와 무관하게 이산가족들이 정례적으로 만나거나 영상편지를 포함한 서신 왕래, 생사 확인, 면회소 상시 운영 등으로 모아지는 듯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천륜을 이어주는 것이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역시 관건은 북한 측 협력을 견인하는 일이다. 북한은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가 자신들 `통 큰 용단`으로 성사된 만큼 상호 비방ㆍ중상 중단, 금강산 관광 재개, 5ㆍ24 조치 해제, 대북 지원 재개 등 이에 상응하는 남한 측 후속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 즉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조건들을 이미 제시한 셈이다. 정부는 이 조건 모두를 한꺼번에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단계적으로 진전된 조치들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산가족들의 간절한 염원을 외면하기 어렵고,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일회성 정치적 이벤트 행사로 그치면 여론이 악화되면서 정부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지금이 적기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과 경제협력 재개의 맞교환을 희망하고 있는 듯하다. 김정은 당 제1비서는 올해 남북 관계 돌파구를 열고, 이를 토대로 외교ㆍ경제적 고립에서 벗어나 먹는 문제 해결과 주민생활 향상을 위한 전환점을 마련하고자 한다. 나아가 남북 관계 개선의 여세를 몰아 공산당 창건 70주년인 내년 2015년에 통일과 경제 문제에서 아버지 김정일과 차별된 김정은 유일 영도자만의 업적과 성과를 쌓고자 한다. 이는 김정은 비서가 올해 육성 신년사와 중대 제안에서 보여준 남북 관계 개선 의지와 실천적 행동들이 중간에 우여곡절을 거칠지라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북한은 올해 마식령스키장을 중심으로 동해안에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데 착수하였다. 마식령스키장과 국제관광도시로 꾸려지게 되는 원산시를 거쳐 금강산을 연결하는 동해안 관광벨트지구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 대목과 관련해 지난 1차 상봉 때 북측 인사 말이 눈길을 끈다. "마식령스키장은 진짜 잘 만들었다"며 "금강산에서 마식령스키장까지 1시간 반 정도밖에 안 걸린다. 남북 교류가 잘되고 금강산 관광도 재개되면 남쪽 인민들이 금강산을 포함해서 마식령스키장까지 관광하는 것 얼마나 좋으냐. 빨리 그렇게 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을 포함해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얻고자 하는 북한 당국 측 속내가 가장 잘 드러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가장 인도적 차원의 문제지만 북한 정권에 이산가족 상봉은 경제 문제다. 야속하긴 하지만 비난만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듯싶다. 또한 일각에서 북한 처지를 고려할 때 지금 북한을 세게 압박하면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할 수 있다. 북한 체제 속성상 남북 관계 개선이 절실하다 해도 `양보`와 인내심에 한계는 분명히 있다. 분단으로 인한 최대 피해자인 이산가족들 고통을 하루빨리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정략적 접근은 최소화하고, 필요하다면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려는 정부 의지가 필요해 보인다. 더구나 고령 이산가족 문제는 시간과 싸움이 아닌가. 북한이 보다 많은 이산가족 문제에 적극 나서도록 이끌어내려면 어떻게든 북한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경제 문제에 초점을 맞춰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최선책일 것이다. 

               <위 글은 매일경제 2014년 2월 26일(수)자 39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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