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일보 칼럼] 정일근 교수
[경상일보 칼럼] 정일근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4.02.21 09: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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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가고 싶습니다

  ‘무섬’을 아시는지요?, 라는 질문 보다 ‘무섬’에 가보신 적이 있습니까?, 로 묻는 것이 제가 쓰는 칼럼의 정확한 질문이 될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인연이 된 그 섬에 지난 주말 좋은 사람들을 모시고 다시 한 번 다녀왔었습니다. 밝히자면 이번 여행을 무섬으로 정한 사람이 저였습니다.

  신문의 여행 소개, 누군가의 안내나 인터넷을 통해 얻은 정보의 여행은 현지 사정과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신문에서 꽃이 피었다는 소개에 가보면 꽃이 아직 피지 않았거나 이미 지고 없는 경우를 경험한 적도 있습니다. 꽃을 보려면 그 마을에 ‘정보원’을 가지고 있었어야 합니다. 현지인에게 전화로 직접 물어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여행지에 가서 그 지역 문화해설사 안내는 여행지의 지식을 알기에는 좋지만 사실 장점만 강조하는 위주여서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주입이 되기 싶습니다. 소설가 김훈의 말대로 ‘풍경과 상처’를 다보기 위해서, 우리 일행은 현지인의 진솔한 소개를 받았습니다.

  모두(冒頭)가 길어졌습니다만, 무섬은 경북 영주에 있는 섬입니다. 영주시 문수면 수도(水島)리란 행정적인 지명을 가지고 있지만 무섬이란 애칭으로 많은 여행자의 사랑을 받는 곳입니다.

  무섬은 인근 안동의 ‘하회마을’과 같이 연꽃이 물에 떠 있는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섬을 만드는 강물인 내성천이 하얀 백사장을 휘돌아나가며 무섬을 매화가지에 꽃이 핀 형상으로 만드는 명승지입니다.

  이제는 다리가 놓여 연륙이 되었지만 무섬의 전통적인 옛 다리인 외나무다리가 놓여있어 무섬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무섬을 찾는 모든 관광객들은 그 다리를 건너갔다 오며 어린 시절에 배운 김소월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를 합창하거나 흥얼거리게 됩니다. 언제나 맑은 강물이 흐르고 태양의 빛에 따라 금모래가 되고 은모래가 되는 풍경 앞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무섬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무섬이 4대강 사업 이후 오랜 시간 지켜온 풍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4대강 사업으로 내성천에 영주댐이 들어서고 있는데 벌써 영주댐 아래 미림마을 앞 강변은 자갈밭으로 변했고, 댐에서 5km 떨어진 무섬에서도 모래가 쓸려 내려간 후 육지식물이 들어오고 강바닥에 자갈만 남는 ‘장갑화 현상’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섬은 물이 만드는 작품입니다. 내성천은 경북 봉화군 물야면 오전 약수에서 발원해 삼강에서 낙동강과 만날 때까지 106km를 맑게 흐르는 낙동강 상류 지천으로 보기 드문 모래 강이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영주댐 공사로 맑은 물이 끊어진 내성천도 죽어가고 무섬도 벌써 많은 양의 모래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죽어가는 그 섬에 새로 생긴 신풍경은 턱없이 높아진 한옥 민박 가격과 백사장을 요란한 소리로 누비는 대여용 모터사이클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울산의 섬 ‘목도(目島)가 떠올랐습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산읍 방도리에 있는 상록수림의 목도는 이미 울산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져버렸지만 천연기념물 제65호입니다. 1980년대까지 울산사람들의 관광지로 동백섬, 춘도라 불리는 섬이었습니다.

  천연기념물 목도는 사람과 공해가 죽여 버린 섬이었습니다. 사람도 학교도 떠나고 섬만 버려진 채 20여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목도는 문화재청이 생태계 보호를 위해 1992년부터 20년간 목도에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했습니다. 20년이 지나 다시 목도를 만나나 기대했는데 문화재청이 출입 금지기간을 2021년 12월31일까지로 10년을 연장해 30년간 ‘수형의 섬’이 된 것입니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란 최영미 시인의 시를 빌려 말하자면, 자연이 섬 하나를 만드는데 억겁의 시간이 걸렸지만, 사람이 섬 하나 죽이는데도 잠깐인 것 같습니다. 가고 싶습니다. 처음의 모습을 가진 그 섬에.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위 글은 경상일보 2014년 2월 21일(금)자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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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석 2014-02-21 09:35:55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유산들이 사라져 가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낌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