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기고] 박정진 교수
[세계일보 기고] 박정진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4.01.2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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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평화공세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새해 들어 ‘상호 비방 중단’을 요구하는 북한의 거듭된 제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항상 해오던 향후 저지를지도 모르는 도발에 대한 ‘명분쌓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한미연합훈련’인 팀스피리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시 비방을 하고 대응 차원의 무력시위를 벌여왔다. 또한 이산가족 상봉 논의를 위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던 중 2010년 11월23일 연평도를 포격했다. 일련의 행동으로 이번의 상호 비방 중단 제안도 탄도미사일 발사와 추가 핵실험, 이밖에 서해를 겨냥한 분쟁지역화에 초점을 맞춘 북한의 ‘수상쩍은 평화공세’ 쪽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번 제안은 과거와 달라진 국제정세, 그리고 북측의 몇 가지 상이한 대내외적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새해 신년사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북남 사이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언급했다. 이에 대한 신년사의 후속조치와 이행 차원에서 국방위원회는 ‘중대 제안’을 통해 상호 비방 및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 핵 재난을 막기 위한 상호 조치를 제시했다. 그렇지만 미국의 조지 워싱턴호와 핵잠수함이 동원되는 한·미 군사훈련이 지속된다면 북한은 대남 전통문을 통해 자제를 요청했던 점 등으로 미뤄 볼 때 뽑아든 칼을 그대로 넣기는 힘들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화공세의 속셈’은 김정은이 신년사 첫 부분에서 농업·건설 부문의 육성을 강조했듯이 대내 경제 살리기의 어려움을 방지해보고자 하는 의도도 내재돼 있다. 대외적으로는 장성택 숙청 이후 포악해진 김정은정권에 대한 외부의 이미지 개선과 내부의 정치 안정도 그 이유이다. 동시에 중국의 안보적 입장인 ‘한반도 전체 비핵화’, 즉 미사일방어(MD)체계가 없는 비핵화에 동참하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3차 핵실험 이후 소원해진 북·중 관계도 의식한 것이다. 상당히 이례적인 것은 핵 재난 방지 조치를 남북이 논하자고 언급한 것으로, 과거에 도발 일변도였다면 이번은 신년사 이행, 대외정세 안정화의 선제적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이 이런 선전공세를 할 때일수록 더욱 대남 도발 등에 철저히 대비해 안보태세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 한·스 위스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이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변화할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라 경고했다. 결국 핵에 대한 북한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한·미는 동원훈련에만 머물지 않고 MD체계 현실화로 갈 수 있다는 간접 메시지를 보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의 제안을 대하는 태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북한의 ‘중대 제안’을 ‘조건 없는 6자회담 참여’로 보았다. 라브로프 장관은 북한이 진정성을 입증할 선(先)조치를 취해야 하나 6자회담 참가국이 체면에 연연해하지 말고 합의를 추구해야 하며, 중국과 함께 협상을 위해 공조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핵 동원 훈련 및 MD체계가 한반도에 지속되지 않기를 바라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볼 때 가장 좋은 연착륙은 우리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에 북이 호응하고 관계 개선 논의를 위한 발판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바라는 것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물론 핵 문제 해결의 토대도 마련되는 ‘포괄적 관계 개선’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에만 모든 것을 집중하기보다 포괄적 논의를 할 수 있는 당국자 간 고위급 회담을 통해 협상을 위한 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즉 남북 간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필요한 것은 유연한 자세다. 북측도 김정은의 공수부대 훈련 참관 등 ‘양면전술’로 해석되는 행동의 자제가 필요하다. 적대행위의 동시 중지는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

  올해는 한반도 평화 시대를 열어 가는 데 중요한 시점이다. 북한의 속내가 보이는 이 시점에 위기 예방을 위한 첫 단추가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될 수도, 상호 적대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위기가 고조되는 데에는 ‘대응’만이 능사가 아니라 ‘예방’이 현명한 대책이 될 것이다.

             <위 글은 세계일보 2014년 1월 24일(금)자 22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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