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인터뷰] 송민순 석좌교수
[주간조선 인터뷰] 송민순 석좌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4.01.2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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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대륙 세력 대립 땐 희생양 될 수도 외교공간 확대해야”

“생존을 위해서도 우리의 외교적 공간을 확대해야 합니다. 대륙과 해양 세력이 대립각을 이뤄 충돌하면 분단은 고착화되고 한반도가 충돌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1월 14일 만난 송민순(66)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한반도를 둘러싼 지금의 국제 질서가 우리에게 엄중한 도전을 던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송 전 장관은 “격류에 휩싸인 강물에 던져진 판자때기 위에서 어디로 떠내려가는지도 모른 채 우리끼리 싸우고 있는 형국”이라며 “우리가 한반도라는 판자때기만 쳐다보고 있는 동안 다른 나라들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자기들 먹을 것만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대 석좌교수인 송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하반기인 2006년부터 2008년 초까지 외교통상부 장관, 이후에는 18대 국회의원(비례대표·민주당)으로 일했다.
   
   송 장관이 강조하는 동아시아의 격류는 중국의 부상과 이에 맞선 일본의 군사대국화,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이라는 동아시아 기본 질서의 뒤틀림에서 비롯된다. 미·일동맹과 중국의 대립이라는 갈등축이 부각되면서 한국이 외교적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송 전 장관은 “‘우리 외교가 헤어나오기 힘든 질곡에 빠졌다’는 일각의 비관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외교는 총체적 국력의 바탕 위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태생적으로 외교 공간이 좁습니다. 유럽 사람들이 우리한테 ‘자리를 잘못 잡은 큰 나라’라고 말할 정도로 우리는 세계에서 제일 큰 네 나라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나라가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입지를 잘 활용하면 충분히 공간을 넓힐 수 있습니다. 거대한 파이프들은 자기들끼리 자동적으로 붙을 수 없습니다. 거기에는 파이프를 연결시키는 볼트와 너트 등 조인트가 있어야 합니다. 이 조인트 역할을 하는 게 한국 외교의 길입니다.”
   
   송 전 장관은 우리의 입지인 한반도 문제 자체가 우리에게 조인트의 역할이라는 외교적 공간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 핵 문제와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 북한 주민들의 고통 해결 등은 우리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보편적 과제들입니다. 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면 미국과 중국이 연결되고 일본도 따라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엄중한 도전 과제이자 우리의 공간을 확대할 열쇠입니다. 일본의 경우 군사대국화를 추구하는 이유 중 하나로 ‘한반도 유사시’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북한 핵이나 미사일, 그리고 체제 붕괴 시 난민 문제 등을 자기들의 무장 강화 이유로 들먹입니다. 우리는 일본에 대해 그냥 군사대국화하지 말라고 할 게 아니라 한반도에 불이 나지 않게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방 장치를 잘 갖춰 놓았으니까 불자동차와 장비가 더 이상 필요없다며 일본의 명분을 빼앗아야 합니다.”
   
   송 전 장관은 현재 동북아 질서의 기본 축을 흔들고 있는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관련해 “우리 국민이 상황을 최대한 객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입장만을 고려해 한·일 관계만 들여다볼 게 아니라 좀 더 큰 시각에서 상황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송 전 장관은 “일본은 중·일 관계, 미·일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한·일 관계는 부차적인 문제”라며 일본이 군사대국화에 나서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은 지난 20년간 아시아의 맹주가 중국으로 교체돼 오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G2라는 신조어가 나타내듯 자신들이 변방으로 밀려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일본으로서는 이걸 받아들일 수 없는 겁니다. 일본은 미국과 중국의 신형대국관계가 정립되면 일본이 왜소화될 수 있다는 ‘집단적 히스테리’를 갖고 있습니다.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G3가 되어야 한다는 게 일본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G3 추구는 우리에게는 또 다른 외교적 공간을 열어주고 있다는 게 송 전 장관의 분석이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도 불편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일본이 자신들의 우산 안에 머물러 있을 정도만큼의 군사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중동 등 다른 곳에서 힘을 쏟느라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 주는 정도만 원하지 일본이 독자적인 기둥을 아시아에 세우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태평양을 중요한 수역으로 생각하는 미국으로서는 비유하자면 말 잘 듣는 돌고래는 괜찮지만 다른 고래를 공격하는 범고래는 원치 않는 겁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분명 범고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걸 불편하게 생각하는 건 미국과 중국과 한국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의 범고래화에 가장 반발하는 나라가 중국이고, 중국만큼 반발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이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일본이 군사력을 증강하기를 바라는 게 미국이고, 우리는 그 중간쯤에 있습니다. 일본은 어떻게든 한국을 자기 편으로 돌아서게 만들려고 합니다. 국제사회에서 일본과 싸우고 있는 중국도 우리를 자기 편으로 삼아 일본을 압박하기를 원합니다. 때문에 우리의 목소리가 먹힐 공간이 열리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대일외교 복원과 한·일 정상회담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송 전 장관의 주장이다. 그는 “외교는 상대방이 다 차려놓은 자리에 가서 앉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베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역사교과서 독도 문제 등으로 자기가 원하는 자리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엉망으로 자기 그림을 그려놓고 우리보고 거기에 와서 앉으라는 겁니다. 이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그림을 바꾼 후 앉아야 합니다. 외교는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본의 형식에 말려들면 안됩니다. 현실적으로도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마주 앉아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일각에서는 일본의 양식 있는 사람들을 겨냥해 아베를 바꾸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아베는 속도가 문제지 이미 선로에 올라선 기차입니다. 지금 만나봤자 싸움만 합니다.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도 당장 정상회담은 필요없습니다.”
   
   송 전 장관은 “우리는 과격할 필요는 없지만 단호한 입장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과거로부터 단절할 때만 보통국가를 수용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일본의 집단 자위권을 용인하는 데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유엔헌장 51조에는 모든 국가의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보장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으면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다고 유엔헌장 52조에 규정돼 있지만, 53조와 107조를 보면 2차대전 전범국인 일본과 독일에 대한 군사 조치는 안보리 결의 없이도 가능하다고 돼 있습니다. 이 ‘적국조항’이 사문화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취지가 중요합니다. 유엔이 헌장에서 법적으로 독일과 일본에 대해서는 예외적인 조항을 둔 겁니다. 이 중 독일은 과거를 청산했지만 일본은 오히려 과거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일본 보수의 기본 인식은 ‘우리에게 죄가 있다면 전쟁에 진 게 죄’라는 것입니다. 이건 전쟁에 이길 수 있다면 다시 똑같은 짓을 하겠다는 뜻입니다. 아직도 전범을 참배하는 일본이 거꾸로 타국에 대해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유엔헌장의 취지에 반대되는 모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일본의 집단 자위권은 조건부입니다. 과거로부터 단절할 때만 승인할 수 있다는 우리의 목소리를 단호하게 내야 합니다. 유럽이나 호주 등 다른 나라들이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용인해서 우리가 외톨이가 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 나라는 일본에 의해 점령된 적이 없지 않습니까. 일본에 의한 최대 피해국이 한국이고 중국이 두 번째입니다. 당연히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일관성 있게 내야 오히려 힘이 실립니다.”
   
   송 전 장관은 우리가 외교적 딜레마에 빠졌다고 얘기하지만 일본과 미국 역시 현 상황이 딜레마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시간에 가장 쫓기는 건 아베 총리라는 것이다. “아베가 오히려 더 초조합니다. 중국의 부상 앞에서 집단 히스테리를 보이면서 2016년까지 정권을 잡도록 돼 있지만 경제가 받쳐주지 않으면 평화헌법 개정 등 아베의 구상은 실현되기 쉽지 않습니다. 우리로서는 아베가 일단 레일 위에 올라갔지만 속도를 점점 줄이는 쪽으로 유도해야 합니다. 일본이 동남아를 다니면서 일본에 유리한 좋은 소리만을 듣고 있다고 하지만 동남아 국가들도 속내는 다릅니다. 우리하고 얘기하면 다르게 말합니다.”
   
   현재 일본과 중국은 해외 주재 대사들이 총동원돼 해외 유수 언론에 기고와 인터뷰를 하는 등 총력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는 게 송 전 장관의 설명이다. 일본과 중국과의 격돌을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이 둘의 싸움에서 조연 정도의 역할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송 전 장관은 “이 조연이 격돌하는 주연들한테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일종의 ‘독립 조연’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13억~14억의 인구에 맞는 강대국으로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있지만 국제사회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외교행위가 아니라 일종의 군사행위였습니다. 영토문제가 불거지면 어느 나라든 군부의 목소리가 강해지고 이것이 민족주의와 결합하면 위험해집니다. 중국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우리가 독립 조연으로 목소리를 내고, 이를 통해 역내의 불안정성과 갈등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송 전 장관은 “미국 역시 딜레마인 것은 마찬가지”라며 “현재의 상황은 미국에도 아시아 외교의 큰 도전이고 시험대”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일본을 컨트롤하지 못하면 중국이 군사력을 더 강화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미국에도 군사력 강화 필요성을 압박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옵니다. 미국은 현상유지를 원하는 태평양에서 범고래들이 등장하는 걸 원치 않습니다. 결국 일본, 미국, 중국 모두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도 인내심을 갖고 상황을 컨트롤해야 합니다.”
   
   송 전 장관에 따르면, 현재 가장 우려할 만한 상황 전개는 동아시아에서 군비경쟁의 고삐가 풀리는 것이라고 한다. 과거 임진왜란이나 청일전쟁 때처럼 일본의 야심이 동북아의 질서를 결정적으로 흔들기에는 동아시아가 세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한·중·일 간 힘의 관계가 다르고 지구가 좁아졌지만 일본발 군비경쟁 가능성은 크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일본 땅에 발을 디딘 적이 없지만 일본은 만주부터 난징학살까지 중국을 유린한 전력이 있습니다. 뱀한테 한번 물리면 물에 들어가지 못하듯이 중국 입장에서는 일본에 대한 두려움이 분명 있습니다. 공격을 한 쪽보다는 공격을 당한 쪽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합니다. 만약 세계 3위의 경제력을 가진 일본이 군비경쟁에 나서면 2위 경제력을 가진 중국의 군비 확장을 촉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중국은 1년에 1000억달러 이상, 일본은 500억달러의 국방예산을 씁니다. 우리도 이들을 쫓아가느라 300억달러 이상을 쓰는데 이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면 우리로서는 가랑이가 찢어집니다. 또 군비경쟁을 하면 역사적·지정학적 경험으로 봤을 때 한반도가 위험해집니다. 다리 위에서 대포가 왔다갔다 하면 다리만 무너지는 게 아니라 다리 밑으로 포탄이 떨어지게 돼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독립 조연으로 외교적 공간을 확대해 역내 긴장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송 전 장관은 “군비경쟁이 촉발돼 동아시아에서 외교 대신 군사논리가 득세하게 놔두면 안 된다”며 “군은 생리가 승리 아니면 패배 둘 중 하나이고 비기는 게 없다. 자국 외교가 비기는 게임만 한다며 군부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면 동아시아 전체가 위험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아시아에서 외교의 시대가 부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전 장관은 우리의 딜레마로 지적되는 한·미·일 삼각동맹이라는 해양 세력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륙 세력의 맞대결 구도 역시 외교를 통해 희석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한·미·일 삼각동맹은 말 자체가 어렵지만 외교 현장에서는 느낄 수 있습니다. 이건 미·일 동맹, 한·미 동맹이라는 두 개의 실선과 한·일 관계라는 점선으로 엮인 공조관계입니다. 이것이 북·러·중이라는 대륙 세력과 맞부딪칠 경우 한번도의 분단 상황은 큰 틀에서 고착됩니다. 또 하나 우리가 견디기 힘든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데,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목소리가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분단의 원인 제공자인 일본이 군사력을 부활시키며 미국의 용인하에 한반도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은 우리가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결국 송 전 장관이 강조하는 외교적 해법은 해양·대륙 세력의 충돌, 갈등 구조에서 벗어나 한반도를 둘러싼 다자간 안보대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우리가 외교 공간을 확대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송 전 장관의 주문이다. “지금 동아시아는 서로 경제적 의존도는 커지지만 정치 군사적 갈등 역시 커가는 패러독스에 빠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 문제가 갈등 요소로 치달으면 1, 2차 대전 때의 유럽처럼 역내 국가들이 다 죽는다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일종의 공생관계, 상호의존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나토처럼 집단 안보체제 수준은 아니더라도 갈등이 생기면 밖에서 싸우지 말고 다자간 대화 틀 안에서 얘기할 정도는 돼야 합니다. 싸움이 붙을 경우 이 틀에서 먼저 벗어나는 나라는 집단적으로 용인할 수 없다, 먼저 벌을 받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합니다. 중국이 덩치는 크다고 하지만 이런 틀이 갖춰지면 벗어나기 힘듭니다. 중국이 해양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한국, 일본, 필리핀, 호주 등 남태평양 쪽의 민주주의 시장경제 국가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중국도 이들 나라와 집단적으로 맞서서는 견디기 힘듭니다. 동아시아 다자간 대화의 틀을 만들어 역내의 긴장과 대결의 에너지를 감소시키는 것이 한국이 나아갈 길입니다.”
   
   송 전 장관은 과거 정권에서 한국 외교는 이러한 다자간 대화 틀을 만드는 데 노력을 경주한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제가 장관으로 있던 노무현 정부 하반기 북핵 위협도 감소시키면서 역내의 대결과 충돌의 에너지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외교적 노력을 집중했습니다. 미국의 라이스 국무장관과 만나 다자간 안보대화 체제를 가동시키는 데 합의했고 중국도 여기에 공감했습니다. 일본과 북한도 기대하는 상황이었고, 실제 국장급으로 세 번의 대화도 가졌습니다. 이런 동아시아 다자간 대화의 틀은 한국이 주도하기에 적격입니다. 만약 미국이나 중국이 먼저 하자고 나섰으면 서로 의구심을 품고 받아들이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 외교적 노력과 틀은 지난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깨져버렸다는 게 송 전 장관의 지적이다. “노무현 정부가 반미로 비쳐지면서 비판 여론이 일자 이명박 정부는 거기에 대한 정치적 반작용으로 한·미 관계 복원을 외교적 핵심 과제로 삼았습니다. 이것을 과도하게 미는 바람에 한·중 관계는 엉클어져 버렸습니다. 큰 파이프를 연결시키는 조인트를 스스로 빼버린 셈입니다. 저는 노무현 정부 때 한·미 관계가 악화된 것 이상으로 이명박 정부 때 한·중 관계가 악화되었다고 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반미는 어떠냐’는 식의 특유의 반어법을 구사했지만 사실 평택기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미국이 원하는 건 대부분 타협했습니다. 요즘 한·중 관계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이건 이명박 정부에서 망친 걸 정상화한 데 따른 착시현상입니다.”
   
   송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때는 독도 방문, 일본 폄하 등 불필요한 행동과 말로 일본과의 관계도 악화시켰다”며 “외교는 기본 콘셉트가 분명해야 액션 플랜도 제대로 나오는데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른 채 기본 콘셉트도 없이 외교를 했다”고 꼬집었다.
   
   송 전 장관은 “6자회담 수석대표, 대통령 안보실장, 외교부 장관을 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주변국의 상대방에게 우리 문제에 관한 말이 먹히는 것을 느꼈다”며 “한반도 통일이나 동북아 안보체제 같은 핵심 외교는 기본 콘셉트를 짠 후 관련국들과 다각적으로 협의해서 액션 플랜을 짜는 데까지만도 한 2년 정도는 족히 걸리기 때문에 대통령과 장관이 길게 호흡을 맞춰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 글은 주간조선 2014년 1월 20일(월)자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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