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박태일 교수, 시집 발간
[국제신문] 박태일 교수, 시집 발간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4.01.0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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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일(60·사진) 경남대 국어국문과 교수를 지칭할 때 꼭 쓰이는 말이 있다. '열정의 시인'이라는 수식어다. 박 교수는 시인이면서 동시에 부산·울산·경남 지역 문학 연구에 매진하는 학자다. 지난해 근포(槿圃) 조순규(1908~1994년) 선생의 시조 전집 '무궁화'와 1930년대 청년 지도자 활동에 교과서 역할을 한 '소년소설육인집' 두 권을 동시에 엮는 성과를 냈다.

  올해는 더 바쁠 전망이다. 지난달 다섯 번째 시집 '달래는 몽골 말로 바다'(문학동네·8000원) 발간에 이어 여섯 번째 시집이 상반기에 나올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10년간 연구해왔던 지역 문학도 열매를 맺어 올해 여러 권의 저작으로 세상과 만난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다섯 번째 시집 '달래는 몽골 말로 바다'다. 2002년 네 번째 시집 '풀나라' 이후 11년 만에 학자가 아닌 시인의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다. 박 교수는 책 머리 '시인의 말'을 통해 "쉰 살 무렵 내가 나에게 쥐여준 작은 꽃다발이었다, 몽골. 여러 해 내 안에 가두어두었던 그들을 그만 돌려보낸다. 잘 가거라. 다시는 다른 아침, 다른 하늘을 그리워하지 않으리라"고 하며 몽골을 떠나보냈다.

  박 교수는 2006년 2월부터 2007년 1월까지 몽골에서 연구년을 보냈다. 보통 다른 교수들이 미국이나 유럽으로 떠나는 데 반해 박 교수는 누구도 생각지 않던 몽골을 선택했다. 그는 "몽골을 보고 싶었다. 원형의 초원을 간직한 곳이고 아직 자본주의가 뿌리내리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 당시 체험을 바탕으로 2010년 여행기 '몽골에서 보낸 네 철'을 출간했고 3년이 더 걸려 시집을 세상에 선보였다.

  시집은 왜 더디게 냈을까. 박 교수는 "몽골을 내 방식대로 보고 느끼고 싶었다"고 표현했다. 정확하게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의 말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시인으로 박 교수는 공간과 장소에 특별한 사랑을 보여줬다. 이번 시집에서도 몽골의 공간과 장소를 살피고 그 속을 채운 사람들의 삶에 다가갔다. 그리고 점점 자본주의 물결에 휩쓸려가는 몽골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것을 시어로 '몽골의 둥근 슬픔'이라고 표현했다.

  '게르는 둥글다/게르에선 발소리도 둥글다/게르 앞에서 아이가 돌멩이를 굴린다/둥글게 금을 긋고 논다/아이 얼굴도 둥글다/햇볕에 씹혀 검고/마른 꽃을 잔뜩 심었다/아이는 여자로 잘 자랄 수 있을까/더위를 겉옷인 양 걸친 양떼/헴헴헴 게르 앞을 지나간다/슬픔을 둥글게 머금은 아이가/지는 해를 본다'. (사막)

  몽골의 체험을 침잠시켜 둥근 슬픔으로 표현하는데 적지 않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했던 듯하다.

  몽골에서 가장 먼저 쓴 시는 '레닌의 외투'다. 조국 러시아에서 이미 사라져버린 레닌 동상을 몽골의 호텔 앞에서 발견하고 가졌던 단상을 담담하게 끄집어냈다. 시집의 제목 '달래는 몽골 말로 바다'는 '달래'라는 시에서 따왔다.

  박 교수는 올해 예순이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여전히 청년의 열정으로 창작과 연구를 병행하는 활동이 반갑기만 하다. 그의 부지런함 덕분에 독자는 그의 시와 연구를 넉넉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위 글은 국제신문 2014년 1월 9일(목)자 22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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