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사람속으로]김종덕 교수
[경남신문 사람속으로]김종덕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3.12.02 1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신이 먹는 음식 3대 까지 영향"

  “음식에 대해 깨어 있어라.”

   위기인지 몰랐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글을 깨치지 못하는 자를 문맹자라고 한다. 그는 음식을 깨치지 못한 자를 ‘음식문맹자’라고 했다.

   지난 19일 경남대학교 연구실에서 김종덕(60) 슬로푸드(Slow food) 문화원 이사장을 만났다.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올해 연구년으로 수업은 쉬고 있다.

   그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질문에 대한 답은 강의로 바뀌었다. 슬로푸드에 대한 개인수업을 톡톡히 들었다. 그는 중요한 말은 힘주어 말하고 도표와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했다. 그것은 평소 간과했던 음식습관에 대한 질책이기도 했다. “당신이 먹은 음식이 3대의 후손까지 영향을 끼칩니다.” 귀담아듣지 않을 수 없었다.

   슬로푸드 운동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음식의 획일화를 지양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전통적이고 다양한 식생활 문화를 추구하는 운동이다.

   지난 1986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돼 국제적인 운동으로 퍼져나갔다. 우리나라에는 김종덕 이사장이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대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지난 1982년부터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농업사회학의 관점에서 현대 먹을거리의 문제점과 대안식랑체계를 연구했다. 2000년부터 국제슬로푸드 운동에 참여했고, 2000년부터 2003년까지는 국제슬로푸드 시상대회의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 10월 개최된 남양주 슬로푸드 국제대회의 집행위원장을 맡아 대회를 성공리에 끝냈다.

   주요 저서로는 ‘음식문맹자, 음식시민을 만나다’, ‘먹을거리 위기와 로컬푸드’, 역서로는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등이 있다.

  슬로푸드 운동 전도사인 그의 열정적인 강의를 들어보자.

   ▲슬로푸드란 무엇입니까?

   10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땅, 물, 공기, 생물, 다양성, 경관, 전통지식, 즐거움, 관계, 나눔이다. 음식으로 설명하자면 첫째 좋은 음식, 깨끗한 음식, 공정한 음식이다. 건강하고 환경에 무해하고 생산자인 농업인에 대한 배려도 담겨 있는 음식이다.

   운동의 관점에서 보자면 속도와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풍토에 대한 대응이다. 기계의 속도, 산업의 속도가 아니라 사람의 시간, 자연의 시간을 찾자는 것이다. 경쟁과 효율성 추구로 지역의 농업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유전자 조작식품과 대량 생산되는 농산품 등은 지역의 전통음식을 사라지게 만들고 다양성을 죽이고 있다. 세계화 속에 음식도 획일화되고 음식문화 또한 획일화되고 있다. 다양성은 생명의 기본이며 사회의 기본이다.

   성경에 보면 대규모 홍수로부터 다양한 종을 살리기 위해 노아는 방주를 만들었다. 맛의 방주, 곧 슬로푸드이다. 다양한 음식품목, 생물종, 전통음식을 보존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합니까?

   먹는 것은 생명과 건강에 연결돼 있다. 음식은 사람의 몸과 정신을 이룬다. 성격까지도 좌우한다. 3대까지 영향을 끼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식에 깨어 있지 못한 음식문맹자들이다.

   가공식품은 먹지 말라. 지역에 맞는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한다. 다양한 요리를 먹어야 한다. 요리를 못한다면 배워라. 남에게 의존해서 음식을 먹는 것보다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자신이 직접 조리해서 먹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요리에서 멀어지면 소비자는 생산자의 통제 하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싸고 편리한 패스트푸드나 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패스트푸드의 강한 맛에 빠지지 말고 지역의 맛을 찾아야 한다.

   소농은 영웅이다. 땅을 지키는 사람이고 사라지는 영농을 지키는 사람이다. 소농이 무너지면 음식문화도 무너진다. 텃밭이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좋은 먹거리를 만들어 소비자가 곧 공동생산자가 되는 것이다.

   ▲이미 놓여 있는 음식 문화와 환경 속에서 개인이 실천하기 힘든 부분도 있지 않습니까?

   식당의 재료가 잘못됐으면 손님은 항의해야 한다. 음식에 대해 깨어 있는 음식시민이 하나둘 모일 때 사회시스템은 바뀔 것이다.

   소비자가 싸고 편리한 것만 추구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농업은 몰락하고 있다. 유전자조작식품을 보라. 식량을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가격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획일화된 대량 생산체계 속에 소비자는 점점 ‘음식 바보’가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량 생산체계에서 생산자는 소비자를 배려하지 않는다. 가치 있는 음식이 아니라 값싸고 많이 팔리는 음식으로 이윤추구를 좇는 것이다. 지역 식량체계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상생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 체력이 점점 떨어지는 아이들, 그리고 비만과 아토피, ADHD 증후군, 환경호르몬, 항생제 등 현대의 대량 생산 음식으로 야기되는 질병과 문제들이 얼마나 많은가. 좋은 음식은 사회적으로 의료비도 감소시킬 것이다. 슬로푸드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는 이들이 계속 늘어나고 운동이 확산될 때 사회시스템도 변화될 것이다.

   ▲향후 계획은 어떻습니까?

   이탈리아 슬로푸드 생물다양성 재단은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생산됐으나 멸종위기에 있는 식품 및 식품의 생물종을 보호하기 위한 재단이다.

   올해 슬로푸드 문화원은 우리나라 생물종 8가지를 등재시켰다. 진주의 앉은뱅이 밀, 제주의 푸른콩과 콩장, 울릉군의 칡소 등이다.

   향후 생물다양성재단에 우리나라의 생물종을 1년에 10개 이상 등재시킬 계획이다. 전국적으로 슬로푸드지부는 창원지부를 포함해 27곳이 있다. 2~3년 안에 50개로 늘려 슬로푸드 운동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위 글은 경남신문 2013년 11월 29일(금)자 5면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