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론] 송민순 석좌교수
[한국일보 시론] 송민순 석좌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3.11.2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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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협상의 교훈

   북한 핵문제와 함께 지난 10여 년간 소용돌이쳐온 이란 핵문제 해결의 긴 과정이 시작됐다. 초기 단계로 우라늄 농축 순도를 5% 이하로 제한하는 대신 이란의 해외 자산동결 등 제재 일부를 1차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당연히 미국과 이란 간 관계도 회복될 전망이다. 북핵 협상에도 참가하는 미ㆍ중ㆍ러 등과 이란 외교장관의 협상 타결 기념사진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첫째, 북한의 핵ㆍ경제 병진정책은 비현실적임을 보여 준다. 이란은 북한에 비할 수 없을 만큼의 자원 등 경제 여건을 갖고도 대외고립 속에서는 국민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금번 협상 타결의 주역인 온건파 로하니 대통령이 선출된 배경의 하나이기도 하다.

   둘째, 북한이 이란과 달리 NPT(핵확산금지조약)체제 밖에서 이미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다고 해서 협상을 통한 해결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최선은 북핵의 완전 폐기이고 다음은 이란처럼 일단 핵 개발 진전을 중단시키는 것이며 최악은 지금처럼 사실상 방치하는 것이다. 북한과의 핵 협상은 시간만 벌어 줄 뿐이라는 비판 만으로는 해답이 될 수 없다.

   셋째, 북핵이 국제정치 공간에서 이란 같은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고 해서 위험도 자체가 낮은 것은 아니다. 북한 정권의 속성과 핵 개발 능력에 비추어 오히려 그 반대이다. 협상을 통한 해결 가능성의 바닥을 보기 위해서라도 한국과 중국 등이 미국과 유럽이 이란 핵 문제에 보이는 이상의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북한과 이란의 사정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점이 많다. 이란은 중동에서의 정치적 위상과 석유와 가스 자원으로 세계 정치경제에서 북한과 비교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친다. 그 만큼 해결 방식도 어렵다. 또한 북한은 이란과 달리 후견인 즉, 중국에 대한 의존이 높기 때문에 결정적 단계에서는 외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북핵 문제가 이란보다는 협상에 의한 해결 가능성이 높음에도 지금의 형국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 2005년 6자회담에서의 9ㆍ19 공동성명 채택 후 위폐 문제를 둘러싼 대북 금융제재와 1차 핵실험, 검증의정서 채택 시점 이견으로 인한 회담의 좌초, 그리고 2,3차 핵 실험으로 북핵 문제는 덧난 상처와 같이 아물기 힘들게 되었다.

   그러나 이란과의 합의가 향후 6개월간 임시동결 등 초기 잠정 조치에 한정하고 있는 데 비해, 9ㆍ19 공동성명은 최종 결과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합의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성명에서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 한다"고 공약했다. 설사 핵무기를 갖게 되었다 하더라도 당연히 포기할 의무가 있다. 또한 "남북 비핵화공동선언(핵 재처리와 농축의 금지)은 준수ㆍ이행되어야 한다"는 데 합의했기 때문에 논란 대상으로 떠 오른 우라늄 농축 시설도 분명히 포기대상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도 중국과 북한을 포함한 모두가 이 조항들을 포함한 공동성명의 이행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덧난 상처로 인해 곪고 보기 흉하다 해도 치유하면서 공동성명의 이행과정에 다시 진입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마침 중국이 주변 안정과 대미관계 관리 차원에서 6자회담 재개에 나서고 있다. 반면 미국은 실패한 것으로 비판 받고 있는 대북 협상의 재개가 역점 사업인 이란문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정치적 관점에서도 외교적 투자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개연성이 있다. 그래서 지금 미국은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해서 회담의 예상 결과물을 미리 내놓을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상 미국과 중국의 손에 맡겨두어서는 그런 해답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협상 타결 직후 오바마 대통령은 만약 이란이 이행 중간에 약속을 어기면 다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란이 뒤로 돌아가면 미국도 돌아간다는 것이다. 유사한 방식을 북한에도 원용하여 북핵 폐기와 북ㆍ미 수교 같은 큰 걸음의 설계에 대해 합의하고 중국이 이행보증을 서는 길을 한국이 고안해 보기 바란다.

<위 글은 한국일보 2013년 11월 26일(화)자 29면에서 발췌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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