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촉석루] 김경복 교수
[경남신문 촉석루] 김경복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3.11.0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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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것은 지는 것이 아니다

   사는 일이 지쳤을 때 우리는 돌아가는 것을 생각한다. 돌아감의 대상은 하루의 일과로 볼 땐 집일 터이지만, 도시의 삭막하고 무료한 일상을 염두에 둘 땐 고향과 고향의 부모일 것이다. 돌아간다, 돌아간다! 속으로 뇌까리는 이 말은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고, 언젠가 자신의 삶을 그것으로 완성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그런 점에서 주문(呪文)과 같이 되뇌는 이 말은 지치고 상처받은 존재에게 제 영혼을 쉴 수 있게 하는 곳으로 가고자 하는 소원이자 간절한 본능이다.

   그럼 우리는 무엇 때문에 돌아가고자 하는 것일까? 그것은 현실이 너무나 큰 결핍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물질적 궁핍에서부터 정신적 피로와 강박은 나날의 삶을 메울 수 없는 큰 허망함으로 남게 한다.

   마음의 여유는 그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그것은 바로 성과지상의 가치에서 자신을 끊어내는 일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현실에서 쉬이 되는 일이 아니고, 무엇보다 자신을 객관화해 바라볼 수 있는 힘과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를 갖춰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흔히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하지만 그것이 일상 속에 붙잡혀 사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결단을 내리고, 그것을 실천한 사람은 있다. 삭막한 도시 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로망이 되는 사람들이다. 그런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중국 진 (晉)시대 시인 도연명이 아닐까? 도연명은 바로 이와 같은 마음을 품었기에 벼슬도 다 버리고 “돌아가자/ 전원이 황폐해져 있는데/ 왜 아니 돌아가는가” 하고 ‘귀거래혜사(歸去來兮辭)’를 읊었다. 또 그는 ‘무릉도원’이란 이상향을 만들어 인류에게 꿈을 꾸게 했다.

   그러므로 돌아가는 것은 지는 것이 아니다. 돌아가는 것은 근원을 탐색해 또 다른 생의 충전을 기할 수 있는 것이기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를 보면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할 일이 참 많다는 점에서 이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위 글은 경남신문 2013년 11월 1일(금)자 22면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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