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경남시론] 정일근 교수
[경남신문 경남시론] 정일근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3.09.1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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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보름달이 둥근 이유처럼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다문화 가정’을 이룬 분은 가락국의 수로왕입니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따르면 수로왕은 건무 24년 무신, 즉 서기 48년에 바다를 건너온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을 만나 최초의 국제결혼을 합니다. 물론 역사서가 아닌 설화로 전해오는 이야기지만, 가락국인 경남 김해에서 다문화 가정을 이룹니다.

   말하자면 김해가 우리나라 최초의 다문화 도시며, 경상남도 또한 다문화 지역의 효시인 셈입니다. 김수로와 허황옥의 국제결혼이 있었던 AD 48년 이후 20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최근 김해 서상동에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서상동 일대에 다문화가 번성한 것을 보고 역시 김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해 서상동에는 다양한 다문화 상권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20여 개 국가의 이름을 가진 식당들이 즐비하고 얼굴색과 머리색이 다른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곳이 ‘김수로왕-허왕후’ 커플의 국제결혼이 상징하는 다문화가 AD 48년 이후 지금까지 여전히 활발한 ‘현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락국기에는 허왕후를 따라온 결혼한 신하 두 명과 20여 명의 노비가 있었습니다. 이들이 허왕후와 함께 가락국에 머물렀으니 역사에 남지 않았지만 그들이 가정을 꾸려 김해에서 다문화는 계속 진행되었을 것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국민의 74.7%가 한국을 다문화 사회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어디서든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근로자를 쉽게 만날 수 있는 현실을 대변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다문화가족 인구 추정치’를 보면 2009년 27만2613명에서 2020년에는 74만3416명으로 증가하며 2050년에는 216만4886명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땐 창원시 크기의 광역시급 도시 2개를 만들 수 있는 인구가 다문화 가족을 이루고 산다는 것입니다.

   다문화는 이제는 거부할 수 없는 큰 흐름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다문화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여전히 불편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외국인에게는 호의적이면서 다문화 가정에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건 21세기 들어 다문화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힘든 뿌리내리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다문화가 한국 사회에 뿌리를 튼튼히 내리고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도록 세심한 지원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사정보다 미숙한 한국어에서 오는 것입니다.

   소통을 위한 배려를 우선하는 정책이 선행되고 강화되길 바랍니다. 현재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5만여 명의 다문화 가정 자녀가 상처 없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적인 배려 또한 필요할 때입니다.

   하동군이 10월마다 가지는 ‘평사리 문학제’에서 올해는 ‘다문화 백일장’을 연다고 합니다. 외국에서 시집온 어머니와 자녀들이 함께 참여해 장원을 하면 출신국이 어디든 고향을 다녀올 수 있는 왕복항공권을 부상으로 내놓는다고 합니다.

   한글이 한국인의 글이라면 다문화 가족들도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게 하는 이 백일장을 접하고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0월에 지역축제가 줄을 잇고 있지만 다문화 가정을 위한 의미 있는 행사가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었으나 하동군의 이 백일장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다문화 가정이 만들어져도 외국인 아내의 경우는 배우자의 이혼 강요, 경제적인 갈등(42.2%) 등으로, 한국인 남편의 경우 아내의 가출 (32.1%)로 이혼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경상남도는 우리 경남이 가락국 시절부터 ‘다문화의 본향’이라는 생각으로 이를 특성화하는 정책을 가지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곧 팔월 한가위입니다. 올 한가위에는 보름달이 다문화 가정에도 환하게 비추길 기대합니다. 보름달이 둥근 이유처럼, 우리 사회 누구에게나 행복하고 즐거운 한가위 명절이 되길 바랍니다.

<위 글은 경남신문 2013년 9월 16일(월)자 23면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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