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론] 송민순 석좌교수
[한국일보 시론] 송민순 석좌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3.09.1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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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권 없이 신뢰프로세스 가능한가

   현 정부 대북정책 근간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간 신뢰형성과 관계발전을 통해 평화정착과 통일을 지향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목표 달성에 집착하기 보다는 신뢰구축과정을 다지면서 나아가겠다는 바람직한 접근이다.

   하지만 이 프로세스가 갈 길은 험난하다. 지금처럼 우리 군에 대한 평시, 전시 작전권 모두 사실상 미국이 행사하는 상태에서는 더욱 어렵다. 신뢰는 상대의 의지뿐 아니라 권능이 확인될 때 가능하고, 남북간 신뢰의 알맹이는 군사 분야에 있는데, 자기 군 작전에 온전한 결정권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의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검증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그래도 북한은 자기 행동을 결정할 권능을 갖고 있다. 반면 우리는 의지는 분명하지만 권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늘 의문시 되어왔다. 작전권과 강한 군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불가결의 조건이다.

   군은 확고한 주인의식을 갖고 장비뿐 아니라 군사력 운용 전반에 대해 고심하면서 작전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시험과 훈련을 통해 수정 보완을 거듭할 때 강군으로 발전한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 군은 작전지휘통제의 핵심요소인 육ㆍ해ㆍ공군 통합 지휘통제시스템(KJCCS)등 필요자산을 개발하여 2006년부터 운용하면서 한미 연합훈련도 주도해 왔다.

   이에 앞서 한미 양국은 수년에 걸쳐 한반도 안보상황과 한국군의 능력추이 등을 체계적으로 검토한 후 2012년에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한국에 전환키로 2007년 합의했다. 어느 일방의 요청이 아니라 양국 공동의 필요와 군사적 판단에 따라 '한국군 주도- 미국군 지원'의 미래형 동맹 구축을 합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후 전작권 전환시기를 2012년에서 2015년으로 연기했다. 당시 우리 국방부는 "한미 양국군은 2012년 전작권 전환을 충실히 준비해 왔으며, 한국군은 연합방위를 주도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금번 연기는 양국 지도자의 정치적 결단에 따른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군사문제에 정치논리가 앞선 것이었다.

   북한 핵 요인은 한미간에 작전권 전환을 논의하기 시작한 1990년부터 깊이 고려되어 왔다. 2007년 합의는 이미 핵실험을 감행한 북핵 실상을 직시하면서 나온 것이다. 북핵에 대한 억지력은 작전권과 관계없이 미국의 핵 확장억지 태세에 따라 유지된다. 한미는 조약 동맹국(Treaty Allies)이다. 선언적 동맹이 아니다. 이런 동맹의 효력 자체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면, 아무리 미국이 작전권을 갖고 있어도 의미가 없다.

   "한국군의 능력에 비추어 늦어도 2009년 말이면 충분하다. 물론 미군이 계속 지원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이 요청하지 않는 한, 미군은 먼저 떠나지는 않는다. 전시작전통제권 때문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한국군 일각에서 미국 수준의 첨단 군사자산(Military Assets)을 가져야만 작전을 지휘통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있다. 그런 나라는 지구상에 미국밖에 없다." 전작권 전환 시기가 구체적으로 논의되던 2006년 가을 미군 수뇌부가 우리 측에 밝힌 요지다.

   2009년에서 2012년으로, 다시 2015년으로 늦추었는데, 지금 와서 북핵 위협이 없어지거나 미국수준의 능력을 가질 때까지 연기하자는 것인가? 북핵 문제는 한반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끝나지 않을 텐데.

   미국은 지금 의존형 동맹이 아니라 스스로 군사작전의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 강한 동맹 한국을 필요로 한다. 2015년 전환을 재확인하여 강군을 육성하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자신 있게 추진해야한다. 그래야 한미동맹도 강화하고 북핵 해결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 이제 정책의 간판에 맞는 실체를 갖추어야 할 때이다.

<위 글은 2013년 9월 12일(목)자 29면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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