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인 올림픽 사격 사상 첫 3관왕 최수근
농아인 올림픽 사격 사상 첫 3관왕 최수근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3.08.1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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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대회선 사격 구령 안들려 옆 선수 눈치보고 쏘기도"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들을 순 없다. 탕탕 울리는 총성도 그에게는 그저 작은 울림뿐이다. 그러나 농아 사격선수 최수근(30ㆍIBK기업은행)은 느리지만 천천히 장애의 벽을 뛰어넘고 있다.

  최수근은 지난 2일(한국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2013년 소피아 농아인올림픽 남자 사격에서 3관왕(50m 복사, 10m 공기소총, 50m 3자세)에 올랐다. 그는 농아인올림픽 사상 최초로 사격 3관왕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어린 시절 열병으로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된 최수근은 청각장애 2급 판정을 받았지만 그를 그저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사격 선수라고 착각하면 큰 오산이다. 조금은 어눌하지만 자신의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하고 상대의 입모양을 보면서 말하는 것을 이해한다. 무엇보다 비장애인을 포함해 10m 공기 소총 부문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명사수다.


힘들게 시작한 사격, 어머니의 헌신

  일반적으로 농아인의 경우 수화를 잘 하지만 최수근은 수화를 완벽하게 하지 못한다. 그는 어머니 허정분(63) 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속에 초중고 모두 정상 학교를 다녔다. 최수근이 처음 사격을 시작하게 된 것은 동원중 1학년 때다. 교내에 사격부가 있던 것을 보고 어머니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는데 그 또한 쉽지 않았다. 허정분 씨는 "사격이 아무래도 위험하다 보니 학교에서 쉽게 허락해주시지 않았던 것 같다"며 "10여 차례 교장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사격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벽은 분명 존재한다. 최수근은 힘든 시절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사격이 너무 재미있어서 힘든 게 없었다"고 말했지만 처음에는 장애인이라는 편견을 극복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항상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을 지닌 최수근은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마음 속에 담아두지 않고 그의  취미인 영화 감상이나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

  뛰어난 손재주와 남들보다 뛰어난 집중력을 갖고 있던 최수근은 당시 동원중 박재식 사격부 감독의 도움 덕분에 일취월장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무수한 사격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고교를 졸업할 때 경남대 사격부로부터 장학금 전액을 포함한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 2005년 IBK기업은행 사격단에 들어갈 수 있었다.


느리지만 천천히, 인내가 만든 태극마크

  최수근은 아무래도 정상인에 비해 이해하는 것이 조금 느릴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것이 그를 더욱 강하게 했다. 어머니와 함께 소속 팀 IBK기업은행도 꾸준히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IBK기업은행 사격단의 황의청 감독은 "수근이의 경우 빠르게 습득하는 속도는 늦었지만 장애를 극복해가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특별함을 통해 계속 한 단계 뛰어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수근은 농아인 국가대표를 떠나 정상인과 비교해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비장애인 런던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공기소총 10m 최종예선 1위에 올랐지만 한국이 이 종목의 출전 쿼터를 획득하지 못해 아쉽게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황 감독은 "쿼터는 대표팀에서 따야 하는 것인데 출전하지 못해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2011년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뽑혔던 것을 꼽았다. 최수근은 "대표팀에 뽑혔을 때 (정말)좋았다"는 말을 반복했다. 현재 국가대표인 최수근은 오는 10월 달에 중국 텐진에서 열리는 동아시안 사격선수권대회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농아 선수 돌보는 지도자 되고 싶어"

  최수근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연습을 잘 하고도 막상 대회에 나가 긴장이 돼 시작 구령을 듣지 못해 총을 쏴야 할 타이밍을 잡지 못한 적도 많다. 농아 올림픽의 경우 신호로 표시되지만 일반 대회의 경우 구령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잘 들리지 않는 최수근으로서는 옆 선수 눈치를 보며 쏴야 할 때도 있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사격 종목 특성상 장애를 가진 최수근이 처음부터 잘 해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젠 특수 보청기를 사용하고 수 많은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극복해냈고 국가대표에 뽑혔을 정도로 높은 단계에 이르렀다.

  최수근에게 단 하나의 꿈이 있다면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자신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을 위해 지도자가 되어 가르침을 전해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겪었던 힘든 일들이 떠올랐는지 "(지도자가 되면)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싶다"고 했다. 이어 "수화도 가르쳐 주고 싶다" 라고 덧붙였다. 최수근은 마치 본인이 지도자가 되어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 마냥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최수근은 이제 2016 브라질에서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그는 "브라질에 꼭 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수근의 꿈처럼 그가 장애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사로에 나란히 서서 메달을 목에 거는 것도 꿈이 아니다.



최수근 선수는

▶생년월일 1983.1.19 ▶신체조건 176㎝, 70㎏ ▶출신교 동원중-대구공고-경남대▶소속 IBK기업은행▶주종목 사격 10m 공기소총▶수상 경력▲제22회소피아 농아인올림픽대회 사격 남자 3관왕(50m 소총복사,50m 소총 3자세, 10m 공기소총)(2013)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 남자 3자세 개인 은메달, 단체 금메달(2013) ▲제33회 전국 실업단 사격대회 남자 50m 복사 금메달(2013)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 남자 10m 공기소총 개인 은메달, 단체 금메달(2012) ▲제21회 타이베이 농아인올림픽대회 사격 남자 10m 공기소총 은메달(2011) ▲제21회 타이베이 농아인올림픽대회 사격 남자 50m 소총 3자세 은메달(2011) ▲체육훈장 거상장(2005) ▲제4회 21세기를 이끌 우수인재상(2005) ▲제20회 멜버른 농아인올림픽대회 사격 남자 10m 공기소총 금메달(2005) ▲제19회 로마 농아인올림픽대회 사격 남자 10m 공기소총 금메달(2001)

  

 

< 이 기사는 한국일보 2013년 8월 17일자 27면에서 발췌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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