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EE칼럼] 임을출 교수
[에너지경제신문 EE칼럼] 임을출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3.07.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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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와 새로운 남북경협 시대
   

   90일 넘게 폐쇄된 개성공단이 단순 재가동이 아닌 ‘발전적 정상화’를 향해 순조롭게 나아갈지 주목되고 있다. 남북 양측은 지난 6~7일 무박 2일로 치러진 실무회담을 통해 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개성공단을 발전적으로 정상화해나간다는 데 인식을 공유하는 합의문을 내놓으면서 개성공단의 재가동을 향한 힘겨운 첫걸음 뗐다.

   북한의 일방적인 통행제한과 공단 폐쇄 등의 조치가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하지만 일단 원칙적으로 공단 재가동을 위한 시동을 건 셈이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북한의 과거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성공단의 미래발전 목표와 방향을 공유하고, 이를 위해 남북한이 지속적으로 협력할 가능성이다.

   만약 남북한이 상식과 국제적 규범에 맞는 합의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합의가 잘 지켜지면서 신뢰가 쌓인다면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경협은 물론 남북관계 전반의 획기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북한이 정치군사적 이유로 통행을 일방적으로 차단하거나, 근로자를 철수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약속한다면 이는 정경분리 원칙의 실질적 정착을 예고하는 것으로서 국내외에 있는 현재적, 그리고 잠재적 북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결정적 조치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남북경협의 새로운 도약이 이뤄질 수 있다. 현재 집권 2년차를 맞고 있는 김정은 정권은 핵개발을 과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경제발전에 거의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올 상반기에 모두 95회의 현지지도 활동을 벌였는데 이 가운데 28회가 경제분야에 집중되었다. 경제특구를 확대 개발하고, 마식령 스키장 등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하고 여기에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대내외 긴장된 정세가 완화된다면 신의주경제특구도 발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 5월 29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제정공표한 경제개발구법에는 공업개발구, 농업개발구, 관광개발구, 수출가공구, 첨단기술개발구 같은 경제 및 과학기술 분야의 다양한 개발구 유형들을 제시하면서, 특히 경제개발구에서 하부구조건설 부문과 첨단과학기술 부문,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은 상품을 생산하는 부문의 투자를 특별히 장려한다고 밝혔다.

   더 주목할 대목은 지난 3월 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각 도에 경제개발구를 만들어 특색을 가지고 발전시켜야 한다”라고 밝힌 만큼 각 도.시.군 차원의 경제개발구 계획이 속속 나올 것이라는 점이다. 즉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 될 경우 장기적으로 북한 전역에 경제특구가 들어서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북한이 정치군사적 문제와 경협을 분리하는 의지를 보여주고, 이를 뒷받침하는 국제규범을 수용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든다면 북한에 대한 투자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효과를 거두게 되는 것이다. 사실 북한은 2011년 11월~12월 합영법(1984년 처음 채택)을 개정한 것을 비롯해 외국인투자법, 합작법, 외국인기업법, 토지임대법, 외국인투자은행법, 외국인투자기업파산법, 외국인투자기업등록법, 외국인투자기업재정관리법, 외국인투자기업회계법, 외국인투자기업로동법 등을 국제사회의 변화된 추세와 규범 등을 나름대로 반영해 잇달아 개정해왔다.

   남북 간 경협에도 국제규범의 도입은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시대적 요구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새로운 남북협력 모델을 모색하는 데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과제는 정치적 환경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협력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남북협력사업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약속이 뒷받침되어야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 정치지도자들의 정치적 결단과 이를 지지하는 적절한 여론이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이를 준수해 나갈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협력모델을 통해서 남북한 사회가 서로를 향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통일을 향한 동반자라는 믿음과 신뢰를 구축해 가는데 관심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큰 틀에서 볼 때 현재 남북관계는 초기적 단계를 넘어 질적 전환을 위한 과도기적 진통의 단계로 볼 수 있다.

   양적 발전과 상징적 의의가 중요했던 초기 남북경협시대에 비해 현 단계의 경우 지속가능한 협력모델의 구축을 위한 창의적인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위 글은 에너지경제신문 2013년 7월 10일(수)자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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