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역대 남북장관급회담 대표 인터뷰① 박재규 총장
[경향신문]역대 남북장관급회담 대표 인터뷰① 박재규 총장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3.06.08 1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싸움 같은 것 하지 말고… ‘불씨’ 살려 정상회담 논의도 끌어내야”

   박재규 경남대 총장(69·전 통일부 장관)은 7일 박근혜 정부에서 첫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열리는 것을 두고 “기싸움을 한다든지, 편협하게 하지 말고 대승적 차원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구상과 큰 그림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이날 서울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 있는 총장 접견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번 회담이 남북 상호 간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총장은 이어 “북한이 핵·경제건설 병진노선을 바꾸지 않는다면 (남북관계의) 상당히 큰 발전을 기대하는 것이 성급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박근혜 정부가 북한에 핵 문제를 계속 설득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상당한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70년대 초반부터 북한을 연구해 ‘북한학 1세대’로 불리는 박 총장은 1999년 12월부터 1년3개월간 통일부 장관을 맡아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준비작업을 총괄했다. 정상회담 뒤에는 제1~4차 남북장관급회담의 남측 수석대표로 활동하며 후속작업을 이끈 남북 고위급 대화의 증인이다.

   - 북한이 당국 간 회담을 제안한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박근혜 정부는 시종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고 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끝난 이후 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예측했듯이, 지난달 한·미에 이어 이달 미·중,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긴장 고조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제안은 단순한 회담 제의가 아니라 최룡해 특사 방중 이후 대화 추진 방침에 따른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핵개발·경제발전 병진노선을 선언해 방침을 명확히 한 후 중국과 핵 문제 등 한반도 평화 문제를 논의했다. 북한은 또 미·중 정상회담 직전에 남북 회담을 제의했다. 미국과 중국의 공통 관심사가 한반도 비핵화인 점을 감안, 미·중 회담에서 혈맹인 중국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등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탈피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대외환경 개선 조치로 판단된다.”

  - 박 대통령의 일관된 대북 입장이 북한을 움직였다는 평가에 동의하나.

   “박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과 원칙이 북한을 움직이게 한 면이 있다. 또 미·중이 지속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 대화를 주장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 정부가 12일 서울에서 장관급 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회담의 시기와 방식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가.

   “오랫동안 남북이 회담 의지는 있었고, 박근혜 정부가 줄곧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문제를 분리하는 실무회담보다 포괄적인 당국 간 회담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이것을 받아들이면서 장소·시기를 모두 남쪽이 정하라고 맡긴 것은 파격적이라고 볼 수 있다. 현안에 국한한 실무회담보다 장관급 회담으로 격상한 당국 간 회담을 제기한 것은 매우 설득력 있고 적합한 조치다.”

  - 과거 장관급 회담을 준비했던 경험으로 볼 때 이번 회담 일정이 촉박해 보이지 않나.

   “과거 장관급 회담과 달리 상대적으로 준비가 수월한 회담이라 생각한다. 내 경험에 의하면 남북이 어떤 회담이든 무슨 의제를 올릴 것인지 서로 잘 얘기하지 않는다. 장소와 시기, 대표단 구성을 협의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이 과정에서 힘이 빠진다. 이번에는 장소와 시기를 우리 측에 위임했고, 의제는 북측이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3가지를 제기했다. 북측이 9일 실무회담을 하자고 한 것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회담 실무자들이 준비하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또 실무회담에서 많은 부분들이 상호 조율될 것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 남북이 이번 당국 간 회담을 어떻게 임해야 한다고 보는가.

   “새 정부 들어 당국 간 첫 회담이니만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열어가는 과정에서 첫 삽을 뜬다고 생각하고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이번 회담이 3가지 의제만 해결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불씨를 더 살리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장관급 회담도 신뢰를 쌓는 차원으로 발전적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더 잘되면 남북정상회담 논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번 회담이 남북 상호 간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서두르지 말고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 기싸움을 한다든지, 편협하게 하지 말고 대승적 차원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구상과 큰 그림을 갖고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 당국 회담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의제는 무엇이 될까.

   “3가지 급박한 문제를 풀기 위한 회담인 만큼 일단 여기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요구하는 경제적 협력과 우리가 요구하는 안보 문제, 즉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문도 열어두는 방식으로 가면 남북 모두가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남북 장관급 회담과 실무회담에서 핵 문제를 공식 의제로 삼기란 굉장히 어려운 게 아닌가 생각한다.”

  -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 확대 발전을 위해선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견고한 입장을 갖고 있는데.

   “북한은 경제발전과 핵무기 개발을 진전시키는 병진정책이 확고하다고 주장한다. 핵은 가능한 한 평화통일이 될 때까지 지키면서 가능하다면 남측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획기적으로 북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남북관계의) 상당히 큰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도 6자회담 틀 속에서 핵 문제 해결을 계속 설득해 가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박근혜 정부로서는 상당한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가 북측의 당국 간 대화 제의를 수용한 것은 이번 회담을 핵 문제와 연계하지 않고 우선 관계 개선을 한 후에 비핵화와 관련해 설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이번 회담을 계기로 박 대통령의 대북 구상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보는가.

   “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상은 인내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현실성 있고 균형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가동을 앞둔 탐색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북측도 우리의 구체적 구상과 의지 등에 대해 매우 궁금해하고 확인하려 할 것이다. 우리 대북정책 구상을 소상히 설명하고 북측을 이해시키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위 글은 경향신문 2013년 6월 8일(토)자 4면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