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인터뷰] 윤대규 부총장
[중앙일보 인터뷰] 윤대규 부총장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3.05.2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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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신성장동력으로 … 난 좌·우파 아닌 '국익파'

『북한에 대한 불편한 진실』 낸 윤대규 경남대 부총장

   “동양사상의 정수인 불교와 유교가 가장 화려하게 꽃을 피운 곳이 한국입니다. 서양사상의 원천 중 하나인 기독교가 동양 문명권 내에서 가장 번창한 곳도 한국 아닙니까. 한국은 동서양 사상의 변증법적 통합을 통해 동서양을 포괄하는 새로운 사상이 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토양을 지니고 있어요.”

 종교인의 말이 아니다. 지난 30여 년간 법철학과 법사회학, 그리고 북한법을 연구해온 윤대규(60) 경남대 부총장의 얘기다. 그는 지난주 『북한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란 173쪽짜리 책(한울 아카데미)을 펴냈다. 문명의 중심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이동하는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아 한국은 세계의 중심국가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음에도 ‘북한 문제’라는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해 타고난 장점을 살리기는커녕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는 절절한 안타까움이 책 곳곳에서 묻어난다.

   윤 부총장은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기대어 북한의 움직임에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해온 것이 정전 60년이 되도록 북한 문제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 이유”라고 지적한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 근거하기보다 희망과 기대를 바탕으로 대북정책을 수립하다보니 실효성도 없고, 지속가능성도 없었다는 얘기다.

 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받아들여야 할 가장 중요한 ‘불편한 진실’은 중국이 허용하지 않는 한 북한 체제는 붕괴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최근 중국이 보여주고 있는 표면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가까운 장래에 중국이 북한을 버릴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하거나 이를 목표로 하는 대북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 체제를 인정하고 북한의 생존을 전제로 하는 정책만이 대북정책으로서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책에서 그는 북한 핵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촉구한다. 북핵 문제와 남북 문제의 연결고리를 과감하게 끊자는 것이다. 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이 직접 북한과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핵 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미국에 명분과 동력, 그리고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을 우리가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핵 문제의 덫에서 빠져나와 남북관계 진전과 같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역량을 집중하면 우리가 남북관계를 주도하면서 이룰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얘기다. 남북간 교류협력 확대를 통해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고, 북한의 남한 의존도를 높여 북한의 경제 수준 향상과 도발 억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남북간 체제 경쟁은 이미 끝났다”면서 “핵무기보다 강한 평화의 무기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로써 북한 문제를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체제 경쟁에서 승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북한 방송과 출판물 전면 개방, 북한 여행 자유화, 개인의 대북 투자 허용 등 파격적인 조치들도 그는 제안했다. 경협을 통한 군사적 긴장 완화 방안도 내놓았다. 예컨대 개성-신의주 간 고속도로를 건설해주는 대신 서울에 가장 위협적인 장사정포를 사정거리 밖으로 후퇴시키는 ‘빅딜’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북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국익의 관점에서 북한을 신성장동력으로 활용해 국가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을 좌파도, 우파도 아닌 ‘국익파’로 규정한 윤 부총장은 “이제는 보수, 진보의 이데올로기적 접근에서 벗어나 국익의 관점에서 북한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명박 정부 5년처럼 박근혜 정부에서도 남북 경색 국면이 이어진다면 우리의 국익은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이므로 자신감을 바탕으로 북한과의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위 글은 중앙일보 2013년 5월 21일(화)자 26면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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