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금요칼럼] 장동석 교수
[경남신문 금요칼럼] 장동석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3.04.2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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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관련 위험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자

   카지노에서 룰렛게임 중 홀짝 게임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예를 들어서, 홀이나 짝에 1만 원의 판돈을 걸어서 맞추면 건 돈 1만 원과 배당금 1만 원 총 2만 원을 받고, 틀리면 걸었던 1만 원을 잃는다. 즉, 2분의 1의 확률로 게임에서 이겨서 내기 돈을 두 배로 만들 수도 있고 전부 날릴 수도 있다(실제로는 한국 카지노에서 쓰는 미국식 룰렛의 홀짝 게임 승률은 2분의 1이 아닌 38분의 18이다).

   그런데 지난 여섯 번의 게임 결과를 살펴보니 모두 짝이었다. 짝, 짝, 짝, 짝, 짝, 그리고 또 짝. 자 이제 일곱 번째 게임에서 홀에 걸 것인가 아니면 짝에 걸 것인가?

   홀에 거는 것이 유리한 것 같다. 그간 여섯 번이나 연속해서 짝이 나왔으니 이제 홀이 한 번쯤 나올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니, 짝이 자주 나오는 것으로 보아 그 추세대로 또 짝이 나올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현명한 걸기(베팅)방법은 무엇일까? 정답을 말하면, 홀에 걸든 짝에 걸든 아무 상관이 없다. 일곱 번째 게임에서 짝이나 홀이 나올 확률은 정확히 같다(룰렛게임의 결과는 과거의 사건이 미래의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독립확률로 발생한다).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뜨리거나 큰 상금을 받으려면 사람들의 통행이 잦은 곳에 설치된 슬롯머신을 이용하라고 한다. 카지노가 광고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의 기계를 터뜨리기 때문이란다.

   블랙잭이나 바카라 같은 게임을 할 때는 만만한 딜러를 골라야 한다. 심리적으로 만만하게 느껴지는 딜러와 게임을 해야 기 싸움에서 이기고 도박게임에서도 이길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모두 근거 없는 속설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도박꾼들의 도박 관련 미신을 전문용어로 ‘도박에 관한 비합리적 신념’이라고 한다.

   많은 도박꾼들은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카지노나 경마, 경륜 같은 것을 철저히 분석하면 반드시 돈을 딸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몇몇은 딸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끊을 수가 없어서 도박성 게임을 계속한다. 이렇게 도박에 대한 비합리적인 신념이 강하거나 통제력을 상실한 사람들을 문제성도박자 또는 병리적도박자라고 한다.

   우리 지역도 이러한 문제성 도박자나 병리적 도박자가 양산되기 매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창원시에는 수용인원 1만2000명, 한 해 이용객 70여만 명(김해지점은 제외)의 대규모 경륜장이 시내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으며, 김해에는 수용 인원 1만5000명의 부산경남경마공원이 연중 성업 중이다. 청도 소싸움이나 각종 불법 성인게임장들도 많은 지역민들이 찾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현재 창원경륜공단이나 부산경남경마공원 등 공공 사행산업체들조차 도박 관련 문제의 예방과 완화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조사인 외부 전문가(기관)에 의한 이용객 대상 실태 조사나 도박중독도 조사조차도 실시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게다가 지금 부산경남경마공원은 마사회 자체 습관성도박 상담치료기관이던 유캔센터의 활동마저 종료된 후 대체 기관의 활동이 매우 미흡한 상태이고, 최고 책임자 없이 표류하고 있는 창원경륜공단 또한 이른 시일 내에 도박중독 예방 및 치유에 관한 전향적 자세를 갖추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요원한 실정이다.

   사행산업 규모 100조 원, 특히 75조 원의 거대 불법 사행산업 시장과 200만 도박중독자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공공 사행산업체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일반 및 불법사행산업체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가 적극 나서서 시민들을 도박의 위험성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고 건전한 사행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고 기본 의무다.

<위 글은 경남신문 2013년 4월 26일(금)자 23면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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