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신문 테마진단] 양문수 교수
[매일경제신문 테마진단] 양문수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3.04.1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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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진단] 北의 개성공단 철수는 자충수

  결국 걱정했던 최악 사태가 발생했다.

  북한이 지난 8일 개성공단사업 잠정 중단과 북한 측 근로자 철수를 전격 발표했다. 이어 9일에는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았고, 공장 조업은 완전 중단됐다.

  개성공단에 거액을 쏟아부은 우리 기업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남과 북을 이어주는 마지막 끈마저 툭 끊어지면서 한반도 정세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인 위기로 치닫고 있다.

  물론 상황이 완전 종료된 것은 아니다. 북측은 향후 남측 태도 여하에 따라 존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최악 사태를 막을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하지만 잠정 중단 조치가 장기화하면 결국 공단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 설령 조기에 정상화한다 해도 한번 멈추어 버린 공단은 상당 기간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이 같은 행동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한마디로 `익숙한 패턴`이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속도도 빠르고 수위도 한층 더 높다. 양적 변화는 언제든지 질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과거에도 개성공단을 둘러싸고 남과 북은 여러 차례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나 통행을 제한하는 선에서 그쳤을 뿐 가동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다. 폐쇄할 수도 있다고 여러 차례 협박했지만 결국 실행하지는 못했다. 가동 중단이나 폐쇄는 남북관계 파탄으로 이어지고, 이 책임은 결정을 내린 측에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북측은 이 사업이 김정일 위원장 지시에 의한 유훈 사업이라는 점도 작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이번에 북측이 사업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이는 김정은 시대가 과거 김정일 시대와 확연히 다를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 국면은 개성공단 하나만을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 개성공단 폐쇄 문제가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 군사안보적 문제와 맞물려서 위기를 고조시킨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의 이번 행동은 기존 남북 간 합의를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이다. 2003년에 발효된 남북 4대 경협합의서, 2005년에 발효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의 출입ㆍ체류에 관한 합의서` 등에서 약속한 사항을 스스로 깨버렸다. 북측 스스로 2002년에 만든 `개성공업지구법`에도 "공업지구에서는 투자가 권리와 이익을 보호한다"고 명기했으나 이를 헌신짝처럼 내다버렸다.

  이번 사태가 국제사회, 특히 외국인 투자가들 눈에는 어떻게 비칠 것인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도 아니지만 북한의 이러한 막무가내식 행동에 쩍 벌어진 입이 좀처럼 다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것보다 더 큰 것은 이게 결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의 이번 행동은 북한에 투자를 하고 있거나 투자를 타진하던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최악의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북한이 외자 유치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는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개성공단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외국인 투자가들을 대하는 북한 당국 태도가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식으로 비치면 북한 당국에 대한 신뢰는 추락하고, 대북 투자에 대한 불안감은 증폭된다. `북한 혐오증`까지는 아니라 해도 `북한 피로감`은 더욱 커져갈 것이다.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개성공단을 정치적 제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셈법이다. 다른 나라들도 다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도를 넘는 `막가파`식 행동은 북한에 동정적이고 우호적인 세력조차 곤혹스럽게 만드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더욱이 개성공단 같은 남북한 완충지대 하나 없는 한반도는 남과 북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은 개성공단사업 중단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북측 근로자들을 공장에 정상 출근시켜야 한다.

                 ㅡ 위 글은 매일경제신문 2013년 4월 10일(수)자 38면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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