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기고] 유장근 교수
[경남신문 기고] 유장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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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3.2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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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의회, 차라리 오키나와 독립의 날을 제정하라- 유장근(경남대 역사학과 교수)

                    

  최근 언론에 보도된 바로는 창원시의회 의원들이 ‘대마도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단체로 그곳을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가 연기했다고 한다. ‘대마도의 날’이란 8년 전에 마산시의회에서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에 대응해서 만든 기념일이다.

  당시 이날을 제정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판단하였다. 이날을 제정한 이유는 ‘대마도는 한국땅’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전제로 한다고 하였으나, 이는 일부의 주장에 불과할 뿐이다. 더구나 그 주된 근거를 조선시대의 군사 정복에서 찾고 있지만, 이러한 주장은 정말로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극히 조심해야 한다. 그런 까닭에 ‘대마도의 날’이란 대의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으며, 역사적 근거 역시 희박할 뿐이다. 오히려 ‘다케시마의 날’을 공인해 줄 만한 정당성을 제공해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날을 통합 창원시의회가 이어받으면서 그걸 기념하기 위해 그곳에 간다고 했다니, 어안이 벙벙했다.

  나는 오히려 이 계제에 창원시의회가 정말로 일본의 침략성을 비판하면서 동아시아의 평화를 추구하려 한다면, 지금은 일본제국에 강제 합병되어 사라진 유구 왕국, 곧 오키나와에 관심을 갖는 것이 훨씬 더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양 지역의 의회가 교류한다든가, 문물 교류를 활성화한다든가, 나아가 유구 독립의 날을 제정하여 기념한다든가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유구와 창원은 조선시대에도 이미 교류를 한 적이 있다. 유구에서 파견된 조선 사신들은 오늘날 진해의 제포를 통해 입국하였고, 이곳을 통해 문물을 교류하였다. 성종실록 25년(1494)에 “유구국 사신 천장이 지금 제포에 도착하였기에…”가 그것을 증명한다. 조선 정부가 유구에 기증한 불교경전 역시 이곳을 통하였을 것이고, 유구에서 수입한 수많은 물품들 역시 제포를 통해 들여왔을 것이다. 곧 제포는 조선과 유구 교류의 전진기지였던 셈이다.

  또 유구는 메이지 시대에 메이지 정부의 대외팽창정책에 희생된 첫 번째 왕국이다. 1879년의 일이다. 이후 일본의 가혹한 지배를 받았고, 특히나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의 본토 방어를 위해 최전선이 되는 바람에 미국의 공격으로 식물조차 초토화되었을 정도로 피해가 컸다. 이 때문에 미군 점령 이후, 오키나와인들 중 상당수가 독립을 원하였으며, 그 운동은 일본에 다시 귀속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유구 독립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7년 1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유시를 통해 “유구는 독립되어야 한다. 공보실에서는 이에 대하여 힘을 많이 쓰도록 하되 유구에 관한 기사를 <코리안 리퍼부릭> 등에 게재하여 독립을 원조하고 또 계속 선전하여 영어하는 청년들을 구하여 일을 시킬 것”을 요청하였다. 그 이듬해 2월 7일에 열린 국무회의에 올린 첫 번째 안건도 ‘유구 독립지원에 관하여’였던 것이다.

  이런 여러 요건들을 고려한다면, 창원시의회는 우선 오키나와 의회와의 교류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고 본다. 그것이 적실성이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근거가 확실하고, 일본의 침략성을 비판하면서 동아시아의 평화를 주장하는 대의명분도 살릴 수 있다. 나아가 그런 작업은 통합시의회의 주요 업적으로 남길 수 있고, 그간 거들떠보지도 않은 제포까지 복원시킨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위 글은 경남신문 2013년 03월 28일(목)자 인터넷판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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