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사설칼럼 논쟁] 김근식 교수
[한겨레신문 사설칼럼 논쟁] 김근식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3.03.15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논쟁] 위기의 한반도 해법은?

남북 간 화해협력관계 구축이 절실

군사적 수단으로 북 억제한다면
피해 감수하고 도발할 땐 효과 없어
관계 개선 통한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북한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와 한반도 긴장 고조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연일 남과 북은 전쟁 불사를 외치고 이미 말로는 전면전 상황이다. 북한의 도발 위협과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 안보 태세를 강화하고 대북 억지력을 강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나라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단호함을 보이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북의 도발을 막아내는 사전적 억지와 실제 도발 상황에서의 단호한 응징은 군사적 수단으로 상대방의 의지를 꺾는 ‘소극적 평화’의 방식이다. 연평도 포격 이후 우리 군은 시종일관 소극적 평화를 통한 군사적 대응에 주력해왔고, 지금의 긴장상황에서 강 대 강의 전쟁 불사 의지를 반복하는 것 역시 동일한 맥락이다.

  그러나 군사적 수단에 의한 소극적 평화는 말 그대로 ‘불안정한 평화’다. 군사력으로 전쟁 발발을 억제함으로써 평화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갈등의 원인이 온존한 탓에 이런 평화는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슬람 세력의 테러 위협에 대해 군사적 우월성과 단호한 응징으로 아슬아슬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강요된 평화일 뿐,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는 여전히 멀기만 하다. 그래서 이런 평화는 결코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없다. 안보 담론의 군사주의적 접근이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쟁을 억지하는 소극적 평화는 반드시 갈등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적극적 평화’와 함께 추구되어야 한다. 갈등을 잠복시키고 억누르는 불안정한 평화가 아니라, 갈등의 근본 해결을 통해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대안적 접근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군사적 수단으로 북의 도발을 억지하는 것은 북이 응징을 감수하고 피해를 무릅쓰고라도 도발할 경우에는 통하지 않는다. 북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도발을 강행해야 할 정치적 동기와 이유가 있는 한, 소극적 평화의 불안정성은 언제라도 깨지기 쉽다. 이스라엘이 안보의 모범국가일지언정 평화의 모범국가가 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안정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상대방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가능하다. 적대관계를 협력관계로 전환하고 갈등과 증오를 화해와 공존으로 바꾼다면 군사적 수단이 아닌 관계를 통한 안정적 평화가 가능해진다. 이명박 정부 이후 반복되고 있는 남북의 군사적 긴장 고조도 사실은 남북관계 악화에 따른 상호 적대관계에 기초하고 있다. 이를 화해협력의 관계로 전환하는 것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근본적 처방이 된다.

  또한 지금의 정전체제를 안정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 역시 적극적 평화의 해법이 된다. 전쟁을 일시 중단한 과도기 상황에서 남북의 갈등은 곧바로 군사적 충돌과 전쟁 위기로 확대된다. 전쟁을 완전 종료하고 평화적 관계를 제도화하는 평화협정이야말로 상호 군사력에 의존한 불안정한 평화에서 관계 전환을 통한 안정적 평화로 진전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안정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에 우리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9·19 공동성명에도 명시돼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해 한층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노력과 의지를 우리가 먼저 보여줄 필요가 있다. 문제는 평화이고 해법도 평화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위 글은 한겨레신문 2013년 3월 15일자 30면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