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신문 테마진단] 김근식 교수
[매일경제신문 테마진단] 김근식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3.03.13 09:2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테마진단] 남북한 핫라인 왜 가동못하나

한반도 안보 상황은 현재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과 비슷하다. 바짝 당겨진 고무줄이 끊어지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통제 불능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북한은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했고 임의의 시간에 임의의 대상을 공격해도 무방하다는 논리적 정당성을 만들어 냈다.

우리도 이에 맞서 북한의 도발 원점뿐만 아니라 지휘세력까지 타격하겠다는 확전 불사 의지를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주 초부터 한ㆍ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 리졸브`가 시작됐다. 일촉즉발 상황이다. 만약 북한이 우리 영토와 인명에 대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한다면 그것은 불행하게도 한반도 전쟁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연평도 포격과 같은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대남 도발은 이제 우리로서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나 마찬가지다. 즉각적인 보복과 응징에 나서고 이는 곧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북한 어선의 NLL 월선과 남측의 경고사격만으로도 남북한 모두 전면전과 유사한 군사적 충돌이 불거질 수 있다. 군사분계선에서 사소한 총격전이 벌어진다면 곧바로 전면적인 교전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하부 단위 리스크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불필요한 오해와 사소한 충돌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

특히 우리 군은 연평도 포격 당시 미흡했던 대응 때문에라도 이번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단호한 응전에 나설 것이다. 군사적 긴장이 이처럼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북한의 대남 도발만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군사적 긴장 국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북 제재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유엔 안보리 결의 2094호가 과거보다 강화된 제재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것만 갖고 북한이 완전히 굴복하거나 고개를 숙이고 나오기는 불투명하다. 대북 제재는 약속을 어긴 북한에 책임을 묻고 결국은 북한이 회담장으로 나오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북한이 태도를 바꿔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함이 목적인 것이다. 결의안에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한 것도 그 같은 이유에서다. 제재를 위한 제재는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국제사회가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천명하는 것과 함께 남북 간 핫라인과 대북 채널을 가동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쟁 중에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에 언급한 바 있다. 일촉즉발 위기상황에서 남북 간 물밑 채널은 상대방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이후 남북 관계 전면 파탄과 대화 중단은 한반도를 상시적 긴장 고조 상황으로 악화시켰다. 남북 관계가 사라진 한반도는 공개적 상호 비난과 전쟁 불사 발언만이 오갔다.

지금도 남북은 최고지도자가 전쟁 의지를 강조하고 군은 전면전 불사를 서슴지 않고 있다. 군사적 긴장 국면도 남북 관계가 유지되면 긴장 정도는 훨씬 완화될 수 있다. 서해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 그 시각에 동해에서 금강산 관광객이 오가면 한반도에 전쟁 위기는 그만큼 줄어든다. 남북 관계야말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상황 악화를 막을 수 있는 안전판 구실을 한다. 제재와 대결 국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포기되거나 미뤄져서는 안 된다.

위기가 고조될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려운 국면일수록 더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지켜내는 것은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최우선의 원칙이자 사명이다. 감정과 분노만으로 전쟁 불사를 내뱉는 것은 그래서 위험하고 무책임하다. 억제와 안보는 호들갑으로 되는 게 아니다. 전쟁은 그 자체로 공멸이고 재앙이다. 아무리 값비싼 평화라도 가장 값싼 전쟁보다 낫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위 글은 매일경제신문 2013년 3월 13일 39면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채진석 2013-03-13 10:21:08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