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시론] 양무진교수
[서울경제 시론] 양무진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3.03.1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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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적인 북한의 전략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에 반발하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최고사령부ㆍ외무성ㆍ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관련기구와 노동신문 등 북한 언론매체들은 연이어 위협적인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 핵선제 타격, 제2의 조선전쟁 등을 언급하고 정전협정ㆍ남북불가침합의 전면 폐기도 주장하면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태도이다. 핵억지력 보유의 정당성은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과 이에 동조한 남조선에 그 책임이 있으며 핵보유국ㆍ위성발사국의 지위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의도도 보여준다.

긴장 고조로 체제유지 노리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이 서해 해안포 부대를 시찰하고 전방 인근의 군사훈련도 늘어나는 등 실제로 국지도발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커지는 실정이다. 우리 또한 새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강경 대응한다는 입장이라 현재 안보상황이 매우 위중해 보인다.

당분간 이러한 안보위기상황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이달에는 키리졸브 등 한미 합동군사훈련으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높아질 듯하다. 일부에서는 통상적으로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이나 연례적인 한미군사훈련에 반발을 해왔기 때문에 현재 위기를 고조시키는 발언을 쏟아내지만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전쟁이나 무력충돌은 늘 우발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앞으로 위기 유발요인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보다 강화된 국제제재를 받게 됐고 이후 양자차원 제재도 예정돼 있다. 선박검색ㆍ금융제재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충돌도 예견된다. 한미 합동군사훈련 등 한미 군사적 대응뿐 아니라 우리 보수단체들의 행동도 도발의 빌미로 삼을 수 있다.

중국의 태도도 변수다. 중국은 안보리 결의가 제재보다는 대화재개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단둥 등 접경 지역에서 통관검색 등을 강화하는 등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북한은 한미뿐 아니라 중국의 움직임을 유도하기 위해서도 긴장을 계속 고조시키려 할 것이다.

다른 한편 북한은 위협은 계속하나 실제 물리적 행동에 옮기지 않고 주변국들의 태도를 봐가면서 국면전환을 노릴 수도 있다. 2009년에도 이러한 패턴을 보인 사례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 북한 지도부가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이 있다. 북한의 이번 3차 핵실험은 지난 두 차례 핵실험에 비해 엄청난 임팩트를 줬다. 국제사회로 하여금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선의와 배려가 있을 수 없다는 점, 무엇보다 김정은이 그 선대와는 다를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을 무너뜨렸다.

신뢰 무너지며 제재강도 더 세져

북한이 앞으로 대화와 긴장고조,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하겠지만 그것이 자신들이 원하는 바대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자신들 스스로가 핵보유국 지위를 부여했고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각종 합의들을 스스로 내던진 상황에서 주변국 또는 국제사회의 대북 인식이 결코 과거와 같을 수는 없다. 남북관계만 하더라도 박근혜 정부 출범을 축복해주지는 못할 망정 새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먹칠을 하고 있다.

북한이 우리 새 정부의 유연한 대북정책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반대의 길로 나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국제사회의 대북 인식이 차갑게 돌아선 상황에서 북한이 자신들 체제를 지키고 마이웨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착각이고 시대착오적이다.

물론 결국은 이 국면을 대화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전쟁ㆍ무력충돌 등이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남과 북의 몫이 된다. 그리고 그에 따른 희생과 불행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말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위 글은 서울경제 2013년 3월 11일 39면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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