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대담] "정부, 남북관계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국제신문 대담] "정부, 남북관계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2.06.2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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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규 경남대총장의 이맘때 소회는 남다르다. 12년 전 남북관계의 새 장을 연 6·15 남북공동성명 발표 당시 그는 통일부 장관으로 막전막후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다. '북한학'의 초석을 다진 학자라는 명망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던 그가 뚜렷이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경남의 대표적인 사학으로 올해 개교 66주년을 맞는 경남대 총장직을 1986년부터 1999년까지 수행한 데 이어 다시 2003년부터 현재까지 총장직을 맡고 있다. 일흔이 가까운 나이지만 장시간의 인터뷰에도 남북관계와 학교 운영에 대해 놀랄 만큼 집중력을 보이면서 설득력 있는 어조를 유지했다.

  -총장께서는 학교운영자로서, 또 남북문제에 천착한 학자로서 많은 성취를 이뤘지만 2000년 남북정상회담 주무장관으로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6·15 남북공동성명도 지난 15일 12주년을 맞았습니다.

  ▶남북정상 회담을 준비하고 냉전의 남북관계를 화해·협력관계로 전환시키기 위해 남북을 왕래하면서 김정일 위원장과 측근 참모들을 설득하던 때가 벌써 12년이 지났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특히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해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 착공을 위한 남북 국방장관 회담 개최 및 남북 간 여러 방면에서 교류·협력을 적극 추진했던 것들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6·15 공동선언은 한반도의 냉전을 화해와 협력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해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열자는 약속이자 그 실천의지를 천명한 것입니다.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와 UN 안보리 의장 성명 등으로 조성된 최근의 남북관계가 '북한 핵실험 이후 최대 위기'라는 진단도 나옵니다.

  ▶요즘 남북관계를 보면 마음이 매우 답답하고 무겁기만 합니다.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해서는 가장 큰 걸림돌인 '북핵문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대단위 경제적 지원과 함께 북·미 관계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약속을 반드시 이행할 것입니다. 한반도에서 핵문제 해결의 약속이 이행되면 '6·15 공동선언' 실현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고 북한은 새로운 발전 전기를 갖게 될 것입니다. 현 정부는 끝까지 남북관계 관리·유지를 통해 더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총장께서는 40년 전 민간 북한연구기관인 경남대 부설 극동문제연구소를 출범시켰고 역시 최초의 북한전문 교육기관인 북한대학원도 설립했는데.

  ▶1972년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후 북한사회의 구조적 연구·분석과 연구자들에게 북한 자료 제공 위해 연구소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40년 동안 연구진의 노력으로 인해 '통일연구의 메카'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1990년 동구권 붕괴와 동·서독의 흡수통일 후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전문 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느껴 정부를 설득해 북한대학원을 설립했습니다. 국내외 많은 지원을 받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와 북한대학원대학교가 '북한 연구·교육의 산실'로 자리 매김하고 있습니다.

- 한반도 문제 첫 단추는 '북핵'
- 북한 핵포기 땐 관계 급진전

- 경남대 고유의 특성 등 살려
- 교육환경 개선·취업률 제고

 

-북한학을 개척한 학자로서 국정의 한 축에 참가했을 때 학문과 현실의 괴리는 없었습니까.

  ▶30여 년 북한연구 후 1998년 북한 아·태 평화위원회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해 보고, 듣고, 대화하면서 북한사회에 대한 새로운 것들을 많이 파악했습니다. 다음 해 통일부장관으로 취임하면서 곧바로 남북정상회담 위한 남북 접촉이 시작되었지만, 수집된 북한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데 과거 북한 연구가 큰 힘이 됐습니다. 특히 정상회담 후 남북장관급 회담을 진행하면서 북측을 설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최근 학생 감소로 인해 대학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경남대도 역시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대학들의 '생존경쟁'이 시작됐습니다. 신입생 모집, 특성화, 취업 경쟁, 재정 확대 등 한 가지도 쉬운 것이 없습니다. 우리 대학은 위기를 발전의 기회로 삼고자 정원 감소와 학과 조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또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특성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교육환경 개선, 장학금 확대 및 교직원 복지향상을 위해 재단수익 사업을 확대해 나갈 방침입니다. 경남대 고유의 특장점을 발현하면서도 2020년께는 취업률, 교육과정 및 교육환경 등 대학교육 전반에 걸쳐 국내 상위권 대학으로 진입하는 게 목표입니다. 


  ■ 국제사격회장과 오랜 인연, 2018년 창원 세계대회 유치

  창원시의 2018년 세계사격선수권대회 대회 유치에는 창원시의 열정과 함께 박재규 총장의 숨은 역할도 컸다.

  그 배경에는 국제사격연맹(ISSF)회장인 바스케스 라냐와 박 총장의 오랜 인연이 있다.

  그는 1978년 서울에서 열린 42회 세계사격선수권 대회에 국제담당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라냐 회장을 만나 지금껏 형제의 정을 나누고 있다.

  88서울올림픽 유치활동,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활동 등 국제적인 체육행사에는 박 총장과 라냐 회장의 끈끈한 우애가 작용했다.

  박 총장은 지난 4월 창원을 방문한 라냐 회장에게 고마움의 뜻을 담아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했다.

  박 총장은 지난 2월 이 같은 인생 여정을 오롯이 담은 '일념, 마흔 해'를 출간했다.

  이 책에는 청년 박재규의 모습에서부터 고 김정일 위원장과의 만남, 역대 대통령과의 인연 등 그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인생여정이 사진과 함께 소개돼 있다.

- 대담: 권순익 경남본부장

 

 [ 이 기사는 국제신문 2012년 6월 20일자  14면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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