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Together사업단 감동수기 공모전 우수상 수상
Happy Together사업단 감동수기 공모전 우수상 수상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1.08.22 14:17
  • 댓글 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교 평생학습연구센터(센터장 김경희 교수) 저소득아동 학습 지원서비스 “Happy Together"사업단은 보건복지부 주최 ‘사회서비스 감동수기∙사진 공모전’ 감동수기 공모전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우수상- 창작미술 류아름 청년교사)을 수상했다.

본교 저소득아동 학습 지원서비스 “Happy Together" 사업은 청년교사들이 교육서비스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계층의 아동들에게 희망하는 학습 및 특기교육을 주 2회 각 2시간씩 제공하고, 서비스에 대한 월별 수시진단과 학습활동 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함으로써, 청년교사에게는 일자리의 기쁨을 소외계층 아이들에게는 배움의 기쁨을 선사하여 함께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다.

창작미술 류아름(본교 미술교육과 2009년 졸) 청년교사는 ‘꽃 같은 너희들, 선생님인 내가 꾸는 꿈’이라는 제목으로 서비스 제공과정에서 있었던 사례를 감동적으로 기술하여 지난 7월 보건복지부에서 주최한 2011 사회서비스 ‘감동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김경희 센터장은 “지역 내 교육 전문 인력의 취업 기회를 확대하고, 취약가정 아동의 학습 및 특기 역량 증진을 도모할 수 있는 교육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Happy Together사업단 감동수기 전문-

꽃 같은 너희들, 선생님인 내가 꾸는 꿈

창작미술 류 아 름

 

 2010. 6.1 35번째 수업.

 너와 선생님이 만난 지도 벌써 4개월이 지났다. 너는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지만 선생님은 네가 참 귀하다. 그런데 오늘 다시 친구와 다투는 너를 보면서 선생님은 마음이 아팠단다. 수업진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너에게 야단을 쳐서 미안하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너희들을 생각하며 기도하는데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더구나. 그러면서 알았어. ‘내가 너를 많이 좋아하구나.’ 수업 중에 선생님이 말했지. 선생님은 너 포기 안한다고. 부둥켜안고 갈 거라고. 선생님은 다시 너를 품고 기회를 준다. 다시 너와 소통을 꿈꾼다. 내가 너를 믿어주는 만큼, 네가 흔들리더라도 제자리를 찾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다음 시간에 만나자.

  작년 한 해, 이 일을 시작하면서 내가 만나는 9명의 아이들에게 매일 편지를 썼습니다. 1년이라는 짧은 만남 속에 교사로서 아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너희들은 누구보다 아픔을 잘 느끼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빨리 변할 수 있는 가능성 가득 찬 존재’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고, 아이들의 하루하루가 담긴 이 편지는 아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던 날 선물해 주었습니다.

저는 경남대 미술교육과를 학업우수생으로 졸업했지만 2년째 임용고시에 낙방하면서 현 사회에서 예술과목 교사가 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을 실감하며 좌절하고 있을 무렵, 해피투게더 청년교사를 모집한다는 안내문을 보고 이 일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이 일은 나에게 세상에 첫 발자국을 찍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내가 만났던 한 그룹은 두 달 간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이거 그려보자” “싫어요.” “예쁘게 색칠하자” “싫어요.” 한명이 그러면 친구들이 분위기를 타서 같이 합창을 하곤 했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마음의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 야단 대신 진심을 이야기 했습니다. “나는 학교선생님은 아니지만, 너희들의 작은 부분까지 봐주고 도와주고 싶은 교사다. 너희들이 그런 선생님 마음을 느낀다면 우리 서로 도와줬으면 좋겠다.” 그 후부터 아이들이 변하는 게 보였습니다. 마음의 문을 연 것이 보였습니다. 언젠가 그 그룹의 학부모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아이가 다른 학원은 가기 싫어하는데 미술수업은 너무 좋아한다고. 그래서 아이가 말을 안 들으면 “너 오늘 미술수업 못가!”라고 협박용으로 쓴다고 말입니다. 그러면 아이가 울어버린다고 했습니다.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와 학생간의 신뢰였습니다. 신뢰가 있어야 눈높이가 맞고 인간관계가 이뤄지며 수업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한 진심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마음은 아코디언처럼 접히기도 하고 펼쳐지기도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배움을 주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늘 배우는 건 제 자신이었습니다. 학부모님들도 더 이상 학부모님이 아닌 부모님이 되어주셨습니다. 혼자 자취하며 일과 공부를 하고 있는 나에게 당신들의 형편도 넉넉지 않으면서 잘 챙겨먹어야 한다고 밑반찬을 해주시거나 생활용품, 간식 등을 챙겨주시며 공부도 열심히 하라고 늘 격려해주셨습니다. 그런 마음을 받은 날이면 혼자 자취방에 돌아와 눈물이 났습니다. 내가 받은 것은 작은 선물이 아닌 그 안에 든 항상 큰마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이 일이 특별히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라는 생각 때문에 '이 아이들은 가난한 아이들이야. 내가 도와주어야 하는 아이들이고 이 아이들은 이런 아픔이 있어. 이런 문제가 있으니까 내가 이렇게 해 주어야 해.' 라는 생각을 가지고 만났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생각은 변했습니다. 내 눈 앞에 있는 아이들은 가난하고 아프고 문제 있는 아이들이 아니라 그 존재만으로도 너무나 소중한 아이들이었습니다. 내가 그러한 편견을 가지고 보면 그 아이들은 늘 가난하고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일 뿐이지만, 나의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면 그 아이들은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밤에도 언제나 날 수 있는 꿈의 피터 팬 같은 아이들이었습니다. 변해야 하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교사인 나 자신이었고, 내가 해야 하는 것은 늘 진심으로 바라봐주고 사랑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진심으로 나와 눈을 마주쳐주었고 웃어주었고 무엇보다 나를 참 많이 사랑해주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욱 고귀한 것은 그 사람을 사랑받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준 사랑보다 받은 사랑이 더 많았던 나는 느낍니다. 사랑의 성공은 사랑함의 결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함’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요.

 그렇게 작년 1년의 수업이 끝나고도 아이들은 여전히 연락이 옵니다. 나는 이 아이들로 인해 회전목마를 탄 아이처럼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꿈꾸던 학교선생님은 아니지만 나에게 ‘선생님’이라는 이름을 달게 해준 이 사업과, 무엇보다 여전히 좋은 선생님이 꿈이 될 수 있게 해준 아이들이 있어 나는 올해도 다시 이 사업에 지원하여 새로운 10명의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년과는 달리 지역아동센터에도 나가게 되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일반가정에서 수업하는 아이들보다 좀 더 형편이 어렵고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었습니다. 그 중 한 아이는 학교에서도, 아동센터에서도 왕따였고 늘 짜증과 화를 내며 수업을 하려고만 하면 책상 밑에 들어가 아무리 달래도 나오지 않아서 다른 친구들까지 수업이 안 되게 하곤 했습니다. 항상 그러는 이 아이 때문에 힘이 들긴 했지만 그 아이의 눈만 바라보면 이 아이 가슴에만 압정이 꽂혀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10살도 안된 저 어린 나이에 어떤 세계가 이 아이를 다치게 했으면 벌써부터 세상과 사람에 대해 적대적일까 싶어 버스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그 아이가 눈에 밟혔습니다.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야단을 치고 싶은 순간이 있었지만 그런 모습 뒤에 보이는 그 아이의 슬프고 진지한 눈빛 때문에 다시금 그 아이를 품었습니다. 아이와 교사인 나의 관계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난다면 그건 어른인 내 탓이지, 9살 밖에 삶을 안 산 아이가 무슨 수로 어른의 마음을 헤아려서 내 마음에 들게 하겠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말을 안 듣고 이유 없이 반항을 하더라도 그건 그 아이의 몸과 마음이 크느라고 그런 것이니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 아이의 마음에 내 진심이 물들 수 있을까 싶어 수업 때마다 내 마음을 곱게 빻아서 그 아이의 마음 위에 얹어주려고 노력도 했습니다. 야단대신 매일 편지를 써 주고 혹여나 내 말과 표정이 그 아이의 마음에 빗금 몇 개라도 그어놓은 것 같은 날이면 수업을 마치고 그 아이를 불러“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수업 때마다 그 아이의 손을 잡고 “기특하다. 기특하다”고도 말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아이의 진지한 눈빛을 정직하게 바라볼 수 있는 내가 되고 싶었습니다. 고맙게도 아이는 나의 신중한 행간을 읽어주었습니다. 어느 날 나에게 와서 “선생님. 저 미술수업 너무 좋아요. 이제는 정말 열심히 할게요.”라고 수줍게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수업을 마칠 때면 인사를 하고 나갔다가도 다시 돌아와 “선생님.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다시 나가곤 했습니다. 센터선생님께서도 이 아이가 항상 미술선생님 오기만을 기다린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얼마 전에는 교내 과학상상화 그리기에서 수상도 했습니다. 이 아이를 보며 저는 또 배웠습니다. 착하고 올바른 것도 진실이지만 뉘우침도 진실이라는 것을요. 또한 아픔을 통하지 않고는 절대로 볼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요. 세상의 친구들과는 다르게 다소 늦게 이 아이의 계절이 왔지만 그 누구보다 예쁘게,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기개를 뽐내는 이 아이를 보면서 내 마음도 연두 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이 사업과 함께한지 2년째 접어드는 나는 이제, 교사인 나와 학생사이에 서로 물길이 트는 것을 느낍니다. 한 쪽이 슬퍼지면 한 쪽의 가슴이 아리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아이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립니다. 늘 부족한 청년교사지만 아이들에게 꿈을 줍게 하고 싶었고 꿈의 눈물을 줍게 하고 싶었으며 눈물의 구슬을 줍고 구슬의 보석을 줍게 하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힘들어도 길을 묻는 아이들의 지팡이가 되고 싶었고 어느 시인의 시처럼 내가 썩어서라도 아이들이 푸른 보리처럼 쑥쑥 자란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무엇보다 씨앗은 자기가 피워낼 꽃의 이름을 가질 수 있기에 아이들 마음 밭에 많은 씨앗을 뿌려주고 싶었다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말이 아이들을 볼 때마다 생각났습니다. 분명, 이 아이들은 다시 저에게 제가 가르친 것을 들려주고 보여주는 거울이 되겠지요. 나중에 정말 교단에 섰을 때, 이 해피투게더 일을 하면서 배운 마음이 늘 저를 올바른 교사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매 달 한번 씩 청년교사들을 위한 교육을 통해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고, 지속적으로 청년교사인 나를 위해 상담을 해주며 늘 섬세한 배려를 해준 경남대 해피투게더 사업단에게도, 이런 기회를 준 창원시와 보건복지부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참 설레게 하던 그 눈매들이 잊혀 지기 전에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가슴 한 구석에 평생을 맴돌 따뜻한 공기를 품게 해준 너희들. 너희들이 자라서 중학생이 되고 더 자라서 대학생이 되고 그렇게 사회에 나가보면 다른 친구들과 달리 너의 출발선이 훨씬 뒤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너희의 탓이 아니란다. 세상이 그런 걸 선생님이 대신 사과해도 될지 모르겠구나. 그래도 마지막 순간까지 있는 힘을 다해 페달을 밟자.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진정 바라는 것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하루 빨리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 아니야. 행복한 인생을 살라고 말해주고 싶어. 무엇이 될까라는 생각보다 어떤 사람이 되어 어떤 삶을 살지를 먼저 고민하라고 말해주고 싶어. 무엇보다 좋은 사람이 되어주렴. 가끔은 견딜 수 없이 아프고 힘들 때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 선생님의 말을 꼭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때도 선생님은 멀리서 끝까지 너희들을 향해 두 팔 벌리며 목소리를 보낼게. 너희들이 달리고 있을 때에도, 멈춰 서서 울고 있을 때에도 너희들을 향해 진심으로 박수치며 응원하며 기도하고 있을 거라는 걸 약속한다. 너라는 눈물겨운 문장이 너의 인생을 써내려 갈 거야. 반짝반짝 빛이 나는 이야기를 말이야. 너희가 주인공인데 아픔도, 슬픔도, 힘듦도 없이 쉽게 살아간다면 그게 주인공이겠니? 너희에게 오는 그 모든 것을 멋있게 껴안고 일어서길. 꼭 멋진 드라마를 써 가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8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선재 2012-07-22 00:34:30
제가 우연히 이 글을 읽은것처럼 당신도 이 댓글을 우연히 읽을 수도 있을지모르겠지만 여튼 마음그대로 솔직하게 썼습니다. 그래서 호칭또한 선생님도 샘도 아닌 당신이라는 표현을 썼구요. 하지만 왠지 가슴은 당신이 이 댓글을 보게해달라 기도드리는것 같습니다.

글은 밑에서부터입니다.

이선재 2012-07-22 00:15:01
당신을 볼 수록 당신과같은 교사가 되고싶다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아니, 어쩌면 당신처럼 살고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막연한 상상만하는 어쩌면 그리할 수 밖에 없을지도모르는 저에게 당신은 표지판이되기에, 반짝이는 돛이되기에 충분합니다.

항상 걱정됩니다. 행여 그 마음 상할까, 저희 때문에 상처라도 날까... 슬퍼할까...

이선재 2012-07-21 23:56:27
이 댓글은 여느때보다 솔직히 쓰고싶네요...

막연히 글을 쓰자니 당신을 처음 본 몇달 전 그날부터 생각이 나네요. 그 때는 '당신을 만남'보다는 고등학교 첫 미술시간이 더 컸었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네요.
저는 이 글을 읽었을때 당신을 앎에, 그 사랑을 앎에, 입가의 미소보다는 눈가의 눈물이었습니다.

이젠 당신이 저에게 친근보다 앞서 의미가 된 듯 합니다. 류아름선생님....

김태완 2011-08-29 09:29:10
마음이 훈후해지네요.ㅠㅠ 아 대박.ㅠㅠ

정소율 2011-08-26 12:43:44
그 교실의 장면이 그려지네요 ^^
상 받을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