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10·18문학상 시 부문 으뜸상
제20회 10·18문학상 시 부문 으뜸상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7.01.0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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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푸른빛으로 산다

김경운(컴퓨터공·3)

오랜만에 산에 올라
푸른 하늘이 담긴 약수 한 동이를
들이킬 때면 기억난다.

강물이 평화롭게 넘쳐흐르며
간혹 하늘로 솟구치는
물살의 젖꼭지마다
옅은 어질머리로 현기증을 일으키던 그때.

수평의 어깨를 조율하며
가볍고 편편한 돌을 던지면
하얗게 질린 속도로

물결의 날개를 달아 연방 푸른빛,
고요를 흔들어 깨우며
저 먼 곳까지 나를
데려다주곤 했던 물수제비 놀이.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어느 보리밭
이랑 끝에서..
어머니 밤새 자아주셨던
실을 감았다 풀며 해질녘까지
날려보내던 가오리 방패연들이
가파른 하늘의 기슭을 뛰어
작은 새처럼
파란 봄 하늘을
어루만지곤 했던,
그 가볍고 따뜻한 얼레의 손길을 기억한다.

내 속의 길을 열어
심장에 터질 듯
푸른빛을 담아주는 약수 한 동이.
몸 기울이면 흘러나와
모든 생명의 땅을
흥건히 적시며
기억은 언제나 푸른빛으로만 산다

[당선소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김춘수님의 '꽃'이라는 시입니다.

저도 언젠가는 유명한 시인은 아니더라도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훈훈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시 한 편을 꼭 한번 만들고 싶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렇게 뜻 깊은 상을 받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너무나도 미흡한 저의 작품을 좋게 평가해주신 여러분들께 평생 잊지 못할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시는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고, 깊은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매체의 발달로 시를 취미로 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줄어든 게 사실입니다. 꼭 대단한 작품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하나의 시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낭만적인 친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더욱더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김경운(컴퓨터공·3)

[시부문 심사평]

나에게 넘어온 시 부분 총 작품 수는 56편이다. 생각 밖으로 적은 작품이다. 문학이 젊은 세대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인가 보다. 이렇게 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모집하는 문학상치고 응모작품이 너무 적으니 말이다. 이제 문학은 삶과 존재에 대해 민감히 반응하는 몇몇 영혼들만의 텃밭일 뿐인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문학은 그 본질적 특성상 삶과 존재에 대한 부단한 성찰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언제나 시대의 '광장'으로 의연히 서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 현상은 일시적일 것이다. 내년 현상모집에는 보다 많은 학생들의 참여가 있을 것을 기대한다.

그렇지만 투고된 작품들은 삶과 존재에 대해 의미있는 탐색을 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몇몇 작품들은 아직 관념적이고 추상적 형상에 머물러 삶의 구체성과 진정성을 담보해내지 못한 작품들도 눈에 띄긴 하나, 이는 아직 시력(詩歷)이 부족한 때문으로 여겨져 전체적으로 희망적으로 보인다. 그 중 세 편이 눈에 두드러지게 띄는데, 「고양이 시체 처리 공무원」, 「꽃씨 받는 날」, 「기억은 푸른빛으로 산다」가 그것이다. 「고양이 시체 처리 공무원」은 현대 사회의 반생명적이고 반인간적인 메카니즘을 효과적으로 잘 풍자하고 있는 점이 돋보이고, 「꽃씨 받는 날」은 사물의 본질에 대한 탐색이 자신의 삶에 대한 탐색으로 밀접하게 엮여 들어가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기억은 푸른빛으로 산다」는 삶에서의 의미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여, 그것을 시적 형상성으로 잘 풀어내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이 중 「기억은 푸른빛으로 산다」를 당선작으로 밀며, 「꽃씨 받는 날」을 선외추김상으로 정한다.

김경복 교수(국어교육)

[소설·평론·수필부문 심사평]

최근 문학에 대한 관심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긴 하지만 이번 작품응모를 보면서 그 심각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문학이란 '세계를 향해 창을 여는 행위'라고 할 때, 젊은 시절 문학을 통하여 인생에 대한 경험의 폭을 넓히고 삶의 의미에 대하여 깊이 성찰하는 것은 삶을 유익하고, 윤택하게 해주는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글쓰기 전에 보다 많은 독서를 통하여 세계(대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소설, 수필, 평론 모두 노력한 점은 인정하나 글쓴이의 독자적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무엇을 쓸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그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따를 때 글은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입선작품이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조진기 교수(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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