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사회봉사활동 체험수기 공모전] 개인 금상 - 이지원 학생(사회과학)
[2006 사회봉사활동 체험수기 공모전] 개인 금상 - 이지원 학생(사회과학)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6.12.0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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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돌보미를 2년간 운영하며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듯 합니다. 저 역시 막연하게 그런 생각들을 하곤 했는데 2년 전 시작된 작은 용기로 지금은 나눔의 기쁨에 대해 감사하는 일상을 지내고 있습니다.

2년 전, 우연한 계기로 저와 같은 뜻을 지녔던 친구와 함께 "진주 돌보미"라는 이름의 작은 봉사활동 카페를 개설하면서 나눔의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초기엔 2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활동을 가졌으며, 지금은 월 1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참여 인원 또한 처음 단 두 명에서 2년을 지나며 24명이라는 적지 않은 가족이 생겼습니다.

처음 활동을 시작한 곳은 진주시 하대동에 소개한 '프란체스코의 집'이라는 노인전문 요양시설이었습니다. 그곳에 계신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입소 이후 남은 삶의 마지막 여생을 보내시는 곳으로 저희는 그 곳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말벗도 되어 드리고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식사수발과 함께 산책도 시켜 드리며 도움이 되고자 했습니다. 동시에 시설 제반의 유지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노력봉사가 주 활동 내용이었습니다. 때론 화장실 청소도하고 텃밭의 고랑도 메고, 또 때론 다른 봉사자들의 기증품을 운반하기도 하며 활동을 시작해 나갔습니다.

돌보미 회원의 구성이 관련 활동과 관련한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인원들이었기에 익숙하지 않음으로 인한 작은 실수들이 있었지만 활동을 거듭하며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우리가 흘리는 작은 땀방울로 인해 어르신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었기에, 그리고 친손자, 손녀처럼 반가이 맞아주시는 어르신들을 뵈며 마음 한 켠 뜨거운 무엇인가를 느끼곤 했습니다. 무엇인가를 해드리고자 시작한 일이었지만 항상 활동을 마치며 나설 땐 더 많은 걸 배우고 얻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프란체스코의 집에는 몸을 가눌 수 없는 정도의 중증의 어르신들이 계신가하면 치매를 앓고 계신, 또 중증의 정도는 아니지만 건강상의 불편으로 치료를 받거나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다행인 것은 프란체스코의 집은 시설 면에서나 전문 인력 면에서나 비교적 양호한 복지 시설이었다는 점입니다. 사회복지 관련 시설들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변환되면서 기준미달의 많은 복지시설들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가운데 프란체스코의 집과 같은 경우는 비교적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주 돌보미가 사회복지 시설들에 관심을 가지고 시청에 문의를 한 결과 많은 시설들이 있으며 그 운영의 측면에서도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복지 시설의 빈익빈 부익부라 그럴까요? 프란체스코의 집과 같이 비교적 양호하고 안정적인 상황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 있었는가 하면 너무나 열악한 상황에서 운영이 되고 있는 곳이 있었습니다. 나눔의 뜻으로 봉사활동을 하자면 사람들이 손길이 미쳐 닿지 않아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누군가 하지 않은 그 일을 하자는 것이 돌보미 회원 대부분의 의견이었기에 수소문한 결과 진주시 문산읍에 소재한 '베데스다의 집'이었습니다.

베데스다의 집은 은혜의 집이라는 뜻으로 선교사님 한분이 마을 인근의 가정집을 빌려 정신지체, 자폐, 발달 장애를 겪고 있는 장애우 들을 돌보는 곳이었습니다. 처음 베데스다의 집을 찾았을 땐 쌀쌀한 겨울이었는데 비닐을 덧 입혀 바람을 막고 장작을 지펴 아이들을 씻기고 있었습니다. 보일러를 함께 사용하긴 했지만 비용의 문제로 그러함을 알고는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제대로 갖추어진 화장실조차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자인 몸으로 일반인들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장애우 8∼9명을 혼자 돌보는 선교사님을 뵈면서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베데스다의 집을 방문하고 이러한 상황을 알게 된 후 돌보미 가족들 모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으로 이곳에서 해야 할 일들 생각하고 계획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프란체스코의 집과 베데스다의 집에서의 활동을 병행하다 차츰 베데스다의 집으로 완전히 활동을 옮겨갔습니다.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너무나 맑은 아이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았기에, 그리고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홀로 묵묵히 그 많은 일들을 다 해내고 계신 선교사님을 뵈며 봉사활동이란 이름을 걸고 감히 활동을 하고 있었던 우리들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꼈었기에 더 그러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저희 진주 돌보미는 베데스다의 집과 인연을 맺고 매월 한 차례 만남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가 오면 벽을 타고 흐르던 빗물은 지붕의 방수페인트 작업으로 개선되었고, 곰팡이가 썰어 검게 번져 인상을 찌푸리게 했던 벽지는 깔끔한 벽지로 교체되었습니다. 손길이 닿지 않아 잡초가 무성하던 텃밭에선 벌목 작업과 제초작업으로 실한 열매를 안겨다 주었으며, 조금 많은 시일이 걸리긴 했지만 문조차 없이 천으로 가리고 사용하던 화장실은 깔끔한 수세식 화장실로 바뀌어 갔습니다. 혜광학교를 다니며 그 외에 별다른 여가 활동이 없었던 아이들은 돌보미 회원들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웃음을 찾았으며, 선교사님 혼자의 힘으로는 외출이 힘들었던 아이들은 가끔씩이나마 산과 바다, 계곡으로 나들이를 나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하루아침에 이루어 진 것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만들어가면서 봉사와 나눔의 참 기쁨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베데스다의 집 아이들과 함께 하며 이미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매월 활동일이면 아이들이 먼저 기다린다는 선교사님의 말을 전해 들으며 어찌나 기쁘던 지요...

장애의 특성상 약물 치료를 병행하며, 날씨나 계절의 변화 등 주위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에 활동을 하며 처음 얼마간은 어려움도 격어야 했습니다. 제가 심리학을 전공하기에 관련 부분들에 대한 정보를 회원들과 나누지만 하나 짧은 시간에 그 모든 걸 다 이해하고 적절한 대처를 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일반 직장인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기에
관련 부분에 대한 전문성의 부족으로 인한 문제는 때로 우리 모두를 당황스럽게 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과의 외출에서 뜻하지 않은 돌발 행동으로 당황스러움을 경험해야 할 때는 얼마나 많았는지요... 제가 심리학을 전공하고 관련 분야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관련 정보들을 찾아 꾸준히 카페 게시판을 통해 글을 올리고 관련기관에서의 근무 경험이 있는 회원들이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그러한 부분들에 대한 문제도 어느 정도 개선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베데스다의 집이 새로이 집을 구해 이사를 했는데 이삿짐을 나르며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무거운 짐들을 별다른 장비 없이 옮기느라 몸은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게 돼서 돌보미 가족 모두 제 자신의 집을 구한 것 마냥 기뻤습니다. 처음 봉사활동 카페를 개설하고 활동을 시작할 땐 누군가를 위해 뭔 갈 해 줄 수 있단 사실에 기뻐 뭔 갈 해주려는 의욕이 앞섰습니다. 그렇지만 정작 활동을 해나가면서 그런 마음가짐들이 내가 가진 자만이며 나의 이기심이란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활동을 하며 제가 더 많은 것을 얻고 받은 것 같습니다. 나눔의 기쁨을 얻었고, 이 세상엔 우리가 알고, 또 보는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실천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삶의 또 다른 의미를 찾아 간다는 것을 말입니다.

선교사님이 언젠가 제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무엇인갈 하려 하지 말고 그냥 함께 있는 것으로도 나눔은 충분하다고..." 그 말의 뜻이 어떤 건지 잘 몰랐지만 지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올 11월로 꼭 2년이란 시간동안 봉사활동 카페를 운영하며 힘겨움도 많았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래서 때론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선교사님의 그 한마디와 천진한 천사들의 얼굴, 그리고 언제나처럼 옆에서 함께 땀 흘려 나눔의 사랑을 실천하는 진주 돌보미 가족 분들이 있기에 이제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계속 나눔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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