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쿼터
스크린 쿼터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6.03.0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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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화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
최근 정부가 스크린쿼터 비율을 현행 146일(1년의 40%)에서 73일(20%)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7월 1일부터 스크린쿼터 일수의 40%인 146일에서 그 20%인 73일 축소하는 것을 목표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화계에서는 급작스런 공식 발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정지영 안성기)는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영화인 대책위의 공식 입장은 "정부방침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 영화인 대책위가 "스크린쿼터 비율 축소 철회를 이끌어내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방침을 정해놓은 상태여서 정부와 영화계의 충돌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의 스크린 축소 방침은 최근 몇몇 일간지가 정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하면서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을 뿐 예견된 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영화인들은 한국영화가 스크린쿼터의 보호막 아래 성장해 이제는 일정 정도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스크린쿼터 축소는 시기상조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스크린쿼터 비율 문제의 핵심은 한국영화 자생력에 있다.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등 외국 대작영화 등과 경쟁에서 얼마만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한 부총리는 스크린쿼터 축소방안을 밝히면서 "스크린쿼터는 축소하지만 국제적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는 우리 영화산업이 앞으로도 국가의 중요산업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면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관객 1000만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스크린쿼터제의 폐지는 언제라도 도마 위에 올라갈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본다. 2003년 한국영화는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와 같은 웰메이드 영화가 시장의 최상위권을 이끌면서 중간 규모의 영화가 뒤를 받쳐주는 형태로 시장 점유율 50%라는 꿈의 수치에 근접했다. 한국영화의 이러한 발전은 물론 기쁜 현실이지만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를 밀어내는 현실이 발생하면서 "스크린쿼터 제도를 이용하여 시장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느냐"라는 목소리가 그동안 쿼터 폐지를 반대한 국내의 관객들 입에서도 나오고 있다는 사실에는 주목해야 한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는 불가능이라 여겨졌던 서울 300만, 전국 1000만을 한 달 터울로 넘어섰다. 그것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1997년 <타이타닉> 이후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반지의 제왕>을 상대로 말이다. 두 영화의 거대한 성공은 당분간 한국영화의 제작에 큰 힘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러나 시장점유율 50%를 넘어, 할리우드의 최고 흥행 카드마저 이기는 한국영화의 힘을 관객들은 과신하기 시작하고 반대로 직배사를 비록한 미국 측은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스크린쿼터제도를 지키는 데 가장 좋지 않은 상황이다.

관객들이 "없어도 한국영화의 제작에는 차질이 없다"라고 주장하는 것에는 여러 복잡한 의견이 뒷받침된다. 먼저, 스크린쿼터의 보호아래, 조폭 코미디류의 영화처럼, 돈벌이에만 급급한 상업주의 영화들이 제작되는 것은 오히려 한국영화의 후퇴를 가져온다는 작품적인 면과, 스크린쿼터의 보호가 없이도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와 당당히 겨룰 수 있다는 산업적인 면이 그것이다.

스크린쿼터가 추구하는 것은 오직 한국영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문화적 종 다양성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할리우드 영화의 독과점을 막기 위한 방지책이지, 결코 한국영화를 살리는 보호 장벽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록 현재는 한국영화의 급격한 상승과 한국 내에서 시네마서비스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한국형 거대 배급사가 생겨나면서 다시 독과점과 같은 양상이 재현되고 있지만 이런 문제가 단지 스크린쿼터 제도를 폐지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예술영화 쿼터제와 같은 영화의 종 다양성을 위한 제도를 보충하여 제도를 강화시키는 것이 옳은 해결방법일지도 모른다.

스크린쿼터를 둘러싼 정부와 영화계의 갈등은 경제계와 문화계의 대립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고 국회로도 논란이 번져갈 것으로 보인다.

현행 수준 유지를 주장하는 영화계는 여기서 밀리면 몇 년 안에 한국영화의 자생력이 당연히 축소될 것이며 결국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한류시장마저 할리우드에 빼앗기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직 다국적 미디어 기업과 경쟁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스크린쿼터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 영역의 변화나 국민의 문화 등도 살펴보아야 한다.

경남대학보사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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