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8문학상 시부문 으뜸상] 조아람(인문 1) '석류'
[10·18문학상 시부문 으뜸상] 조아람(인문 1) '석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6.01.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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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류

달아오른 홍빛 쌈지에서
실 하나 바늘 하나 낡은 단추 끌어 모아
누더기 걸쳐 입은 하느님의 정장 한 벌
알알이 빼어 박으십니다,
우리 어머니는요


멀리서 벌겋게 울음 매단 곳,
그 곳, 석류알 단추.


[수상소감] 조아람(인문 1)

10·18 문학상의 수상 소식은 바쁜 일상에 제쳐둔 문학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번 일으켜 세우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많이 모자라지만, 좀더 열심히 노력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아직도 나는 어떻게 써야 좋은 시가 탄생할까에 대한 답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건 분명하다. 내가 담겨져 있는 글. 나의 아픔이 묻어나고 나의 상처가 묻어나는, 그런 글을 쓰기 위해 나는 노력했다.

목재로 쓰는 소나무는 아무런 상처가 없는 최상의 나무이다. 하지만 흠이 있어 목재로는 쓸 수 없지만, 관솔불이 되어 세상을 밝힐 줄 아는, 그런 옹이를 안은 소나무를, 나는 더 사랑한다. 옹이 있는 소나무를 볼 줄 아는 눈을 키워주신, 세상에서 받은 흠집을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법을 가르쳐주신, 박종현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다.

그리고 항상 나의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주시고, 사랑으로 나를 안고 키워주시는 엄마 아빠에게도 이렇게 지면으로나마 영원히 사랑한다고 얘기하고 싶다.

대학생이 된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해준, 우리 KUBS 가족들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며, 남기웅 선배님, 인문학부 문학 동아리 '시사랑', 그리고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사랑하는 친구들과 선배님 모두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

좋은 시를 읽고 좋은 글을 대할 때마다 가슴 떨리는 이 열정이 영원히 나와 함께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박태일 교수님께 감사한다는 말씀을 전하며 이만 글을 줄여본다.

[심사평] 박태일 교수(인문·시인)

하늘을 두드리는 석류 한 알의 가능성

창조적 감수성은 어느 한 곳의 노력으로 기워지거나 자라지는 않는다. 나라에서부터 지역으로 다시 집단 안쪽으로 들어섰다 돌아서 나가는, 싱싱히 기운들에 의해 순환적이고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고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몇 사람의 노력이나, 단시일에 성취할 수 있는 업적 보고회와 같은 꼴로 개인의 창조적 감수성을 드러내거나 키울 수는 없다. 우리 사회가 지는 창조적 감수성에 대해 심각한 문제 제기가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문학은, 나아가서는 어느 영역보다 창조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핵심 영역이다. 시와 시적인 것이야말로 우리가 끊임없이 가다듬고 다스리고 기워나가야 할 사회 학습의 핵심 일거리다.

눈길을 가까이 끌어다 놓고 새삼스럽게 응모 작품들을 살폈다. 노력해야 하고 더 다듬어야 할 터이지만, 무엇보다 젊은이다운 패기를 보고자 했다. 말이 서툴더라도 싱싱한 창조적 상상력을 느끼고자 했다. 뽑는 이의 손에 남은 여섯 사람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 아쉽다. 그 가운데서 '석류' 외 4편을 내놓은 응모자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그 아쉬움은 더했으리라. 전체적으로 시에 바짝 다가서고자 노력했던 긴 흔적을 충실히 보여주는 말솜씨다. 그러나 아직 자신감이 떨어진다. 그 가운데서 '석류' 한 편을 건져 올렸다. '석류'에 대해 파고 든 눈길이 새롭다. 거침없다.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머뭇거리지 말고 나아가 볼 일이다. 문학은, 시는 투신하는 일이지 알짱거릴 일이 아니다. 삶은 그리해서 당장 얻는 게 많을지 모르나 문학은, 시는 그렇지 않다. 멀리 분발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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