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커플의 애환
캠퍼스 커플의 애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6.01.0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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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캠퍼스 커플이거나, 앞으로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캠퍼스 커플! 참으로 풋풋한 단어이다. 입에 담아보면 어감도, 그 발음까지도 상큼하기 그지없다. 초록빛 물이 듣는 듯한 싱싱한 느낌!

그리하여 우리 대학인들은 캠퍼스 커플을 동경하게 되고 만다. 이미 캠퍼스 커플인 남녀를 부러워하고,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기를 갈망한다.

둘이 같이 공부하고, 같이 커피 마시고, 같이 이야기하고, 같이 음악 듣고, 같이 영화 보고, 같이 기차 타고, 같이 웃고, 같이 울고......

우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같이'함에 목말라 있다, 너무 오랫동안 '홀로' 지쳐있었으므로. 나 혼자가 아니라 그 사람과 '같이'라면 무엇이라도 좋을 것이다. 카페도, 음악도, 영화도, 편지와 우표도, 토요일 오후도, 그리고 그 외의 모든 것들도 비로소 그 의미를 갖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가 함께 함으로 해서.

그렇다면 너무도 당연히 우리는 나와 커플을 이룰 짝을 찾아 나서야 한다. 학과에서, 동아리에서, 학회에서, 향우회에서, 조인트 동문회에서, 캠퍼스에서. 결국 선택받은 소수는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과 질시 속에서 꿈에도 그리던 캠퍼스 커플을 이루고야 만다. 그리하여 예의 '함께'하는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둘이서만'밥 먹고, '둘이서만' 공부하고, '둘이서만' 전화하고, '둘이서만' 이야기하고.... 무엇이든 '둘이서만'하는 생활을. 어느 새 캠퍼스 커플은 '같이'하는 생활을 넘어 '둘이서만'하는 생활로 들어서고 있다. '친구'도 아니면서, '부부'도 아니면서 '둘이서만' 하는 생활!
역시 둘이서 '함께'하는 생활은 즐겁고, 아름답고, 황홀하다. 무엇보다도 외롭지 않아서 좋고, 남들이 부러워해 주니 더욱 좋다. 우리가 함께 함으로써 캠퍼스의 봄은 처음으로 도래했고, 신록은 더욱 싱그러웠으며, 태양은 비로소 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모든 노래 또한 우리들을 위하여 지어진 것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이것이 캠퍼스 커플의 환희(歡喜)이다.

그러나, 어쩌랴! 기쁨이 가고 나면 슬픔이 오는 것을! 그것이 인생의 시나리오인 것을!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둘이서만 함께'하는 사람들의 비애(悲哀)이다.

'둘이서만' 함께 하다 보면 다른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줄어들어 친구 관계가 멀어진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처음에는 두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멀리하고 나중에는 주위 사람들이 그 둘을 고립시켜 어쩔 수 없이 둘이서만 더욱 밀착되게 된다. 결국 캠퍼스 커플에게는 서로에게 서로만이 남아 인간관계의 섬에 갇히게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 생활을 해 나가다 보면 안타깝게도 둘이 함께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 두 사람이 학과가 다르다면, 수업과 학과 활동 시간표가 어긋나게 되고, 동아리가 다르면 여가 시간이 어긋나기 쉽다. 학과와 동아리, 둘 다 다르다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줄어든다. 그리고, 한 사람이 화장실에 가게 되면 안에 들어간 사람도, 밖에서 가방 들고 기다리는 사람도 각자 외로울 뿐만 아니라 불안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래서, 캠퍼스 커플들은 수업을 빼먹거나, 동아리를 탈퇴하기가 쉬우며, 화장실 가는 일도 좀 더 참아 버릇하게 되어 병이 날 가능성도 높다.

항상 둘이 같이 지내다가, 하루라도 혼자 있게 되면, 커플이 되기 전에 혼자 지낼 때보다 더욱 외롭고 괴롭다. 인간 관계가 단절된 둘만의 섬에서 지내다 보면 두 사람은 서로에게 중독돼 버리는데, 그 상태에서 그들은 너무도 빨리 혼자 시간 보내는 법을 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다른 친구와 만나려 해도, 너무 오랫동안 연락을 안 했었기 때문에 이제서야 전화하기에는 왠지 미안하고 쑥스럽다.

그러다가 한 사람이 다른 이성에게 눈길이라도 주는 일이 있으면 이것은 지옥의 문턱에 들어선 것이요, 미팅에라도 나갔다면 이미 불구덩이 속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캠퍼스 커플에게 이러한 시련은 피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사람은 누구에게나 어느 한 사람과 관계를 맺어 그 사람에게 예속되고 싶어하는 갈망과 함께 어느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워지고 싶은 갈망이 또한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인간 관계는 만남이 지속됨에 따라 권태로워지기 마련이며, 단조로움에 싫증이 날 때쯤이면 나의 눈길도 자연스레 새로운 대상으로 옮겨지게 되기 때문이다.

'친구'도 아니면서 - 왜냐하면 새로운 이성친구 사귀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므로 -, '부부'도 아니면서 - 한집에서 생활하는 것도 아니고, 성관계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므로 -, 그 단점만을 모아 놓은 관계, 캠퍼스 커플! 그들의 고통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 그 진행은 끝 간 데를 모른다. 그 과정에서 아직까지는 해결책을 도출해 내는 지혜가 부족한 대부분의 캠퍼스 커플들은 싸우고 헤어지고, 헤어졌다 또 만나고, 만나서 또 싸우다가 결국은 가슴 아픈 결별을 맞이하게 된다. 캠퍼스 커플들이 그 관계를 1년 이상 아름답게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헤어진 이후 그들의 아픔은 또 얼마나 극심한가! 혼자 지내는 생활에 다시 적응하기도 전에, 헤어진 그 사람을 캠퍼스에서 어쩔 수 없이 자주 마주쳐야만 하니 말이다. 그래서 캠퍼스 커플이다가 깨진 사람들은 헤어진 이후에도 꽤나 오랜 세월을 그 후유증으로 시달려야만 한다. 심한 경우에는 남은 대학 생활의 전 기간 동안.

캠퍼스 커플들이여!

누가 당신들에게 그런 생활을 하라고 했는가?

누가 캠퍼스 커플을 아름답다 했는가? 그대들이 처음 만났을 때 그만큼 황홀했던 것은 단지 그대들이 혼자일 때 그만큼 병적으로 외로웠기 때문일 뿐이다.

이제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도록 하자. 찬물에 세수하고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자. 수업에 들어가고, 밀렸던 리포트를 써서 제출하고, 동아리 활동에도 충실하자. 그리고 용기를 내어 그 동안 못 만났던 친구에게도 다시 연락을 하자.

캠퍼스 커플! 아직도 그 매력적인 어휘에 아쉬움이 남는다면,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주위 많은 사람들과 캠퍼스 커플이 되어라. 커플이라고 꼭 이도령과 춘향이가 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당신이 남학생이라면, 같은 과의 은미, 선경이, 혜란이, 동아리의 현진이, 상희, 봉선이와 캠퍼스 커플이 되고, 당신이 여학생이라면, 선배인 인규 오빠, 동민이 선배, 성열이 형, 향우회의 원중이, 기현이, 승수와 캠퍼스 커플이 되어라.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월요일은 A와 영화 보러 가고, 화요일은 B와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고, 수요일은 C에게 전화 걸어 수다 떨고, 목요일은 D와 커피를 마시고, 금요일은 E와 리포트를 같이 쓰고, 토요일은 F와 야외로 나가라. 그러나, 일요일은 하루쯤 집에서 쉬면서 자기를 돌아보고,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그리고... 말하기 쑥스럽지만 중요한 것이니 당신 혼자 몰래 보고 가슴 깊이 명심하도록 하라. "A, B, C, D, E, F 누구하고도 손은 잡아도 좋지만, 뽀뽀만큼은 신중을 기하라. 그것은 극히 한정된 사람하고만 각별한 주의 하에 은밀히 행해야 하느니라"

P. S. : 그렇게 대학생활을 보내다가 졸업할 때쯤이나, 졸업한 후 그 중 제일 좋은 사람을 골라 1∼2년쯤 집중적으로 데이트한 후 결혼을 해서 아들 낳고 딸 낳고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도록 하라.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하냐고? 계속 친구로 만나는 거지 뭐!

김원중 교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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