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사회봉사활동 체험 수기] 단체 - 금상 이영춘(141학군단)
[2005 사회봉사활동 체험 수기] 단체 - 금상 이영춘(141학군단)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5.12.0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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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특별한 토요일


우리는 대한민국의 장교가 되는 높은 꿈을 가진 장교후보생이다. 장교는 나라의 간성이라고 한다. 장교가 되기 위해 우리 후보생들은 힘들고 어려운 수많은 노력을 하게 되어 있다. 특히 지덕체(智德體)는 경남대 141학군단에서 가장 강조하는 덕목들이다. 지육(智育)·덕육(德育)·체육(體育)을 줄인 말로서 지육이란 지식 혹은 지혜를 갈고 닦음을 말한다. 덕육이란 인격적인 면을 갈고 닦음을 말한다. 체육이란 건강한 몸을 갈고 닦음을 말한다. 우리는 많은 훈육과정을 통해 군사지식을 쌓고, 강인한 훈련을 통해 체력과 정신력을 기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덕(德)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후보생으로서 항상 선을 실현하려는 의지는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경남대 141학군단 후보생이라면 누구나 사회봉사활동에 참여하여 도움이 필요한 곳에 헌신을 다한다. 이것은 군인의 신분으로서의 의무가 아니라 장교후보생으로서 지녀야 할 자발적인 소양이다. 학군단에서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봉사활동은 창원 북면에 위치한 성심원에 가서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과 치매 할머니, 할아버지를 돕는 일을 하는 것이다. 성심원을 여러 번 갔다 오면서 항상 뜨거운 마음을 품고 돌아온다. 그것은 그곳에 작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 오늘도 열심히 하고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 심심해 하시니깐, 우리 우수자원(각종 개인기를 지닌, 재미있는 후보생을 일컬음)들은 최선을 다해 봉사하도록!" 언제나 위트 넘치는 정훈공보장교 선배님의 말씀을 시작으로 봉사활동이 시작되었다.



일을 맡기에 앞서서 성심원 층층을 둘러 다니며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렸다. 우리를 향해 활짝 웃어주시는 분들도 있는 반면 힘이 없어 가만히 우리를 쳐다보시는 분들도 많이 계셨다. 초점 없는 시선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몸짓, 멍한 표정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오늘 하루... 아니 단 몇 시간만이라도 나를 위한 것이 아닌 이 분들을 위해 시간을 써야겠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하였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식사를 하시는 식당을 청소하였다. 식당 청소는 식당의 의자를 왁스를 푼 물로 닦는 것부터 하였다. 치매에 걸리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식사를 하는 도중에 그대로 의자에 앉아서 대·소변을 하시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왁스 물로 소독을 깨끗이 해야 한다고 같이 일하는 사회복지사 아주머니가 말씀하셨다.

할머니들 목욕해 드리는 일도 하였다. 한번도 남의 몸을 씻겨 준다는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시간이 지난 후에 결혼을 하여 내 자식들을 씻겨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긴장이 되었다. 이 분들이 내가 씻겨 드리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지만 정성스레 그 분의 몸을 씻겨 드리면서 서로 무엇인지 모르는 정감을 느꼈다.

어르신이 사시는 방 내부 벽지에는 어르신들의 손때가 많이 묻어 있었다. 특히 화장실 전등스위치 부분이 많이 더러웠는데, 때마침 그 부분을 새 벽지로 도배하는 일을 맡았다. 도배의 필요성은 느꼈지만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일이라 당혹스러웠다. 그래도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어르신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벽의 길이를 재고 벽지를 정성스레 잘라 더러운 부분에 붙여나갔다. 서투른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다 하고 나니 적지만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다.

성심원이 우리에게 보여 준 희망의 메시지가 있다. 그곳은 분명 많은 사랑이 필요한 곳이다. 그리고 많은 사랑이 조용히 실천되는 곳이다. 누구나 진정한 사랑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봉사를 하자. 가장 필요한 곳에 가장 값지게 쓰여질 것이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정이 사라진다고 하지만 이곳은 아직도 사랑이 넘치는 곳이다.

누군가가 말하길 세상에는 사랑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부자인 사람도 없고, 사랑을 줄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자도 없다고 했다. 사랑은 공평하다. 그리고 사랑을 나눠주는 데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행하는 것이 아름답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요, 소금이다"라는 말씀이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세상에는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살아가지만, 누군가의 빛이 되고 소금이 되어 살아가는 많은 천사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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