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기념 제35회 한마백일장 운문부 차상
한글날 기념 제35회 한마백일장 운문부 차상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5.10.1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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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가방 - 박지은(성지여고·2)

아버지의 가방은 크다.
아버지의 가방 안에는
어머니가 있고 내가 있고
동생이 있다.


가방 안에는
눈 위에 새하얀 잠을 안고
이제는 잔주름이 가득한 손으로 아침을 짓는
아내에 대한 사랑과 염려가 있고


가방 안에는
나날이 자신의 키와 같아지며
앞뒤 모르고 세상으로 발을 딛기 시작한
딸에 대한 담뱃재가 수북하고


가방 안에는
일요일이 되면
자신과 목욕탕 갈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는
늦둥이 아들에 대한 미소가 한가득 있다.


하지만 정작
아버지는 모르신다.
가족들의 가방 안에는
아버지만 있다는 것을.



산문부 심사평 - 이성모 교수(마산대)·성기각 시인

대부분 시적인 표현력 부족
장래성에 초점을 두고 심사


예심을 거친 작품들의 수준이 예년에 비해 수준이 낮았다. 참가 학생 수가 적었고, 무엇보다 '가방'이나 '복권'으로 낸 시제(詩題)가 운문보다 산문에 적합했던 탓이 큰 듯하다. 그나마 시적인 표현력이 부족하여 참신한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에 심사위원들은 비록 어설프나 장래성이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거듭 읽었다.

심사위원들의 과욕일지는 몰라도 운문에 참가한 학생들이 시 창작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했다는 사실을 지적해 두고 싶다. 즉 시란 말을 비틀고, 미사여구를 나열한다고 좋은 작품이 될 수는 없다. 진솔한 자신의 생각을 비유적으로 드러내는 훈련이 요구되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최종심에서 논의된 작품은 3편이었다. 박지은 학생의 '아버지의 가방'과 김은혜 학생의 '복권' 그리고 강소윤 학생의 '부모님과 같은 가방'은 한결같이 차분한 어투가 심사위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강소윤 학생은 시적 표현 면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간결하고 산뜻한 이미지를 구사한 대신 지나치게 관념적인 시어가 눈에 거슬렸고, 직설적인 표현이 설명에 가깝다는 점에서 감점을 받았다. 김은혜 학생의 작품은 비유가 독특하다는 사실이 돋보였으나, 그에 비해 이미지가 산만했다. 마지막으로 거론된 박지은 학생의 작품은 시적 긴장이 떨어져 그 진솔한 내용이 크게 부각되지 않은 흠이 있었다.

세 작품 모두 강점을 갖고 있었지만 그만큼 결점이 없지 않았다. 장원 작품을 고르면서 심사위원들을 곤혹스럽게 한 것이 이러한 결점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번에는 장원 작품을 내지 않기로 하고, 박지은 학생의 '아버지의 가방'을 차상으로 올렸다. 김은혜와 강소윤 학생의 작품을 차하로 결정했다. 다들 정진하여 훌륭한 문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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