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인간관계 - 무소의 불처럼 혼자서 가라
대학생의 인간관계 - 무소의 불처럼 혼자서 가라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5.10.1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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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의 대표적인 고민 - 인간관계

나는 대학 상담실의 상담선생이다. 일반인들은 상담 내용이 궁금한지 나에게 "대학생들은 무슨 일로 상담을 많이 합니까?" 하고 묻는 일이 많다. 오늘은 그 질문에도 답을 해 줄 겸해서 '대학생들의 고민'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다.

대학생들이 한참 피가 끓는 젊은이들이란 점을 생각해본다면, 이성 문제, 성 문제 등이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쯤은 대충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는 진로, 취업 등의 문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대인관계' 문제이다.

오늘도 어떤 여학생이 찾아와 자신은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으니 성격을 외향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달란다. 그래서 '대인관계 문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고 하니 역시 '친구 문제'란다. 입학 직후부터 같은 과 친구 다섯 명이 함께 다녔는데 웬일인지 며칠 전부터 다른 네 명이 자기를 멀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니? 말을 해 주면 고치도록 노력할게" 하고 물어도 아무도 말을 안 해 준다는 것이다. 요 며칠 간은 같이 밥 먹을 사람도 없어 학교에 오기도 싫고, 집에 가서도 눈물만 쏟고 있단다. 그래서 휴학을 고려하고 있다나?

바로 이것이 대학 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듣게 되는 대학생들의 대표적인 고민이다. 이런 '대인관계' 문제는 여학생들에게 더 많으나, 남학생도 적은 편은 아니다. 나도 처음에는 이 학생이 친구들에게 무슨 잘못을 했거나 혹은 성격적인 문제가 있는 줄 알고 상담에 임했다. 그러나, 아무 것도 찾아낼 수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그룹을 지어 함께 몰려다니는 학생들 간에게는 이런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한 명씩 돌아가며 늘 누군가는 '왕따'를 당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것 참! 초등학생, 중학생도 아니고 대학생들이 '왕따'라니? 왜 그런 일이 생기는가 알아봤더니 선배들의 잘못된 교육 탓도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학에 합격하면 입학도 하기 전에 선배들 주도로 '새내기 배움터'라는 이름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열리는데, 그 자리에서 선배들은(주로 2학년) 신입생 후배들에게 '대학에서는 공부보다도 인간관계가 더 중요하다. 인간관계를 적극적으로 잘 해야 선배·동료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대학생활도 보람 있게 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 때처럼 남이 먼저 다가오기를 소극적으로 기다리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먼저 나서서 인간관계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2박 3일 동안 반복하여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신입생들은 입학 전부터도 '대학에서는 친구를 많이 사귀어야 한다는데 정말 걱정이다. 나는 아직까지 내가 나서서 친구를 사귀어본 적이 없는데…' 하고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일년 내내 같은 자리에 앉아 생활하다보니 별 다른 노력 없이도 앞뒤 사람과 자연스럽게 친해지기 마련이었는데, 이제는 스스로 친구를 찾아야 한다니 그것이 어찌 겁나지 않을 수 있으랴?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라 많을수록 좋다는데….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신입생들은 입학식이 끝난 직후부터 공부가 아니라 친구 사귀기에 몰두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운이 좋은 학생들은 조만간 서너 명이 그룹을 형성해 항시 몰려다니기 시작하며, 거기에 끼지 못한 소수는 소외감 속에서 눈물을 흘리다가 휴학을 결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앞에서 말했던 여학생처럼 어느 날 갑자기 그룹의 다른 친구들로부터 이유도 모른 채 따돌림을 당하게 될 경우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이런 모습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나는 대학의 상담 선생으로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심각하게'가 아니라 '한심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 이유를 몇 가지 대 보자.

첫째, '대학에서는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가르친 선배라는 사람들이라고 해 봐야 기껏해야 2학년들 아닌가? 그들 자신도 이제 막 대학 1년을 마친 '얼라'들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들이 대학에 대해, 인생에 관해 뭘 알겠는가?

둘째, 선배들의 가르침을 잘 따라 대학생활에서 인간관계를 잘 한 사람들의 장래가 어떤 줄 아는가? 상담실에 4학년이 되어서야 뒤늦게 찾아온 그들 '인간관계 성공자'의 처지란 것이 대충 이렇다. 놀다보니 성적 안 좋아, 자격증 하나 없어, 외국어·컴퓨터도 못해 결국 취업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인 것이다. 그 동안 뭘 했느냐고 물으면 "인간관계를 했습니다." 한다. 다시 "어디에서 인간관계를 했느냐"고 물으면 동아리 룸에서, 술집에서, 오락실에서, 노래방에서, PC방에서, 당구장에서, 커피숍에서... 했단다. 그렇다면 '인간관계란 결국 노는 것'인가? 인간관계 잘 하느라고 4년 내내 잘 놀고 다녔으면 취업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제 와서 나보고 뭘 어쩌란 말인가?

셋째, 사실 대학생치고 우리나라 대학생들처럼 끼리끼리 몰려다니는 나라도 없다.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내가 보고들은 나라의 대학생들 중에 우리 대학생 같은 경우는 없었다. 모두들 많은 과제와 각자의 아르바이트 때문에 함께 몰려다닐 시간 자체가 없다. 다른 나라 대학생들의 말을 들어보면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다니는 것은 중·고등학교 시절의 일이고, 이제는 성인으로서 자기 책임을 다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중·고등학교 시절에 맘껏 놀아보지를 못해 대학생이 되어서야 놀기 시작하는 것이니 뭐라 하기도 어렵긴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것은 대학생다운 모습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생활은 꼭 사춘기 청소년 수준이다. 그래서 '왕따'니 뭐니 하는 것도 생기는 것이다.

인간관계는 학생들에게는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공부는 '혼자'하는 것이므로

이제 끝으로 대학 상담 선생으로서 이런 당부를 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대학생 여러분은 어린애가 아니다. 더 이상 떼를 지어 우르르 몰려다닐 군번이 아닌 것이다. 성인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인생은 각자 혼자 가는 길'이란 것을 깨달아 외로움도 이겨낼 줄 아는 사람들이다. 여러분도 이제부터는 혼자 다니도록 하라!

대학교는 당연히 '학교'이고, 대학생도 근본은 '학생'이다. 학생의 본무는 공부이며, 그래야 졸업해서 취직도 할 수 있다. 인간관계는, 표가 필요한 정치가나 인기가 중요한 연예인, 그리고 밥 먹고사는데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꼭 필요한 세일즈맨들에게나 필요한 것이지 학생들에게는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공부는 원래 '혼자'하는 것이므로.

오늘도 조용히 혼자서 지내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대학생들은 어떻게 생활해야 할까?

쓸데없이 친구들에게 휴대폰이나 쳐대지 말고, 오늘도 조용히 혼자서 지내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리고 나의 이 말을 명심하라.

대학생에게 인간관계란 똥이다!


김원중 교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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