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현대성을 다시 생각해 본다
한글의 현대성을 다시 생각해 본다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5.10.1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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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속성을 표현하는 화두를 몇 가지로 말한다면, 아마도 속도와 디지털, 시각 문화 등의 용어가 그 앞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한글은 과연 이러한 현대의 속성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글자 매체인가?

현대의 속성을 속도라고 할 때, 무엇보다 정보 획득의 속도가 핵심이 된다. 정보의 획득이라는 측면에서 한글은 단연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표음문자인 한글은 음소문자이면서도 실제로는 음절을 단위로 모아쓰기를 한다. 한글이 여타의 음소문자처럼 풀어쓰기를 하지 않고 모아쓰기를 한다는 것은 언뜻 불편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한글이 가진 놀라운 속도의 비밀이 바로 이 음절 모아쓰기에 있다. 음절이란 자연 상태에서 발화되는 소리의 최소 단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글은 처음 보는 단어라도 일단 발음은 할 수 있다. 만일 똑같은 모르는 단어가 풀어쓰기로 쓰였다면 어디서 음절이 나뉘는지 금세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훨씬 어렵게 읽힌다. 그래서 한글에는 영어나 불어처럼 복잡한 분철 규칙이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휴대폰에 문자를 입력할 때도 한글은 영어에 비해 7배 이상 빠르다고 한다.)

한글은 또한 문자 자체에 디지털적 속성을 유감없이 구현하는 문자이다. 한글이 자질문자의 특성을 가졌다는 평가는 이미 세계 학계에 상식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한글의 우수성은 단순한 디지털적 속성을 넘어서는 특징을 갖추었다는 데 있다. 한글은 한편으로 자질로 분해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음절 모아쓰기를 하기 때문에 표기 자체에 형상을 담을 수 있다. 예컨대 '꽃'이라는 표기는 마치 한자 '花'처럼 그 안에 일정한 이미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 그러므로 한글은 디지털적 속성과 아날로그적 속성을 모두 구비하여, 필요에 따라 한없이 분해했다가 또 다시 한없이 합성해서 활용할 수 있는 대단히 독특한 문자이다.

시각 디자인이라는 관점에서 한글의 우수성은 이미 뚜렷한 결과로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한 가지만 사례를 든다. 동남아의 어느 회사에서는 우리나라에 물건을 주문하면서 완제품 이름만은 반드시 한글로 표기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고 한다. 한글의 조형성이 바야흐로 날개를 펴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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