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대화는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바람직한 대화는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5.09.17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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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부버의 '대화의 철학'을 중심으로
"진정한 대화는
'너'를 진정으로 들으려는 하는
'나와 너'의 관계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1. 말하는 행위(speech act) - 독백과 대화

우리는 늘 말을 하며 살고 있으며, 말하는 것은 타인과 관계맺는 행위이다. 그리고 타인과 다양하게 관계맺는 행위가 말하는 행위의 본질이다.

말하는 행위에는 혼자 하는 이야기인 독백 즉 '모놀로그(Monologue)'와 둘 이상이 하는 대화 즉 '다이알로그(Dialogue)'의 형식이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듣는 사람의 이해능력과 반응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화적 성격을 갖지만 이 둘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모놀로그는 일방 통행적인 이야기이며 다이알로그는 상호지향적, 쌍방적인 이야기이다.

모놀로그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답변을 요구함이 없이 혼자 말하는 것이고 다이알로그는 말을 서로 주고받는 상호작용 관계, 즉 화자와 청자의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대화'에 대한 좀 더 정확한 규정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언어행위들을 구분해 보자.

명령이나 지시, 또는 이에 준하는 말은 모놀로그 형식에 속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명령, 지시할 때 상대방은 그 명령, 지시를 받아들여 행하면 그 언어행위의 목적은 끝난다. 모놀로그에는 명령이나 지시 등의 단순한 형태만이 아니라 사실을 전달하는 '보도'와 사상이나 이론을 발표하는 '강연', 의견이나 태도를 밝히는 '연설' 등이 있다.

이 언어행위들은 모두 모놀로그이지만 역시 상대방의 반응을 고려하는 것이므로 '이야기'의 원초적 형식은 역시 말을 주고받는 대화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대화의 종류에는 협의, 협상, 토론(토의), 인간적인 교섭으로서의 대화 등이 있다. '협의'에서는 화자가 자신의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방에게 진실한 조언을 구한다. 협의에서는 일정한 문제에 집중되고 일정한 목적을 추구한다. '협상'은 협의와는 다르다. 이해관계가 처음부터 대립된 상황에서 서로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협상이다.

'토론(debate)'은 보다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진리를 추구하기 위한 소크라테스식의 '문답식 대화(dialogue)'로서의 절제된 '토론(discussion)'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고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토론'도 있다. 이러한 토론은 '논쟁(debate)'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을 모두 대화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진정한 인간적 대화와는 차이가 있다.

2. 마르틴 부버의 대화의 철학

독일계 유태인인 마르틴 부버(M.Buber, 1878-1965)는 실존주의적인 철학적 인간학을 정립한 철학자로서 '대화'를 여러 분야의 학문과 사상을 꿰뚫는 중심적 주제로 다루고 있다. 부버는 [나와 너](1923)에서 인간의 기본적 관계를 두 가지로 나누고 있다.

"사람의 태도는 그가 말할 수 있는 근원어의 이중성에 따라서 이중적이다. ... 근원어의 하나는 '나 - 너'라는 짝말이고, 또 하나의 근원어는 '나 - 그것'이라는 짝말이다. 이때에 그것이라는 말을 '그' 또는 '그 여자'라는 말로 바꿔 넣더라도 근원어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 따라서 사람의 나도 이중적이다. 왜냐하면 근원어 '나 - 너'의 '나'는 근원어 '나 - 그것'의 '나'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와 너의 관계는 동등한 인격적인 관계이고, 나와 그것의 관계는 사물에 대한 관계처럼 나의 목적 실현을 위한 수단적 관계이다.

사람은 대체로 사물에 대해서 '나와 그것'의 관계를 갖는다. 또 사람에 대해서도 내가 그를 대상으로 관찰하거나 나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대한다면 '나와 그것'의 관계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 간의 진정한 관계는 나와 너의 관계이며 이 관계는 나와 너의 '사이'(between)에서 성립하는 상호작용적 관계이다. 이 관계에서 대화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버에서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며 나와 너의 관계는 진정한 만남의 관계이다. 내가 '너'라는 표현을 할 때 이는 이미 만남의 관계이고 '내'가 '너'를 나의 전존재로 만나는 것이다. 이 만남의 관계는 선택을 하는 행위이며 선택을 받는 행위이다. 이는 상호작용적 행위이며 이러한 상호작용적 대화를 통해 '나와 너'의 관계가 이루어 진다.


부버는 세 가지 종류의 대화를 나눈다.

첫째, 진정한 대화이다. 진정한 대화는 말로 하든지 침묵으로 하든지 대화의 참여자가 그 상대자를 있는 그대로의 현존재(Dasein)와 그러한-존재(Sosein)에 대해서 인정하며 그들의 의도에 귀를 귀울이며 양자의 사이에서 생동하는 상호성이 생기는 대화를 말한다.

둘째, 기술적(記述的) 대화이다. 기술적 대화는 사실적인 내용을 전달하고 이해하고 따지기 위한 필요성에서 하는 대화이다.

셋째, 대화로 위장된 독백으로서 이는 여러 사람들이 한 방에서 서로 돌아가며 모두가 모두에게 이야기하고 떠들면서 서로를 향해 무슨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의 대화로서 사실은 서로를 경청하지 않으며 언어적 상호작용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 경우이다. 즉 대화를 위장한 독백에 불과한 것으로 진정한 대화가 아닌 것이다.

진정한 대화는 '너'를 진정으로 들으려고 하는 '나와 너'의 관계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나와 너'의 관계에서는 서로가 상대방인 '너'를 진정으로 들으려고 한다.

부버는 또한 대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진정한 대화에서는 상대방을 향해서 있어야 한다" 이 말은 우선 대화의 상대자를 지각해야 하며, 상대방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물론 상대방을 하나의 자율적 인간으로 수용하면서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긍정한다는 것이다.

부버는 미리 맞추어진 대로 하는 대화는 진정한 대화가 아니라고 한다. 왜냐하면 미리 계획된 대로 대화를 하는 것은 대화를 이끌고 가는 자의 의도와 목적에 따라 대화 상대자를 유도하고 이용하기 때문이다. 대화의 주제나 구조는 미리 짜 놓을 수가 있다. 그러나 진행은 대화의 혼(Spirit)에 맡겨야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이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대화의 혼이 부르고 부르지 않는 데에 따라 맡겨야 한다.

또한 부버는 대화에서 상호성을 강조한다. 상호성이라는 것은 각 자의 것이 아닌 '인간 사이의 것'이 두 사람이 가진 각각의 개별적 주관성을 극복하게 한다는 것이다. 대화를 통해서 상호이해에 도달한다는 것은 이전에 가졌던 각자의 주관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부버는 진정한 대화, 인간적인 대화의 여러 조건과 내용들을 제시하면서 이러한 대화적 삶은 기본적으로 윤리적인 삶과 바람직한 정치적 조건을 요구하는 것으로 본다. 즉 인간의 존재양식이 대화적으로 되어 있고 윤리적인 삶의 방식도 '나와 너'의 상호관계에서 대화적으로 규정되어야 한다고 본 부버는 인간의 사회와 국가를 구성하는 원리에 있어서도 대화적인 원리가 지배해야한다는 대화의 철학을 견지하고 있다. 이것이 부버의 사회철학과 정치철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나와 너'의 대화적 관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서 관계를 모든 인간관계와 사회관계, 국제관계의 기초로서 보는 부버는 유태인과 아랍인 사이의 문제에서도, 기독교와 유태교의 관계 문제에서도 인간성과 정신의 원리에 기초하여 대화와 협력의 공동체를 이룰 것을 주장했다.

3. 교육에서 진정한 대화의 필요성

교육에서 대화의 문제를 생각할 때, 교사와 학생의 인간적 관계의 질이 바람직한 교육의 성과를 좌우한다는 고든(Gorden)의 기본 입장은 매우 중요하다. 고든이 개발한 '효율적 대화를 위한 교사프로그램(Teacher Effectiveness Training)'은 이상적인 측면이 있지만 현실을 극복하는 하나의 대안으로서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다. 고든은 교사와 학생의 바람직하고 좋은 관계의 경우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개방성(openness) 혹은 투명성(transparency)을 지녀서, 교사나 학생 모두가 모험을 감수하고 상대방을 솔직하면서도 정직하게 대할 수 있을 때 둘째, 관심(caring)을 가지고 있어서, 각자가 상대방에 의하여 존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될 때, 셋째, 양자간에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을 지닐 때, 넷째, 개별성(seperateness)이 있어서 개인의 독자성과 창의성, 그리고 개성을 발달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을 때, 다섯째, 상호욕구충족(mutual needs meeting)이 이루어져서 어느 한 편의 욕구가 상대방의 욕구에 의해 희생되지 않을 때이다."

부버는 우리 인간은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서 성장하며 특히 교육은 어린이가 만남을 통해 성장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으로 본다. 즉 교사는 학생에게 객관적 지식과 방법론적 지식을 제공하는 역할만이 아니라, 학생과의 대화를 통해 인간적 만남, 즉 '나'와 내가 이용하고 관리하는 '그것'(그 학생, 그 사람)과의 만남이 아니라 '나'와 '너'의 상호적 만남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직한 대화가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또 인간으로서 서로를 존중함으로써 우리 자신의 삶을 살 만한 것으로 이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재현 교수(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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