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와서
필리핀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와서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5.09.0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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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가져 온 추억과 감동은 평생의 보물로 생각'

하계방학 중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에서 주관하는 '2005하계 한국대학생 해외봉사단'의 일원으로 한국희(행정·4)학우가 우간다(7. 12. ∼ 8. 2.), 최혜인(교육·2)학우가 필리핀(7. 9. ∼ 7. 28.), 이언주(디자인·4)학우가 중국(7. 11. ∼ 7. 29.)에서 봉사활동을 무사히 마치고 귀국하였다. 향후 해외봉사 활동을 희망하는 학우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아프리카 우간다와 필리핀에서 봉사활동을 한 두 학우의 해외봉사활동 체험수기를 게재한다. <엮은이 말>

우연히 학교 홈페이지에서 대학생 해외 봉사단원을 모집한다는 공지 사항을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신청했지만 막상 합격을 하고 보니 사실 기대감과 의욕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1년 정도 야간학교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이루어지고 교육과 함께 건물 보수 공사까지 해야 한다니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반신반의하며 필리핀이라는 나라에 도착했을 때의 첫 느낌… 그야말로 3주라는 시간이 너무도 길 것만 같았다. 어두운 느낌의 거리와 낯선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 그리고 열대지방이라 그런지 많은 벌레 때문에 당장이라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렇게 나의 첫날은 걱정 속에 지나가고 다음날부터 일정에 따라 루아깐이라는 학교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루아깐 고등학교는 4,000명 정도의 학생들이 있는 큰 규모의 학교로 우리 봉사단이 할 일은 컴퓨터, 태권도, 한국어, 사물놀이 교육과 벽화 및 건물보수 작업이었다. 나는 한국어 교육을 맡게 되어 5명의 팀원들과 함께 일하게 되었으며 교육은 오전에 약 100명의 학생들을 상대로 이루어지고 교육이 끝난 오후에는 모든 봉사단원들과 함께 건물 보수공사를 해야만 했다. 처음 봉사단이 학교에 도착했을 때 환영식이 이루어졌는데 그때의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필리핀은 오랜 기간 식민지 생활을 했기 때문에 외국인에 대한 의존도와 선호도가 굉장히 높은 나라이다 특히 요즘은 한류열풍으로 한국드라마, 연예인의 인기가 높은데 덕분에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아니 필리핀 내에서 거의 연예인의 인기를 방불케 했다. 우리가 가는 곳마다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 싸인을 해달라고 종이며 가방이며 손수건을 내미는 아이들… 손이라고 한번 스치게 되면 돌아서서 자랑하는 그 모습에 우쭐하게 기분이 좋았다. 아마도 그때부터 극을 달리던 걱정과 긴장감이 풀어지기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지면서도 아이들의 배우고자 하는 의욕이 얼마나 대단하던지 가르쳐 주는 문장 단어를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사용했다.

한번은 '우리가 조심하세요', '예뻐요' 등 간단한 문장을 가르쳐 준적이 있는데 그날 오후 건물 보수 공사하는 곁에 와서 조심하라고 외치는 아이들에 얼마나 뿌듯하던지… 우리 교육팀원의 수가 적어 100명만이 수업에 참석할 수 있었는데 몇 명의 아이들은 창문 너머로, 혹은 수업을 받은 친구를 통해 한국어를 배워 우리에게 말을 걸기도 하였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가르친다는 것의 뿌듯함과 배움의 즐거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기도 했다.

오후에 이루어지는 건물 보수공사는 지붕의 녹을 벗겨내 새로 페인트칠을 하고 창틀과 벽을 사포질로 평평하게 만든 후 페인트칠하는 작업이었다. 필리핀의 후덥지근한 기온과 뜨거운 태양에 지붕은 신발이 녹을 정도로 열이 올라 있었고 그런 지붕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은 그야말로 곤욕이었다. 그러나 "얘들아 기다려라 새 건물이 온다." 라는 구호를 다함께 외치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젖어도 기분만큼은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 아이들도 어느덧 자기소개, 인사, 특정상황의 대화까지 가능하게 되고 건물도 때를 벗고 새롭게 태어날 때쯤 돌아보니 시간이 너무나도 빨리 흘러 있었다. 처음에 그렇게도 가지 않을 것만 같더니… 무섭기만 하던 필리핀 사람들도 마치 오랜 시간 알고 지내던 이웃처럼 느껴지고 어색하던 단원들도 가족처럼 정이 들어 버렸는데 우리가 할 일은 마무리에 다다르고 이별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쯤엔 잠자는 시간조차 아까워 서로 함께하고 학생들에게 한 개라도 더 가르치려고 쉬는 시간까지 반납하고 나섰던 것 같다.

그렇게 아쉬운 마무리까지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하루 전 이별 행사가 학교에서 이루어 졌는데 그날만큼은 학교 전체가 눈물바다가 되어버렸다. '잊지 마세요'라며 편지와 선물을 주는 아이들은 보면서 서로 이별의 아쉬움에 어찌나 많이 울었던지… 하지만 한편으론 곧잘 한국말을 하는 녀석들을 보면서, 그리고 이제는 새롭게 변한 우리들의 건물을 보면서 낯선 땅에 내가 무엇인가 이루어 놓고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아마도 내가 이곳 필리핀에 봉사하며 주고 가는 것들보다 이곳에서 배운 것이 더 많으리라… 단원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배운 협동심, 작업이 이루어지는 내내 나 자신과 싸워야 했던 끈기, 내가 이루어 낸 것들에 대한 뿌듯함, 먼 이국땅에서 느끼는 내 나라에 대한 애국심, 내 생에 다시는 못 받을 필리핀 사람들로부터의 사랑 등…

오늘 아침 나는 푹신한 침대에서 편하게 일어났지만 뭔가 다른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말로는 표현 못할 따뜻한 뭔가가 내 가슴속에서 숨쉬는 것 같은 느낌… 필리핀에서 가져온 추억과 감동을 평생에 몇 되지 않는 나의 보물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그 보물은 나의 인생의 외길에 든든한 받침대가 되어 나를 이끌어줄 것이다.

최혜인(교육·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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