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대학'에 기부금 몰렸다
'부자대학'에 기부금 몰렸다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5.06.1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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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사립대 '2004 회계 연도 결산서' 들여다보니
연세대 1745억 1위…고려대는 559억
삼성재단 성균관대도 996억 '짭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제출된 전국 사립대의 '2004 회계 연도' 결산서를 분석한 결과 각 대학 기부금 수입액이 서울과 지방은 물론 서울 내에서도 대학별로 큰 편차를 보이는 등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은 기부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각종 목적성 기금을 개발, '큰손'들을 유인하는 데 골몰하고 있으며 기부방식도 휴대전화 결제, 보험상품 가입 등으로 다양화하며 기부금 '모금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대학 기부금 규모=서울 및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간의 기부금 규모가 크게 차이가 날 뿐 아니라 서울 주요 대학별로도 기부금 유치액이 많게는 1000억원대부터 적게는 수십억원까지 적잖은 편차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연세대의 지난해 기부금수입 총액은 1754억 9400만원으로 고려대 모금액을 3배 가까이 앞섰다. 연세대는 특히 지난해 일반·지정·연구·현물기부금 항목 중 연구기부금만 무려 1455억원을 모금하는 기염을 토했다. 삼성을 재단으로 둔 성균관대도 지난 한 해 동안 996억 5600여 만원의 기부금을 거둬들여 559억 5900만원을 기록한 고려대와 다른 주요 사립대를 크게 앞섰다. 또 중앙대는 423억 8800만원, 건국대는 316억 400만원을 기록하는 등 상대적으로 '괜찮은' 성적을 거둔 반면, 이화여대는 231억원, 경희대는 209억원, 서강대는 59억 8200만원에 그쳤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경기불황 등으로 소액기부자가 줄어드는 추세에서 기업 등 이른바 '큰손'들을 얼마나 유치하느냐가 기부금 수입의 가장 큰 변수"라며 "건전한 기부문화 정착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아무리 순수한 성격의 기부금이라고 해도 대학 재정운영과 연구 등 다방면에서 기업이 유무형의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부금 모금에 '사활'=경기불황과 더불어 기업 기부가 서울 등 주요 대학에 집중되면서 각 대학들은 기부금 유치에 비상이 걸린 상태이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대학 건물은 물론 강의실과 세미나실까지 기부자 이름으로 명명하는 등 예우 수준을 높이고 납부 방식도 보험상품 가입, 휴대전화 결제 등을 통하게 하는 등 다변화하고 있다.

고려대는 다액 기부자를 유치하기 위해 이미 '○○○경영관', '×××강의실' 식으로 각 단과대 간판을 기부자 이름으로 바꿔달고 있다. 다른 대학들도 동문 기업인 등을 활용, 장학금을 기부하면 수혜학생과 형제·자매결연을 맺게 해 '인생의 지도자' 혹은 '후원자'로 위촉하는가 하면 대학부설 병원과 어학원 이용에도 각종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기부금이 예상액에 못 미칠 경우 대학 교수와 교직원, 학부모 등 '내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급자족식' 기부금 유치방식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월 100만원 기부 약정서에 서명한 서울 A대 교직원 박모(29)씨는 "모교이자 직장이기 때문에 기부금을 내기로 결정했지만 계속되는 기부금 납부 요청에 불만도 적지 않다"며 "특히 많은 동료들이 단기간에 내버리면 또 내라고 할까봐 '50개월 분할납부' 등 장기간에 걸친 납부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기부금 유치액수는 그 대학의 발전가능성을 보여주는 척도이지만 대학교육 불신이 여전한 상태에서 모금할 수 있는 '파이'는 한정돼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기부금 모금 방식을 다양화하고 예우 수준을 높이는 게 효과적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200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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