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얼마 만일까? 중학교 졸업 이후 다시 이 등교 길을 오르는 것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바쁘게 학교를 가고있는 작은 아이들의 모습, 학교 주변에 있는 작은 가게를 지나 길게 뻗은 길에 푸른 잎이 톡톡 돋아나고 있는 나무들 모든 것이 변하지 않았다. 다만 변한 것이 있다면 귓불이 드러나 보일 만큼 짧은 단발을 하고 친구와 학교에 올랐던 내가 이제는 교생 선생님의 모습으로 학교를 다시 찾았다는 것이다. 변한 것이 없는 등교 길과 아무나 친구의 이름을 불러 보면 앞에 가는 학생들 중에서 누구라도 아는 체 하며 뒤돌아 볼 것 같은 중학생들의 익숙한 뒷모습에서 나는 다시 육 년 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몇 년 간 교생 실습생을 받지 않았기 때문인지 교생 선생님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열렬했다. 며칠 간은 우습지만 연예인이 된 것만 같은 붕 뜬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사정상 곧 학생들과 수업을 하게 되었고 교생 실습이 단지 한 달간의 행사가 아닌 정말 선생님이 되기 위한 연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의 나에 대한 관심과 환영이 수업 시간의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내 생애 그렇게 길고도 짧은 45분은 처음이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은 모두 써먹어 보고 싶기도 하고,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지만 그에 비해 45분이 너무 짧았고 또한, 그 수업을 따라주기에는 학생들의 집중력이 20분이면 바닥이 났다. 그 순간 나는 수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좋은 수업 내용을 학생들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전달하는 방식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또한 교사가 되기 위해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학생들을 지도하는 기술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학급을 경영하는 일 또한 만만치 않았다. 한 반에 34명의 학생들이 있다면 교사는 34가지의 지도 방식을 가지고 각각의 학생들을 대해야 한다. 더군다나 한참 천방지축으로 뛰어놀 나이의 남자 중학생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를 쳤다. 한 학년에 한 명씩은 꼭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고, 한 반에 한 명씩은 꼭 손에 깁스를 하고 있을 정도였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더니 싸움은 또 왜 그리 많이 하는지. 하나에서 열 가지 신경을 써야했다. 교사의 직무는 8시 20분에 시작해서 4시 30분에 마치는 줄 알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교사는 24시간 하루 종일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되는 그야말로 5분대기조였다.

하루하루 몸으로 부딪히면서 내가 가지고 왔던 교사의 꿈에 대한 허와 실을 배워나갔다. 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일 2005년 4월은 그렇게 정신없이 지나갔다. 실습 기간에는 학생에게 잘 해주었다고 생각을 했지만, 막상 실습이 끝나자 잘 해주지 못한 것만 기억이 남는다. 내가 무게 없이 던진 한 마디도 가슴에 담고 있던 아이들의 모습, 수업시간에 나에게 꽂힌 초롱초롱한 그 눈망울들을 생각하면 내가 꿈꿔온 교사의 꿈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