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도우미 봉사활동 소감문
학습도우미 봉사활동 소감문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5.05.0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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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달래면서 공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임을 깨달아
▶드디어, 학습도우미 신청하다!

2005년 매섭게 추운 어느 겨울날, 우연히 학습도우미라는 봉사활동을 알게 되었다. 예전부터 봉사활동을 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고 학점도 함께 얻을 수 있다는 조건이 필자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섣불리 신청할 수 없었고 망설여졌다. 그 이유는 사회 복지시설에서 운영되어지는 시설이기 때문에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그리고 여느 또래와 조금은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을 잘 다룰 수 있을까? 하는 필자 자신의 불신이 또 다른 이유였다.

며칠을 여러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보기도 하고 혼자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일부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는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어쩌면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지 않겠냐는 등 많은 의견을 제시했고 필자 또한 많은 고민을 했다. 그 고민 끝에 이러한 판단을 내렸다.

우리네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마도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 스스로 취하는 '선택'일 것이다. 아무리 작은 선택이라 할 지라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후회가 없을 것이고 이 작은 선택이 필자의 인생을 바꾸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그래서 필자는 필자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하기로 했다. 드디어 학습도우미를 신청하게 된 것이다.

▶가르침이 아닌 달래기

필자는 사범대에 입학한지 일년이 지났지만, 여태까지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야하는지 잊고 지내왔다. 아니 어쩌면 전혀 몰랐는지도 모를 일이다.

봉사활동을 다닌 지 2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선생님이라는 것이 학생에게 어떤 존재인지 조금씩 알 것 같다. 조금은 거만하게 보일지는 모르나 필자가 내린 선생님의 정의는 학생들에게 어떤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잘 달래는 사람이다. 처음 인애원 이라는 곳을 방문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금까지 느낀 것이라곤 이것이 전부다. 처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날. 필자는 커다란 기대를 안고 아이들과 대면했다. 참고로 필자가 가르치는 학생은 여자 한 명 남자 두 명 총 세 명이다.

필자의 생각은 교육적인 면에서 많이 결여되어 있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많은 양의 지식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그래서 교재도 각자의 것을 마련해서 부지런히 가르쳤다. 한참을 이렇게 가르친 후 아이들이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알아냈다. 아이들은 이제 중학교 3학년에 진학했음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1학년 교재도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그런 아이들을 고려도 하지 않은 채 필자는 무조건 많은 지식을 정해져 있는 시간 안에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주입이었다. 전혀 학생들의 수준을 미리 파악하지 않고 시작한 당연한 결과였던 것이다.

그때부터 학생들의 수준을 파악하기 시작하였는데 중학교 3학년임에도 기본적인 동사 하나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고, 발음기호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그래서 발음기호부터 가르쳐야 되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밀려올 때 쯤 처음에 계획했던 나의 엄청난 수업계획서는 이미 멀어져 갔다. 먼저 발음기호부터 익히는 연습을 했다. 자음기호부터 모음기호, 그리고 이중모음기호까지 아주 천천히 진행하고 많은 반복을 했다. 처음에는 단어를 하나 소리내어 읽는 대도 1분이 넘게 걸렸다. 마치 수학공식에 문제를 하나하나 대입하듯이 아니면 마치 고대문자를 하나하나 풀어 나가는 거와 같이 말이다. 여자아이는 곧잘 따라했고 한 남자아이는 이해는 빠른데 하는 데 오래 걸렸고 다른 남자아이는 실력이 두 아이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발음기호 문제를 낼 때도 여자아이에게는 읽기가 까다로운 긴 단어로, 이해는 빠르지만 오래 걸리는 아이에게는 조금 쉬운 문제로, 실력이 부족한 아이에게는 계속 반복한 단어를 내 주었다. 실력이 부족한 아이에게 너무 쉽거나 짧은 단어를 내주면 아마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고 아마 느낄 것이다. 그래서 일부로 발음기호가 아주 간단하고 쉬운 아주 긴 단어를 내주고 맞추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필자는 아이들에게 칭찬을 백이면 구십은 하는 것 같다. 이상하게 학생들이 칭찬을 하면 더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나는 가르치지 않고 아이들을 달래고 있었다.

발음기호를 제법 자연스럽게 읽어내려 갈 때쯤 필자는 문장 해석의 원리를 가르쳐 주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들도 영어를 해석하고자 하는 욕구가 많았다. 먼저 가장 중요한 동사의 종류를 알려주고 8품사(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감탄사, 전치사, 접속사 등)의 기본개념과 문장의 문형을 구별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이때까지 한 것이 문장의 문형을 구별하는 것을 가르쳤다. 아이들에게는 아니겠지만 고작 발음기호를 배우고 영어에 자신감이 붙었는지 문장의 형식도 잘 이해하고 정말 뿌듯했다. 2형식과 3형식의 차이점을 설명할 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결국 이해하게 되어서 보람찼다.

필자는 거의 단어를 외우는 것보다는 문장을 보고 구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을 중점적으로 가르쳤다. 그래야 내가 봉사활동을 그만두더라도 스스로 영어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발음기호도 몰랐던 아이들이 문장의 문형을 정확하게 구별할 만큼의 실력될만큼 이렇게도 빨리 향상될지 전혀 몰랐다. 앞에서 말했듯 무조건적인 지식의 가르침이 아니라 아이들을 잘 달래면서 공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임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최정윤(영어교육·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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