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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시론] 이수훈 교수
“동북아를 넘어 동북아플러스로”
2017년 07월 31일 (월) 09:50:29 [조회수 : 51] 경남대인터넷신문 knupr@kyungnam.ac.kr

   
  동북아+남·북방으로 지평 넓혀

  아세안·인도·러시아와 협력할 때

  동북아 중시하되 동북아 넘어서야

  동북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2005년 이맘때 강원도에 큰 물난리가 났다. 여름휴가를 떠났던 고 노무현 대통령은 급히 청와대로 돌아와 상황을 챙기지 않을 수 없었다. 물난리의 큰 고비를 넘긴 뒤 노 대통령은 관저에서 남은 휴가를 보내다가 필자를 불렀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홍수 걱정, 북핵 문제 등등 내치와 외치에 관한 대통령의 고민을 들었다. 노 대통령은 고무신을 끌고 나와 관저 입구에서 청와대 직속의 동북아시대위원회를 맡아달라고 했다. 그래서 2년 넘게 참여정부의 동북아협력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12년이 지나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라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지난 두 달간 새 정부 5년치 외교안보 분야 국정과제를 디자인하면서 12년의 세월이 바꿔놓은 새로운 국제환경을 절감하게 되었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와 같은 주변 강대국들의 힘과 외교적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그만큼 ‘동북아’는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동북아 지역질서를 넘어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동북아 지역은 높은 경제적 상호의존성에도 불구하고 정치안보 분야에서는 갈등과 대립이 좀처럼 완화되지 않고 있다. 미·중 대립, 북핵 문제, 역사·영토분쟁 등은 감내하기 힘든 도전이 되고 있다. 우리가 이 도전을 피할 길은 없다. 운명처럼 떠안고 묵묵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동북아의 역내 평화와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정책은 지속되어야 한다. 앞으로도 우리가 주변국들과 협력외교를 세심하게 펼쳐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를 더이상 동북아에만 가둘 필요는 없다. 이제 동북아를 넘어서는 외연확장이 필요한 시대다. 남방으로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인도·호주까지 포괄하는 대외전략 확대가 필요하고, 북방으로도 유라시아로 외연을 넓혀가야 하는 게 시대적 숙제다. 동북아 플러스 남방과 북방인 것이다.
 

  일단 아세안은 우리의 전략적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 지난 5월 박원순 서울시장을 특사로 파견하면서 공을 들인 이유도 현재 아세안이 중국에 이어 우리의 제2의 교역상대이기 때문이다. 아세안과 협력해야 할 전략적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중 하나가 북한과의 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나라로 특별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남방에서 주목할 국가는 인도다. 인도는 미래 잠재력이 엄청난 나라다. 시장으로서의 가치도 높고, 인적 교류의 잠재력도 크다. 지난 8일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의 내실화를 통해 번영 공동체를 구축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인도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발전시켜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북방으로는 유라시아 대륙 국가들과의 교통물류 및 에너지 인프라 연계를 통해 새로운 경제영역을 확보하고 공동 번영을 꾀하는 신북방정책을 펼치자는 구상이다. 일단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다 중단시킨 나진·하산 물류 프로젝트를 재개해야 한다. 남북·러 3각협력의 시험대가 될 사업이기 때문에 북핵 문제에 일정한 진전이 일어나면 반드시 재개해야 마땅하다.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에 부응해 극동러시아 개발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특히 탈원전을 정책 방향으로 내건 새 정부로서는 극동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도입하는 가스관 연결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난 독일 G20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한·러 정상회담을 통해 문 대통령을 9월 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되는 ‘동방경제포럼’에 공식 초청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수락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9월 초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다면 이 같은 신북방정책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평화와 공동 번영을 도모하는 과업에는 공동체적 책임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공동의 책임을 나누어야 한다는 인식이 전제되지 않으면 자기 이익 계산에만 몰두하게 되어 협소한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만 득세하기 때문이다. 책임을 공유하지 않으면 진정한 협력이 불가능하다. 책임 공유를 통한 협력이야말로 공존과 공영의 토대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는 새로운 목표이자 시대적 숙제다. 동북아를 중시하되 동북아를 넘어서야 동북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 글은 중앙일보 2017년 7월 29일(토)자 25면에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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