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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칼럼] 임을출 교수
남북대화, 막후 중재역할이 절실
2017년 07월 13일 (목) 09:21:10 [조회수 : 37] 경남대인터넷신문 knupr@kyungnam.ac.kr

   
  7일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에서 신한반도 평화비전을 발표한 이후 닷새가 지났지만 북한의 공식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 매체의 보도를 보면 문 대통령의 대북 제안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통일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민간교류를 유연하게 검토한다”는 입장에서 지금까지 사회문화 23건, 인도지원 15건, 개발협력 12건 등 모두 50건의 북한주민접촉 신고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측은 모든 접촉을 거부하고 있다.

  북한측의 줄기찬 요구는 명료하다. 한반도 긴장 고조의 핵심 원인인 미국과의 합동군사훈련을 중지하라는 것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군사적 압박과 제재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핵미사일 능력을 위협적으로 과시하면서 한미군사훈련을 중지하라는 북한의 요구는 모순적이다. 그렇지만 또다시 제재와 압박으로만 북한의 행동을 제어하려는 시도 또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원유중단까지 논의되고 있지만 실행가능성도 낮고,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김정은 정권을 최대한 고통스럽게 만들어 핵 포기를 이끌어내려는 국제사회의 시도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북한을 더욱 악랄하고 독하게 만들 가능성이 더 크다. 유엔 안보리에서 추가 제재결의가 나오면 북한은 6차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이다.

  지금은 북한 도발에 대한 강력한 억제력을 갖추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성과를 극대화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협상 역시 실패한 경험이 있지만 그렇다고 계속 장롱 깊숙이 넣어둘 카드는 아니다. 학계에서도 역대 진보와 보수 정권의 대북정책들을 비교 평가하면서 교훈을 도출하려고 시도하고 있는데, 현단계에서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들의 평가에서도 빠진 부분이 있다. 바로 기업인의 역할이다. 사실 김영삼 정부부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등에 이르기까지 정상회담을 비롯한 남북관계의 주요 변곡점을 맞거나, 주요 회담이 성사된 데는 기업인의 막후 역할이 컸다. 2000년의 역사적 첫 정상회담도 현대라는 대기업의 막후 역할 덕분에 가능했다.

  지금의 남북 간 오해와 불신은 당국 간 공식, 공개 대화로는 도저히 풀 수가 없다. 서로의 명분과 자존심, 그리고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한치도 양보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인이 나서면 달라진다. 북한측도 이들을 만나면 명분과 자존심보다 실리를 앞세운다. 타협점을 모색하기 쉬워진다. 그래서 기업인은 비공식 정부 특사역할도 할 수 있다. 당국 간 대화 이전에 사전에 만나 양자간 의견차이를 좁히고, 오해를 어느 정도 풀어 놓을 수 있다. 북한측의 대남 일꾼들은 자신의 견해를 남측 기업인의 의견으로 포장해 지도부에 건의하기도 한다. 지금 김정은 정권 내부에서는 어느 누구도 비핵화 단어조차 끄집어내지 못한다. 남측과의 접촉, 대화의 필요성을 건의하는 것도 자신의 정치생명을 내놓지 않는 한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측에서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만 대화와 협상을 제안해 봤자 긍정적 호응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과거의 현대처럼 막후 중재역할을 맡을 기업과 기업인이 없다. 개성공단마저 문을 닫은 지 꽤 시간이 흘렀다. 이런 까닭에 당국 간 회담이 성사되기도 어렵지만, 설령 회담문이 열려도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당장 허용하지 않아도 북한 인사 접촉과 방북의 창은 계속 두드려야 한다. 비좁은 틈새라도 비집고 들어가야 오해와 불신의 수준을 낮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민간인들이 앞장서서 인도적 지원과 남북경협을 통해 소통과 신뢰의 다리를 놓다 보면 지금은 불가능해 보이는 핵미사일 해법에 대한 남북 사이의 깊은 간극도 언젠가는 메울 수 있을 것이다.

<위 글은 한국일보 2017년 7월 13일(목)자 31면에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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